안국약품(001540)이 감기약 6종의 판매정지 처분을 앞두고 있다. 이들 약은 지난해 11월부터 정부로부터 3개월 판매정지 처분을 받은 의약품 총 82종에서 제외됐다. 정부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인플루엔자(독감)가 동시 유행하는 '트윈데믹'으로 감기약 수요가 늘어날 것을 우려해 감기약에 한해 처분 유예를 허용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완만한 감소세를 보이고, 국내외 제약사가 생산량을 대폭 늘리면서 처분 유예의 명분이 사라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9일 "감기약 제조업체 생산증대 지원 기간이 종료되면 안국약품의 감기약 6종 판매정지 처분을 재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식약처는 지난해 3월 코로나19 환자와 독감 유행이 겹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감기약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감기약 생산증대 지원 방안'을 가동했다. 감기약 제조·수입업체를 대상으로 한 현장 감시를 서류점검으로 대체하고, 업무 정지와 같은 행정 처분을 유예해주는 게 골자다. 애초 지난해 7월 중순까지 운영하고 종료하려고 했지만, 코로나19 재유행에 한 차례 연장한 뒤 10월 중순 재연장을 발표했다.
안국약품은 감기약 생산증대 지원 방안 혜택을 본 대표 기업으로 꼽힌다. 지난해 11월 식약처는 2019년 의사 85명에게 89억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안국약품 의약품 총 82개에 대해 3개월 판매정지 처분을 내렸다. 82개 제품 중 감기약 6종은 지원 방안에 따라 처분이 유예됐다. 감기약 6종은 라페론건조시럽과 라페론정160㎎, 뮤코텍캡슐200㎎, 슬렌페드씨정, 에바페린서방캡슐, 타타날시럽 등이다.
제약업계는 이르면 3월 감기약 생산증대 지원 방안이 종료될 것으로 내다본다. 과거와 달리, 코로나19 환자 수가 급감했고, 제약사들이 감기약 생산량을 대폭 늘리면서 감기약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식약처 관계자도 "조제용 아세트아미노펜 650㎎를 비롯, 해열진통제는 수요를 충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안정적으로 공급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감기약 주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이 주간 단위로 1500만정(650㎎ 기준)가량이 생산되면 공급 안정화 단계로 판단하고 있다. 하루 코로나19 환자 13만명과 독감 환자 3만명이 발생할 경우 대응할 수 있는 물량이다. 최근 일주일 새 국내 코로나19 환자는 하루 평균 1만명을 밑돌고 있다. 올해 1~3월 국내에 공급 가능한 조제용 아세트아미노펜 650㎎ 공급량도 2억5000만정으로 예상된다. 애초 1~4월까지 2억4000만정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었는데, 이보다 한 달 이른 시점에 1000만정 더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제약업계에서는 식약처가 판매정지 처분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기약 수요 대응을 위한 이유에 따라 리베이트로 판매정지 처분을 받은 의약품의 매출 증가를 정부가 돕고 있다는 것이다.
판매정지 처분이 '솜방망이'라는 해석도 있다. 판매정지는 대상 품목을 납품·유통할 수 없도록 하는 조치로, 약국의 판매와 처방에는 영향이 없다. 판매정지 처분 이전 약국에 대량으로 제품을 납품하면 그만이라는 의미다.
안국약품은 82종에 달하는 의약품 3개월 판매정지 처분을 받고도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이 26% 증가한 2056억원을 기록했다. 사상 첫 연 매출 2000억원을 넘어섰다. 영업이익은 98억원으로, 3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회사 측은 "영업 활성화로 매출과 이익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