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경부암을 유발하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모식도. /위키미디어

여성 10명 중 8명이 일생에 한 번은 걸리는 것으로 알려진 인유두종바이러스(HPV)가 유발한 자궁경부암을 메신저리보핵산(mRNA) 주사로 치료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현재 HPV 감염증은 치료제가 없고 사전에 백신을 맞은 경우에만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왔다.

브라질 상파울루대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독일 바이오엔테크로 구성된 공동 연구팀은 3일(현지 시각)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중개의학'에 mRNA 백신 3종으로 쥐 실험을 진행한 결과, 한 번 주사로 HPV 감염에 따른 종양을 제거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이 연구는 mRNA 기술의 창시자인 카탈린 카리코 바이오엔테크 수석 부회장이 참여해 눈길을 끌고 있다.

mRNA 백신은 2019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과 싸우는 데 매우 성공적인 것으로 입증되면서 다른 전염병과 암에 대한 강력한 백신 개발에 대한 광범위한 관심을 끌고 있다. 여성의 암 관련 사망의 주요 원인인 HPV 역시 마찬가지다.

연구팀은 HPV에 감염된 종양에 대해 비복제 mRNA 백신과 뉴클레오사이드 변형 비복제형 mRNA 백신, 자가증폭mRNA 백신 등 3가지 다른 mRNA 백신 성능을 비교했다. 그 결과 이 가운데 자가증폭 mRNA 백신과 비복제형 mRNA 백신이 암세포 수와 크기를 억제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특히 세 백신 모두 재조합 단백질 백신보다 효능이 우수하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노버트 파르디 펜실베이니아대 미생물학 교수는 이달 2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연례 회의에서 "HPV는 세계 인구 80%가 겪는 질환으로, HPV 감염은 남성과 여성의 암 유형 가운데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자궁경부암을 일으키기 때문에 여성에게 특히 치명적"이라며 "자궁경부암 치료제 개발이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 이상적이지 않아 HPV 감염에 따른 암 사망을 줄이기 위해 백신과 같은 다른 치료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과거부터 HPV로 인한 암 대응을 위한 연구는 지속돼왔다. 바이오엔텍은 지난 2019년 mRNA 백신을 활용한 동물 실험을 통해 HPV 관련 암에 대응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현재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해 코넬리아 리우 트림블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DNA 백신은 쥐 실험에서 효과를 확인했지만, 인간에게서는 효과를 보지 못했다"며 "mRNA 백신은 코로나19로 안전성과 잠재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HPV는 지난 2007년 구인두암의 주요 원인으로 밝혀졌다. 자궁경부암 원인 바이러스로 잘 알려졌으며, 약 40개 유형이 존재하고, 이 중 16·18형이 암을 유발한다. 다른 유형의 HPV는 구강과 목구멍에 사마귀를 일으킬 수 있으나, 암으로 발전하지는 않는다. 다만 현재까지 치료제는 없고 예방할 수 있는 백신만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