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2공장 내부 전경.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가 고객사로부터 확보한 수주잔고가 100억달러를 돌파하면서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분야 1위 기업 스위스 론자에 대한 맹추격에 나섰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021년 수익성에서 론자를 제친 데 이어 송도4공장에 세계 최대 규모의 생산 설비를 확보하며 현재 6위인 매출 규모에서도 빠른 속도로 덩치를 키우고 있다.

4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2031년까지 항체의약품 CDMO 수주잔고가 44억2300만달러(약 5조7700억원)로 나타났다. 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으로부터 의뢰받은 제품 개발이 성공할 경우 수주잔고는 102억7800만달러(약 15조7700억원)까지 치솟는 것으로 집계됐다.

수주잔고는 이월주문, 추후납품, 밀려 있는 주문량 등을 포함하는 것으로, 향후 최대 15조원 이상의 일감을 확보했다는 의미다. 생산량 기준으로는 1804만8000L에 이른다. 제품 상용화에 성공하면 생산량도 2배 이상 늘어난 4020만3000L에 달할 전망이다. 지난 4분기 추가 계약 여부에 따라 수주잔고는 더 늘어 날 수도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CDMO 사업이 위축할 것이라는 외부 우려와 달리, 낙관적인 전망을 내놔 눈길을 끌었다. 그 자신감의 배경에 든든한 수주잔고가 있었다는 게 업계 해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초 연간 매출 전망치로 3조3765억원을 제시했다.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 잠정치 3조원을 넘어서 약 12% 증가한 금액이다.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지난 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투자행사인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매출은 최소 주문이 있고, 생산을 하지 않아도 돈을 받는다”며 “현재 수주잔고는 최소 기준이며 실제로는 훨씬 높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세계 10대 제약사 가운데 7곳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세계 1위 화이자를 비롯, 존슨앤드존슨(J&J), 로슈, 노바티스, MSD,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 등이다.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까다롭기로 소문난 세계 주요국 인허가 기관으로부터 생산시설 인증을 확보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물론,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의약품청(EMA) 등에서 받은 인증만 200개에 이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든든한 수주잔고를 바탕으로 현재 세계 1위 CDMO기업인 론자와의 간격을 바짝 좁힌다는 계획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매출은 2019년 7000억원 수준에서 2020년 처음 1조원을 넘어선 뒤 2021년 1조5680원을 기록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3조원으로, 국내 제약과 바이오 기업 중 처음으로 3조원 시대를 열었다.

지난해 론자의 매출은 62억2300만프랑(약 8조6700억원) 규모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확보한 수주잔고만으로도 이를 넘어선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수익성에서는 이미 론자를 앞섰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 신광수 가톨릭대 보건의료경영대학원 교수가 유럽기획연구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지난 2020년 2위 기업인 미국의 캐털런트에 이어 2021년에는 1위 론자를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송도 4공장 설립으로 생산 능력에서는 이미 세계 1위 CDMO 기업으로 올라섰다. 지난해 10월 부분 가동을 시작한 4공장은 6월부터 완전가동에 돌입한다. 4공장 생산능력은 24만L로, 단일 공장 기준 세계 최대 규모다. 1~3공장까지 총 생산능력은 60만4000L다. 4공장은 이미 제약·바이오기업 8개사의 11개 제품을 생산하며, 추가로 23개사와 34개 제품에 대한 계약도 논의하고 있어 향후 수주액은 더 늘어날 것이란 낙관적 전망이 나온다.

론자 미국 휴스턴 공장 전경. /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