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캄보디아에서 10대 소녀가 조류인플루엔자(AI)에 걸려 목숨을 잃었다. 조류인플루엔자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 조류에 치명적이지만, 드물게 사람도 감염돼 사망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미국에선 6개월에 한 번 또는 매년 계절 백신을 맞을 것을 권고한다. 감염된 경우 스위스 제약사 로슈가 만든 독감 치료제 '타미플루'를 활용한다.

27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조류인플루엔자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새와 접촉하기 2주 전 계절독감 백신을 맞는 것이 권고된다. CDC는 계절독감 백신이 조류인플루엔자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발병률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조류인플루엔자는 닭, 칠면조, 오리 등 가금류에 발생하는 조류의 급성 전염병이다. 바이러스 병원성에 따라 사람에게 전염할 수 있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와 저병원성 인플루엔자로 분류된다.

사람이 조류인플루엔자에 걸린 첫 사례는 1997년 홍콩에서 처음 나왔다. 애초 종간 장벽이 있어 사람은 감염되지 않는다고 알려진 사실을 뒤집은 것이다. 당시 보고된 바이러스는 H5N1형이었다. 캄보디아 11세 소녀의 목숨을 앗아간 바이러스 역시 H5N1형이다.

이론적으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총 198개 조합이 나올 수 있다. 사람을 비롯해, 가금류, 돼지, 물개 등 다양한 종류의 척추동물이 감염될 수 있는 A형 바이러스는 표면에 헤마글루티닌(H)과 뉴라미니다아제(N)라는 단백질로 구성된다. H와 N 유형은 각각 18개, 11개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한 전북의 한 농가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통제를 하고 있다. /뉴스1

조류인플루엔자의 인체 감염 사례 대부분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가금류와 접촉, 감염된 조류의 배설·분비물에 오염된 사물과 접촉으로 발생한다. 감염된 닭 분변 1g에는 10만~100만 마리 닭을 감염시킬 수 있는 바이러스가 포함돼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중국에서 처음 보고된 H5N6형 조류인플루엔자 인체 감염 사례로 사망한 이들 대부분이 감염된 생닭과 생오리를 만지거나 접촉한 것으로 조사됐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인체 감염 시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은 기침과 호흡 곤란 등 호흡기 증상이다. 발열, 오한, 근육통 등의 신체 전반에 걸친 증상이 동반된다. 호흡기 증상 없이 위장 관계 증상, 중추신경계 관련 증상만 나타난 사례도 있다.

삼성서울병원에 따르면 인체 감염 시 치료법은 일반적인 독감 치료법과 같다. 입원을 하거나 폐렴이 있는 경우 타미플루를 투여한다. 타미플루는 WHO가 인정하는 유일한 조류 인플루엔자 치료제다.

조선영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감염된 조류는 AI 바이러스를 침이나 점액, 대변을 통해 배출하기 때문에 감염된 조류와 직·간접적 접촉을 피해야 한다"며 "방역 담당자의 경우 예방적으로 항바이러스제를 투약하고, AI에 부분적 예방 효과가 기대되는 인플루엔자 예방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예방을 위한 백신은 유행하는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대응할 수 있는 백신을 맞으면 된다. 조류인플루엔자는 코로나19와 달리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전 세계에 독감 백신을 공급하는 제약사들이 바로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맞는 형태로 백신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다국적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박스터, 호주 CLS, 중국 시노백을 비롯, 프랑스 사노피 등이 백신을 만들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주 백신 제조사들에게 H5N1 조류인플루엔자 백신 후보에 대한 사전 작업을 요청했다.

한국도 지난 2015년 처음으로 인체감염 예방을 위해 자체 기술로 H5N1형 대응 조류인플루엔자 백신을 개발했다. 당시 녹십자와 목암생명공학연구소가 WHO로부터 백신주를 분양받아 계절독감 백신 생산과 같은 유정란 배양 기법을 통해 개발했다.

국내 백신 업체 관계자는 "균주만 확보한다면 현재 국내 백신 생산 업체도 곧바로 조류인플루엔자 백신을 생산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코로나19, 독감과 같이 수요가 크지 않아 사전에 대량 생산하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유정란 배양 기법을 활용할 경우 조류인플루엔자 확산할 경우 유정란 확보가 어려워 생산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확산하면 국내 계란 생산량이 감소할 수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마트에 진열된 계란.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