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간호협회를 제외한 의료단체들이 간호법 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를 막기 위해 강경 투쟁에 나섰다. 지난달 간호법에 반대하며 삭발한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 외에 장인호 대한임상병리사협회 회장, 강용수 대한응급구조사협회 회장, 최운창 전라남도의사회 회장이 삭발했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 13개 보건의료단체로 구성된 ‘보건복지의료연대’는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회원 약 1만 여명이 참여한 야당의 간호법 및 의료인면허법 처리 강행을 규탄하는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간호법은 기존 의료법에서 간호사에 대한 규정을 별도로 떼어 만든 법이다. 간호사 인력 확보, 정부 재정으로 교육전담간호사 고용 등 간호사 처우 개선을 위한 내용이 골자다. 간호협회는 간호사 처우 개선을 위해서는 이 법안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지난 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이 법이 국회 본회의로 직행했다. 이 밖에 의료인이 금고 이상 형을 받으면 면허가 취소되는 ‘중범죄 의사 면허 박탈법’ 도 국회 본회의로 올라갔다. 이에 따라 오는 3월 말 국회 본회의 상정과 투표가 가능해진다.
의협과 간호조무사협회, 응급구조사협회 등은 간호법이 특정 직군에게만 특혜를 주는 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간호사 처우는 기존 의료법으로도 충분히 개선될 수 있는데 굳이 따로 법을 만들어서 혼란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이들은 간호법 제정이후 다른 직역들이 법을 쏟아내기 시작하면 기존의 의료법이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고 본다.
이필수 의협 회장은 “국회와 정치권은 간호사라는 특정 직역의 편향적인 입장만을 전면 수용해 보건의료계의 갈등 양상을 파국으로 몰고 있다”라며 “모든 보건의료인이 상생할 수 있는 법안은 얼마든지 제정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간호법이 폐기될 때까지 총력 투쟁할 것”이라고도 했다.
곽지연 대한간호조무사협회장은 “(간호법을 보면) 간호조무사를 비롯한 약소 직역에 대해서는 처우 개선과 존중을 찾아볼 수 없다”라고 말했고, 장인호 대한임상병리사협회장도 “모든 직역이 동의하지 않은 간호법 개정이 초래할 부작용을 누가 책임지는건가”라고 말했다.
장 회장은 “(간호법은) 의료 현장의 엄청난 혼란으로 의료의 질 저하를 불러올 것이며,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간호법은 정부도 제정에 반대하고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9일 국회 복지위 전체회의에서 간호법 제정에 대해 “조금 더 협의했으면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얼마 전 의협 비상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에 선출된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은 “14만 명 의사와 400만 명 보건복지의료연대인들은 코로나로부터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해 헌신했지만, 뒤통수를 맞았다”라며 “악법이 거대 야당의 횡포로 통과되려 한다”고 말했다.
이날 총 궐기대회에는 연세대학교의료원장인 윤동섭 대한병원협회장도 참석했다. 윤 회장은 의사면허박탈법을 철회할 것으로 요구했다. 윤 회장은 “모든 범죄에 대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5년 이상 의료인 면허가 취소될 수 있는 의료법 개정안은 지나치게 부당하다”라며 “교통사고를 낸 의료인이 환자 곁을 떠나야 한다는 것이 과연 합당한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