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웰트 사무실에서 강성지 웰트 대표가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고운호 기자

불면증을 치료하는 모바일 앱인 ‘솜즈(Somzz)’가 국내 1호 디지털치료기기로 허가를 받으면서 2호 허가 제품에 대한 관심도 크다. 솜즈는 ‘불면증 인지행동치료(CBT)’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구현한 소프트웨어다. 업계에선 2호 허가 제품도 솜즈와 유사한 불면증 치료 소프트웨어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15일 ‘국내 첫 디지털치료기기 허가’ 브리핑에서 “허가 시기를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현재 유사한 불면증 증상 개선을 목적으로 임상 단계에 있는 2호 제품이 있다”고 밝혔다.

오 처장은 “(2호 제품 외에) 임상 단계에 있는 파이프라인에 있는 디지털치료기기가 다양한 목적으로 30개 이상 된다”라고도 말했다. 2호 디지털치료기기가 현재 심사 중에 있고, 추가로 허가를 받으려고 임상 중에 있는 디지털 치료기기가 30개 정도 된다는 뜻이다.

디지털 치료기기는 디지털기술을 이용해 질병 개선 또는 치료 효과를 기대하는 소프트웨어다. 소프트웨어는 애플리케이션(앱), 게임, 가상현실(VR) 등으로 구현할 수 있다. 사람 몸에 전기 자극 등을 줘서 정신계나 면역계나 대사질환을 치료하는 전자약과는 다른 개념이다.

업계에서는 웰트가 개발하는 불면증 치료앱 ‘필로우Rx’가 2호 제품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필로우는 솜즈와 같은 시기에 식약처로부터 임상 승인을 받고, 확증 임상에 들어갔다. 이번에 공동 1호 제품으로 허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솜즈와 웰트의 기전은 유사하다. 앱에서 수면 습관 교육과 실시간 피드백을 받고, 이 과정을 6~9주간 수행하면 수면의 효율이 높아져 불면증이 개선되는 식이다. 예를 들어 환자가 수면 일기를 작성하도록 하게 해 수면 시간을 고정시키고, 낮잠을 자지 않도록 조언하는 방식으로 생활 습관을 교정하게 된다.

올해 안에 불면증 이외의 질환으로 디지털 치료기기가 추가 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라이프시맨틱스가 폐암,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 호흡기 질환자 재활을 돕기 위해 개발하는 처방형 소프트웨어인 ‘레드필 숨튼’이 있다. 라이프시맨틱스는 레드필 숨튼에 대한 임상을 끝나고 현재 결과를 분석 중이다.

식약처는 지난 2020년 세계 최초로 ‘디지털 치료기기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을 내놓으면서 불면증 등 5종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고, 올해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ADHD), 섭식장애에 이어 오는 2027년까지 8종 적응증의 가이드라인을 추가할 계획이다.

ADHD와 섭식장애 관련 디지털 치료기기는 내년 이후에 허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식약처 강영규 디지털헬스규제지원과장은 “올해 12월 ADHD와 섭식장애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다”라며 “관련 디지털 치료기기 제품이 개발되고 있고, 임상도 준비 중에 있기 때문에 가이드라인 발표 시기에 맞춰 신청을 접수하면, 내년 이후에 허가가 될 것으로 예측한다”라고 말했다.

디지털 치료기기는 케미컬 약물(1세대) 항체 의약품 등 바이오 의약품(2세대)를 이은 3세대 치료제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따. 기대에 따라 시장 규모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타티스타는 세계 디지털치료기기 시장 규모는 지난 2016년 16억7000만달러에서 2025년 89억4000만 달러(약 11조원)로 연평균 20.5% 커질 것으로 봤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국내 시장 규모도 2019년 1247억원에서 2025년 5288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