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치료제인 인슐린 주사제. /AP 연합뉴스

삼천당제약(000250)이 인슐린 주사를 대체할 먹는 약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8일 삼천당제약에 따르면 이르면 4월 중 중국 주사형 당뇨 치료제 판매 1위 기업인 통화동보와 먹는 인슐린 개발을 위한 본계약 체결이 예상된다. 지난 2020년 11월 전략적 제휴(LOI)를 맺은 이후 약 27개월 만이다.

당뇨병에 걸리면 평생 약 복용과 혈당 측정에 신경 써야 하고 각종 합병증 위험에 노출된다. /조선일보DB

당뇨병 환자 치료에 필요한 인슐린은 100년 가까이 주사 형태로만 투여했다. 환자 고통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형태로 인슐린을 체내로 주입하기 위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기술적 한계에 계속 부딪히고 있다. 전문가들은 흡수 과정에서의 문제로 당분간 주사제를 대체할만한 인슐린이 나오기 어렵다고 내다보면서도 개발은 지속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삼천당제약은 본계약 체결 이전 먹는 인슐린의 비임상 시험 결과 등을 바탕으로 통화동보와 물밑 작업을 벌여 왔다. 이에 따라 통화동보는 임상과 허가에 필요한 자금 전액을 부담하기로 했다. 임상 단계별로 수령할 수 있는 마일스톤과 순이익의 20%를 삼천당제약에 지급하는 등의 세부 요건도 마무리 단계다. 지난 1월 양측은 임상과 중국 독점 판매권에 대한 법적 구속력 있는 '주요 계약 사항'을 협의했다.

삼천당제약 관계자는 "통화동보와 바인딩 텀싯 관련 사항에 대한 법적 구속력을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슐린은 당뇨병 환자에 투여한다. 당뇨병은 말 그대로 혈액 중 포도당(혈당)이 높아 소변으로 나온다는 의미다. 탄수화물의 기본 구성성분인 포도당이 체내 세포에서 이용되기 위해서는 인슐린이 필수다. 인슐린은 혈당을 낮춰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제대로 분비되지 않으면 당수치가 과도하게 올라간다. 이로 인해 주기적으로 인슐린을 투여해야 한다. 당뇨병 자체는 무서운 질병이 아니지만, 여러 합병증을 일으켜 환자에게 고통을 준다.

직장인들이 건강검진센터를 찾아 혈당을 측정하고 있다. /종근당

의료진과 환자 모두 먹는 인슐린에 거는 기대가 크다. 당뇨병 환자에게 인슐린을 투여하기 위한 방식으로는 주사제가 거의 유일한 대안이다. 주사제 특성상 환자 입장에서는 고통으로 인해 거부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당뇨병 환자는 매일 스스로 주사로 인슐린을 투여한다. 의료진도 환자에게 올바른 주사 투여 방식을 교육해야 한다.

아직 먹는 인슐린을 개발한 기업은 없다. 덴마크 노보노디스크가 2019년 임상 2상까지 성공했지만, 비싼 약값으로 기존 약을 대체하기 힘들다고 보고 포기했다. 이스라엘 오라메드 파마슈티컬스는 지난 1월 임상 3상에 실패했다고 발표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연구진을 비롯한 과학계에서도 먹는 인슐린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실제 상용화까지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먹는 인슐린 개발이 난항을 겪는 것은 낮은 '흡수율' 때문이다. 인슐린이 제대로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혈류와 간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러나 먹는 약은 위장 내 위산을 통과하기 어렵다. 이로 인해 흡수율이 한 자릿수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대학의 한 내분비내과 교수는 "먹는 인슐린은 위장관을 통과하는 소화 과정에서 파괴되는 한계로 인해 개발이 어렵다"라며 "패치형 인슐린 개발도 이뤄졌었지만, 잘되지 않았고 주사제를 대체할만한 투여 방식은 당분간은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한당뇨병학회 연구이사를 맡고 있는 이대호 가천대길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주사제 인슐린이 발전하면서 일주일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 맞는 주사도 나오고 있다"면서 "주사는 여전히 교육이 필요하고 보관이 어려운 측면이 있어 편하게 먹는 형태의 약 개발이 계속해서 시도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