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산업이 '제2의 반도체'로 급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은 의료기기산업이 오는 2029년 888조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제조업에 속하는 의료기기산업의 성장은 고용 창출, 투자 확대와 같은 낙수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의료기기산업 종사자는 지난해 기준 국내 보건 산업 종사자 중 가장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우리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가 산업 활성화를 위해 팔을 걷어붙인 배경이다. 조선비즈는 국내 의료기기 산업 최전선에서 고군분투 중인 기업들의 이야기를 연재한다. [편집자주]
심전도는 심장의 전기적 활동 상태를 그래프로 나타낸 것이다. 심장병 진단과 심장 부정맥 진단에 활용된다. 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생체 이상 징후는 생사와 직결할 수 있어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는 게 중요하다. 120여 년 전인 1903년 심전도를 처음 개발한 네덜란드 의사 빌럼 에인트호번이 1924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배경이다.
박정환 메쥬 대표는 의료기기와 사물인터넷(IoT) 기술 결합에 주목했다. 디지털헬스케어 산업의 핵심인 '의료사물인터넷(IoMT)'이다. 몸에 붙이는 심전도 패치 같은 하드웨어부터 스마트폰으로 심전도를 측정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한다. 핵심 제품은 '하이카디'로 불리는 심전도 진단 장비다. 동전만 한 패치를 가슴에 부착하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으로 언제 어디서나 심전도를 원격으로 확인할 수 있다.
박 대표는 "2018년 법인 설립 이전 글로벌 리서치 보고서를 분석하며 어떤 사업을 준비할지 긴 시간 고민을 해왔다"라며 "심전도 기술이 개발된 지 120년이 넘었지만 제대로 하는 회사가 별로 없다고 판단해 미국 나스닥 상장사 아이리듬을 벤치마킹해 메쥬를 설립했다"라고 말했다.
메쥬 설립 이전 박 대표는 개인사업자 형태로 의료기기 핵심 솔루션 제공 업체를 운영한 경험도 있다. 그러나 기술만 이용하려는 대기업에 염증을 느꼈고, 과감히 정리 후 2018년 연세대 의공학 박사 후배 3명과 함께 메쥬를 창업했다.
애초 메쥬는 동물을 대상으로 한 심전도 솔루션으로 출발했다. 국내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원격의료가 불법이라서다. 원격으로 사람의 심전도를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과정은 다툼의 여지가 너무 많았다. 기술개발까지 끝냈지만, 사람에 적용하지 못한다면 한계가 뚜렷했다.
그러던 중 2019년 강원도가 디지털헬스케어 규제자유특구로 선정됐다. 강원도 안으로 한정되지만 사람을 대상으로 한 원격의료의 길이 열린 것이다. 박 대표는 곧장 원주에 위치한 소금산으로 달려갔다. 등산객 2000명에게 심전도 패치를 나눠주고 3~4시간 동안 심전도 데이터를 측정했다. 야외에서 진행된 첫 대규모 원격의료 사례다. 이렇게 확보한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연세대 원주세브란스병원에 넘어갔다. 사실상의 임상시험으로,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박 대표는 "심전도를 측정한 2000명 가운데 320명가량(약 16%)에서 심전도 이상을 측정했다"며 "산에 다니시는 분 대부분이 고령층인데 60세 이상 인구에서 심장질환 의심 인구가 13% 정도니 유의미한 데이터를 확보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중 7명은 자신도 모르는 질환을 알게 돼 병원에서 수술, 시술을 받고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연구 결과에 대한 신뢰성 확보를 위해 스마트폰으로 심전도 패치를 제공한 2000명 모두를 사진으로 남기기도 했다.
약 3년 동안 축적한 데이터도 방대하다. 박 대표는 "심장이 한 번 뛸 때마다 나타내는 반응을 비트라고 하는데, 4억비트 이상을 얻었다"라며 "이는 모두 의사들이 진단한 마친 고품질 데이터"라고 설명했다.
메쥬는 지난해 8월부터 국내 약 200개 병원에 하이카디를 공급하고 있다. 동아제약과 동아에스티가 공급을 맡았다. 2021년 2억원대 매출이 1년 만인 2022년 약 14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100억원을 목표로 한다.
해외 시장 공략도 본격화한다. 설립 이후 연초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소비자 가전쇼인 CES를 빼놓지 않고 찾았다. 아마존에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이후 사업 논의를 해보자는 '러브콜'도 이어졌다. 지난해 FDA 신청 후 올해 상반기 중 허가를 기대하며 미국 법인 설립도 계획 중이다.
박 대표는 "심전도는 계속해서 추적하는 게 중요한데 오랜 기간 측정하면 데이터양도 많고, 장비도 비싸다. 심전도를 판독할만한 의료진도 적다"라며 "환자 입장에서는 생사도 불투명한데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료진 간 협진할 수 있는 환경만 마련돼도 어느 정도 이런 불편을 해소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조선비즈는 강원도 원주에 위치한 메쥬의 연구개발(R&D)센터에서 박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박 대표와의 일문일답.
-창업 계기와 회사 소개 부탁드린다.
"디지털 헬스케어라는 범주 영역에서 웨어러블 형태의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회사로 2018년 설립했다. 설립 전에 여러 의료기기 핵심 솔루션을 제공하는 개인사업자 형태의 기업도 운영했는데, 국내 대기업들이 기술만 이용하려고만 해 과감히 접고 연세대 의공학 박사 4명이 설립했다. 학교에서 연구실에서 의료기기 리서치, 연구개발을 하다 보니 의료 솔루션을 접할 기회가 많았는데 이를 IT(정보기술)와 결합해 나가자는 구상이 계기가 됐다."
-메쥬라는 사명이 특이하다. 어디서 따왔나.
"메디컬이큅먼트주라는 의미다. 주는 동물원이다. 동물원처럼 의료기기 기술 솔루션을 다양하게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다."
-조직 구성은 어떻게 되나.
"강원도 원주에 제1연구소와 제2연구소, 서울에 사무실을 별도로 두고 있다. 제1연구소는 연구개발(R&D)을 주로하고, 제2연구소는 리서치만 한다. 연구를 하고 적용 가능한 기술을 제1연구소에서 개발하는 식이다. 서울사무소는 규제, 영업 담당이다. 데이터를 다루니 데이터를 판독하는 인력들이 필요한데, 임상간호사, 임상병리사 등이 대부분 서울에 있다."
-메쥬만의 강점은.
"2018년 5월 법인을 설립했다. 그전에 글로벌 리서치 보고서를 보면서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고민을 상당히 많이 했다. 그러다 가장 잘 알고 있는 기술인 심전도 기반으로 하는 게 좋다는 판단했다. 심전도 기술이 개발된 것은 120년 전이다. 그런데도 심전도를 제대로 하는 회사가 별로 없었다. 그래서 이쪽으로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시장을 분석하다 보니 우리나라는 원격 의료가 안 됐다. 반면 미국은 됐다. 그러다 나스닥 상장사인 아이리듬을 분석하게 됐고, 이를 벤치마킹해서 기술을 더 녹였다."
-특허 문제는 없나.
"형태의 특허는 어떤 식으로든 해결할 수 있다. 기능과 기술에 대한 특허가 중요하다. 심전도는 120년 전에 나온 기술이라 사실 특허권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일부 사용자인터페이스(UI)와 같은 부문에서 특허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 마이너한 부문이다."
-주요 제품이 궁금하다.
"심전도 패치인 하이카디와 스마트뷰, 라이브스튜디오로 구성된다. 하이카디는 생체 신호와 호흡을 측정하는 패치형 단말기다. 스마트뷰는 스마트폰 앱으로 데이터를 볼 수 있는데, 환자가 스스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고, 병원에서는 환자 감시 장비처럼 쓸 수 있다. 의사가 환자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는 플랫폼이 라이브스튜디오다."
-국내외 인증 현황이 궁금하다.
"기본적으로 하이카디, 스마트뷰, 라이브스튜디오 모두 국내에서 인허가를 다 받았다. 유럽의료기기 인허가도 받은 상태다. 미국 FDA 허가는 지난해 12월 신청해 대기 중이다. 올해 5월 중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개발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인허가 단말기 규제보다는 사업적인 규제가 어려웠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 의료법상 진단은 의사만 하게 돼 있다. 어떤 기능을 제공하고 싶어도 많이 못 한다. 분석 결과 정도만 할 수 있다. 이게 일종의 규제다. 국내서는 서비스를 원격으로 제공하는 것이 불법이다."
-자세히 설명해달라.
"국내서는 원격의료가 불법이다. 사람한테 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동물은 사물로 친다. 그래서 동물을 대상으로 먼저 개발했다. 인허가를 받은 뒤 사람으로 넘어가려고 하는데 힘들었다. 개발까지 완료했는데 원격의료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상용화하려니 불법 여지가 너무 많았다. 그러다 강원도가 규제자유특구 사업자로 선정됐다. 원주 소금산 출렁다리에서 2000명을 대상으로 병이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하는 대규모 야외 시험을 진행했다. 무작위로 패치를 붙여주고 산에 올라갔다 내려올 때까지 3~4시간 동안 데이터를 원주 세브란스병원에 넘겼다. 결과가 나왔는데 320명 정도가 병원을 가봐야 한다고 나왔다. 16% 정도인데, 산에 다니는 분들 대부분이 연령대가 높다. 60세 이상이면 심장질환 있을 확률이 13% 정도니 유사했다. 실제 7명은 병원에서 수술과 시술을 받았다."
-심전도가 어떤 의미가 있는가.
"신체검사, 건강검진을 받을 때 30초 정도 심전도를 측정한다. 이 짧은 시간에 증상이 발현했다가 사라진다. 그래서 계속해서 추적하는 게 중요하다. 오랜 시간 측정하면 데이터양도 많고, 장비도 고가다. 국내서는 심전도를 판독할만한 전문의가 200명 밖에 없다. 지역 병원에는 인력이 거의 없다. 일반인 입장에서 심장이 이상하다 느껴 병원에 가서 30초를 하고는 알 수 없다. 대학병원은 가니 대기만 4개월이 걸린다. 당장 죽을지도 모르는데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원격진료가 아니라 데이터 기반으로 의료진들끼리 협진할 수 있게만 해줘도 해결할 수 있다. 심전도 패치를 붙인 후 데이터를 대학병원 의사에게 넘긴 뒤 지역 병원 의사에게 증상만 설명해주면 된다. 지역 병원 의사도 그 정도 배경지식은 다 있다. 결국 환자에게 피드백도 빨리 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동안 쌓아온 데이터가 얼마나 되나.
"굉장히 많다. 통상 말하는 빅데이터는 그냥 막 쌓은 거다. 의료데이터는 성격이 다르다. 의사가 라벨링을 해줘야 한다. 심장이 한 번 뛸 때마다 반응이 나타나는데 이걸 1비트(Beat)라고 한다. 의사가 진단한 고품질 데이터 4억비트가 있다. 심장내과, 순환기내과가 기본적이지만, 인공장비센터, 산부인과센터 등과 같은 장비로도 데이터를 얻었다. 그러면 데이터가 심장, 신경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다 라벨링을 할 수 있다."
-기존 동물 대상으로 한 사업은 정리한건가.
"애초 동물 대상 시장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국내 동물병원이 3000개 정도 되는데, 동물병원 의사는 대게 1명 정도다. 영업을 하는 동아에스티에서 준비 중이다. 심전도 패치는 피부에 붙여야 한다. 동물의 경우 털이 있어 어렵다. 그래서 목줄 형태의 타입으로 털을 깎지 않고 측정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했다. 말이나 소와 같은 다른 동물에게도 시험을 다 해봤다."
-제품 공급·생산은 어떻게 되나.
"2연구소와 생산공장이 함께 있다. 아직 생산 능력이 많지는 않고, 월 2000대 정도 생산할 수 있다. 월 300~400대 정도 나가고 있어 여유는 있는 상태다. 향후 시장이 커질 때에 맞춰 생산 능력을 늘리면 된다."
-주 타깃층 병원인가. 다른 공급처 확대 계획은.
"기업과 정부 간의 거래(B2G)로 보면 보훈병원, 보건소 여러 기관과 거래할 수 있다. 또 기업 간 거래(B2B)에서는 플랫폼 사업자, 소프트웨어 회사가 단말기를 필요로 하면 심전도 패치만 납품하고 소프트웨어는 자기들 것을 활용할 수도 있다. 다만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의 경우 진단 결과를 알려 줄 수 없다. 그래서 의료기기가 아니라 건강관리 분야로 고민 중이다."
-해마다 CES에 참가하고 있다.
"타사 제품과 비교해 강점은 심전도 패치 내 스마트 알고리즘이 계속해서 돌고 있다는 것이다. 통상 데이터만 수집한다면 우리 제품은 머신 러닝 기반으로 패치에서 데이터 분석이 이뤄진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원격진료 업체들은 의료기기를 택배로 환자에게 전달할 수도 있다. 또 실제 병원에서 진료하듯 의사가 보고 이상한 거 같다고 하면 곧바로 조처를 할 수도 있다. CES에서도 이런 부문을 계속해서 강조해왔고, 여러 기업이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아마존케어에서도 FDA 허가가 나오면 얘기를 해보자고 했다."
-해외 진출 계획은.
"올해 상반기 미국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다. 국내는 의료기관만 병원을 설립할 수 있지만, 미국은 독림진단검사시설(IDTF)이라는 것을 기업이 설립할 수 있다. 얼굴 보고 진단하는 병원이 아니라 분석병원으로, 환자 데이터를 분석만 하는 병원을 설립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로 치면 의료수가 청구도 할 수 있다. 대형 로펌을 통해 사업성은 물론, 법적 동향도 파악하며 준비 중이다."
-헬스케어 시장 전망과 과제는.
"디지털헬스케어 시장은 향후 반도체 시장보다 더 커질 시장이다. 한국은 정보기술(IT)과 클라우드 인프라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디지털헬스케어 후진국은 아니다. 그러나 의료기기는 선진국이다. 심전도의 경우 미국 다음이 우리다. 심전도 패치를 기반으로 AI를 활용해 그동안 진료 못 했던 분야들이 많다. 신장내과에서 심전도 기반으로 한 혈액 분석, 알츠하이머 진단 시 영상 기반으로 뇌가 어떻게 되는지, 심전도 기반의 파킨슨병 진단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정 카테고리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게 규제 문제를 해결되면 디지털헬스케어 시장 특정 분야인 웨어러블 분야로 글로벌 선두가 될 수 있다. 스타트업이 치고 나갈 수 있게 제도적으로 유연하게 뒷받침해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