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이 넘는 장수기업에는 공식이 있다. 시대 흐름에 맞춘 유연한 사업 포트폴리오와 사회와의 공존이다. 시대에 뒤처진 기업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기업은 자연스럽게 도태된다.

1902년 설립된 네덜란드 DSM의 발자취는 장수기업 공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DSM은 1900년대 석탄 채굴 사업으로 시작해 오늘날 글로벌 영양과학 분야 1위에 오른 기업이다. 요즘 전세계적 화두로 떠오른 환경·사회·지배구조(ESG)와는 거리가 먼 사업으로 시작했지만, 첨단 산업으로 손꼽히는 헬스케어 원료 회사로 탈바꿈한 것이다. 이는 시대 흐름을 잘 읽고 사업에 적극 반영한 결과이기도 하다. 석탄은 과거 주 에너지원이었다.

/이신태PD

DSM의 핵심 사업은 3개로 압축된다. 건강식품 원료와 관리(HNC), 동물 사육원료와 관리(ANH), 식음료(FNB) 등이다. 건강기능식품, 영유아 영양, 특수의료용도식품, 영양개선식품, 일반식품 분야에 걸쳐 고품질 원료와 솔루션을 제공 중이다. 국내서는 고려은단, 종근당건강, 대상웰라이프, 매일유업 등 제약·유통업계의 파트너로 잘 알려져 있다.

DSM은 ‘변화’라는 단어로 표현하기 역부족일 만큼 혁신을 꾀해왔다. 흔히들 복용하는 비타민C 원료 제조사로 유명하지만, 과거 광산업, 석유화학, 정밀화학을 주 사업으로 해왔다. 시대와 환경 변화에 맞춰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변화를 끊임없이 지속한 것이다.

필립 아이케르만(Philip Eykerman) DSM 휴먼뉴트리션&헬스 대표 겸 M&A부문 총괄(글로벌 대표)이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이신태PD

필립 아이케르만(Philip Eykerman) DSM 휴먼뉴트리션 앤드 헬스 대표 겸 인수합병(M&A) 부문 총괄(글로벌 대표)은 “목적 기반의 성과 중심 회사인 만큼 M&A 과정에서 과학을 기반으로 한 목적과 성과, 회사의 비전과 문화를 최우선으로 고려한다”라며 “현재 DSM은 건강과 영양, 바이오 사이언스에 집중하고 있으며, 향후 영양·뷰티·웰빙회사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DSM은 100년이 넘는 기간 변화를 지속해왔다. 스스로를 ‘유니크한 기업’이라고 평가하는 이유다.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DSM에게 또 다른 변화를 요구했다. 아이케르만 대표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류는 단순 기대 수명 증가로 오래 사는 게 아니라 건강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라며 “운동과 휴식, 건강보조식품과 같은 영양을 챙기는 스스로의 관리가 중요해졌다”고 평가했다. 프랑수아 셔플러(François Scheffler) DSM 휴먼뉴트리션 앤드 헬스아시아·태평양 대표도 “우리는 건강 증진과 영양, 관리를 중시한다”며 “치료보다 예방에 집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프랑수아 셔플러(François Scheffler) DSM 휴먼뉴트리션&헬스아시아·태평양 대표(아시아 대표)가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이신태PD

DSM의 지속적인 사업 변화는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DSM은 인구 증가와 기후 변화로 세계가 직면한 식량, 지구, 환경에 대한 문제 해결을 중점 과제로 삼고 있다.

아이케르만 대표는 “DSM은 이익(Profit), 사람(People), 지구(Planet) 등 3P를 목표로 탄소 중립을 선언했다”며 “2030년까지 온실가스 총량을 2016년과 비교해 59%를 절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셔플러 대표는 “사회와 환경적 측면에서 모두 바로 보고 있다”며 “원료와 성분이 제조되는 장소에서 생태학적으로 물질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20일 한국DSM 사무실이 있는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에서 한국을 방한한 아이케르만 글로벌 대표, 셔플러 아시아 대표와 만났다. 다음은 두 대표와 일문일답.

-한국 방문 목적은.

프랑수아 셔플러 아시아 대표 “한국은 디지털 선진국이다. 또 건강과 영양에 대해 이해도가 높은 국가이기도 하며 고령화에 있어 중요한 시장이다. 건강과 영양, 바이오 사이언에 있어 중요한 시장이다. 한국팀 노력을 축하하기 위한 차원이기도 하다. 그동안 한국 시장은 매년 실적을 초과 달성할 정도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이는 한국 팀이 보유한 디지털과 미디어 이해도가 높기 때문이다.”

-DSM의 주 사업 부문은.

프랑수아 셔플러 아시아 대표 “건강과 영양 선진 기업으로, 비타민, 오메가3 등의 원료를 만드는 굴지의 회사다. 동물용 제품도 생산하고 있다. 주주를 위한 수익 창출도 중요하지만, 인간과 지구, 미래를 위해 도움을 주고자 한다. 현재 영양 관련 제품과 식품 분야 개선에 집중하는 세계 1위 기업이다. 오랜 역사와 과학에 기반해 차별화되는 유니크한 기업이다.”

-아·태지역 건강 트렌드가 궁금하다

프랑수아 셔플러 아시아 대표 “한국과 일본에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고령화에 접어드는 인구 방안이 필요하다. 또 팬데믹 이후 면역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확대됐다. 질병에 노출될 수 있는 리스크를 파악한다면 건강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빠르게 예측할 수 있다.”

필립 아이케르만 글로벌 대표 “한국의 경우 디지털화도 있다. 개인 맞춤형 솔루션을 비롯, 디지털 헬스 솔루션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 ICT 결합 사례가 있나.

프랑수아 셔플러 아시아 대표 “개인화한 영양 솔루션 보유하고 있다. 진단을 직접 하는 것이다. 예컨대 비타민 D 수치를 직접 진단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전송하면 앱에서 자동으로 제품을 추천한다. 이용자는 개인에 맞는 제품을 구매한 뒤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영유아 원료 특허도 다수 보유 중이다. 어려운 점은 없나.

프랑수아 셔플러 아시아 대표 “영유아 시장은 규제가 강하다. 까다롭고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생후 2~3년이 아이의 인생을 좌우한다. DHA의 양도 3년 동안 결정된다. 그래서 상당한 투자를 진행 중이다. 중요도가 높은 만큼 오랜 기간 쌓아온 노하우를 토대로 최고라고 생각한다.”

오메가-3 지방산(ALA, EPA, DHA) 중 하나인 DHA는 인체의 뇌, 눈, 심장의 주요 구성 성분이다. 인체에서 생산되지 않기 때문에 식품 등과 같이 외부로부터 섭취, 보충해야 하는 필수 영양소에 해당한다.

필립 아이케르만 글로벌 대표 “영유아에 가장 좋은 것은 사실 모유 수유다. 우리가 제조한 분유를 모유 품질에 근접하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품질 높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다양한 제품 만들어 성공을 거뒀다고 생각한다.”

-팬데믹 이후 시장은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프랑수아 셔플러 아시아 대표 “여러 마켓 트렌드 보인다. 영양에 있어 면역이 중요하다고 파악했다. 여러 보충제와 보조제에서 원재료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런 신뢰는 제품뿐 아니라 전체의 공급망에도 적용된다. 생산, 제조뿐 아니라 패키지 이후 전 과정에서 신뢰도가 중요하다. 편리성에 대한 중요도 높아졌다. 구매 대부분이 온라인에서 진행된다. 간단하면서 전체를 총괄할 수 있는 솔루션을 만들고 있다.”

필립 아이케르만 글로벌 대표 “팬데믹으로 인류 건강이 악화했다. 단순 기대수명 높아져서 오래 사는 게 아니라 건강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운동과 휴식, 건강보조식품, 영양을 챙기는 등 스스로 더 많이 관리하는 추세가 확산했다.”

-세계적 관점에서 시장의 장기 전망은.

프랑수아 셔플러 아시아 대표 “영양, 건강 시장 지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보다 빠른 추세로 성장 중이다. 특히 미래에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영양 시장의 경우 자동차 산업보다 성장 속도가 빠르지 않았다. 이는 기회가 남아있다는 것이다. 맞춤화 서비스와 부가 서비스, 디지털 요소를 추가해 성장할 기회가 많다. 한국 시장은 차별성 있다. 네이버, 유튜브, 홈쇼핑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영양 정보를 상당히 많이 얻고 정보 접근성이 높다. 신뢰를 쌓고 편리성 강화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고령화는 기회지만, 저출산은 악재다.

프랑수아 셔플러 아시아 대표 “한국에서 출산율은 사회문화적 분위기가 크게 작용한다. 출산율이 떨어지면 우리가 가진 비즈니스 중 영유아 사업이 힘들 수 있다. 다만 인간의 전 생애주기를 총체적으로 보면 부와 지식이 축적될수록 기대수명이 높아진다. 연령층의 진화 과정을 보고 대응하고 있다.”

필립 아이케르만 글로벌 대표 “단순 출산율이 우리 사업의 성공을 좌지우지하지 않는다. 생애주기를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따라 사업 성패가 결정된다. 그런 의미에서 얼리 라이프 혁신이 많을 수 있다. 분유 성분을 모유에 가깝게 하는 등 여러 측면에서 혁신이 있을 수 있으며 앞으로도 혁신을 계속할 것이다.”

-DSM 역사 100년이 넘었다. 지속가능성이 궁금하다.

필립 아이케르만 글로벌 대표 “DSM은 프로핏(이윤), 피플(사람), 플래닛(지구)이라는 3P를 목표로 하고 있다. 단순 이산화탄소만 고려해서는 안 되며 더 많은 측면을 보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탄소 중립을 선언했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총량을 2016년 대비 59% 감축할 계획이다.”

프랑수아 셔플러 아시아 대표 “사회적인 측면과 환경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원료와 성분이 제조되는 공간에서 많은 노력을 진행 중이다. 과거 어류에서 추출해왔던 오메가3 지방산을 식물성 미세조류로부터 생산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어업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다. 동시에 소비자에게는 건강식품을 제공할 수 있다. 사회적, 경제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

-DSM만의 노력으로는 힘들 것 같다.

필립 아이케르만 글로벌 대표 “전체 밸류 체인에 있어 지속가능성을 추구하고 있다. 예를 들어 낙농업 기업과 사업을 하는데 소에서 처음 시작했다. 젖소와 육우가 배출하는 메탄이 환경 문제로 부각됐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사료 첨가제를 만들었고, 메탄 배출은 30~60% 줄일 수 있었다. 혼자서는 할 수 없다. 파트너사의 비즈니스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민간, 정부, 기관들이 모두 참여하는 팀 스포츠로 보면 된다.”

-끝으로 강조하고 싶은 부문은.

필립 아이케르만 글로벌 대표 “DSM은 120년 전 광산 채굴산업을 시작으로, 비료, 화학, 플라스틱 등을 진행한 뒤 헬스케어 분야로 전환했다. 후대에게 더 좋은 세상을 남기는 것을 기업의 책임이라고 믿고 있다. 세계인의 더 밝은 삶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가치관으로 글로벌 영양 과학 기업으로 확고한 입지를 다져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