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중국 정부의 치과용 임플란트에 대한 물량기반조달(VBP) 1차년도 입찰에서 국내 기업인오스템임플란트와 덴티움(145720)이 각각 49만 1090세트와 40만 3687세트를 배정 받았다. 두 회사가 이번 입찰을 통해 거둔 매출은 각각 698억원과 573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은 의약품이나 의료기기의 환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사전 수요 조사 결과에 따라 정부가 직접 대량 구매에 나서서 가격을 낮추는 정책을 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치과용 임플란트를 대상으로 올해 처음으로 이 정책을 도입했고, 3월말부터 4월중순까지 지방 정부도 이를 확대 시행할 예정이다.
국내 임플란트 기업들은 중국 정부가 VBP대상에 임플란트를 넣으면 시장 공급 가격이 떨어져서,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인 스위스의 ‘스트라우만’와 같은 유럽 강호들이 가격을 낮추면, 중저가 브랜드인 한국 기업들은 밀려나는 구조일 수 밖에 없다는 계산이었다.
그런데 결과는 정반대였다. 오스템이 이번에 배정 받은 물량은 입찰에 참여한 업체 가운데 가장 많았다. 오스템이 낙찰받은 물량은 스트라우만의 2.3배에 이른다. 국내 기업들이 예상을 깨고 선전한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가격의 벽’이 높았던 점을 이유로 꼽았다. 스트라우만과 노벨바이오케어 등이 입찰가격을 시장 가격과 대비해 32%씩 낮췄지만, 한국과 중국 회사들이 써낸 가격을 따라잡지는 못했다. 독일의 베고임플란트는 아예 입찰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임플란트 특유의 마케팅 전략도 주효했다. 국내 업체들은 병원에서 재료 구입에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임플란트를 ‘패키지’ 형식으로 판매한다. 먼저 제품을 주고, 비용은 추후에 받는 방식인데, 자금조달 비용을 회사가 대신 내 주는 식이다.
반대로 유럽과 미국 업체들이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서 가격을 대폭 인하했지만, 시술료 상한은 4500위안으로 설정돼 있어서 고가 임플란트를 쓴다고 치과 의사들에게 큰 이득이 없는 것이 이런 결과로 나타났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김충현 미래에셋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이번 VBP입찰을 계기로 한국 업체들이 중국 국공립병원을 신규 거래처로 확보했다는 것도 의미가 크다”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VBP정책을 고수하면 유럽 임플란트에 대한 수요는 더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앞서 중국 정부가 현지 치과 병의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수요 조사에서 설문 대상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7%가 오스템 제품을 구매하겠다고 밝혔다. 국공립 병원 물량 납품을 추정하면, 오스템과 덴티움 각각 올해 매출이 지난해와 비교해 1.1%, 2.8% 늘어날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오스템과 덴티움의 주가도 많이 올랐다. 올해 초 주당 12만원까지 떨어졌던 오스템 주가는 단숨에 13만 9000만원으로 치솟았고, 지난해 연말 8만 6000원이었던 덴티움 주가는10만원을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중국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민간 임플란트 시장이다. VBP적용을 받지 않는 민간 시장은 ‘고품질’ 글로벌 제품이 우세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것 역시 극복 가능할 것으로 의료계는 보고 있다. 최병준 경희대치과병원 교수는 “오스템과 덴티움 등 한국 임플란트 업체들은 임상적으로 확인되면서도 가격을 낮춘 전략을 썼다”라고 설명했다.
두 회사 모두 치과의사 출신이라서,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높기기도 하다. 오스템 창업주인 최규옥 회장은 서울대 치대 출신이고, 덴티움 창업주인 정성민 회장은 경희대 치대 출신 경영자다. 최 회장은 “국내 치과에서는 유럽산 임플란트의 품질이 좋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환자들이 국내업체를 찾는다”라며 “그만큼 마케팅 전략이 우수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중국 로컬 업체들의 성장이 가장 큰 리스크로 보인다. VBP 입찰 제도를 포함한 중국 정부의 행보를 보면 임플란트 시술 확대를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중국 정부에서 임플란트 가격을 떨어뜨려, 시술 접근성을 확대하면, 소비자 수요가 증가하면, 가격을 최대한 낮춘 업체가 결국 승리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