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한 약국. /연합뉴스

정부가 약국의 판매 수량 제한 조치를 통해 해외판매 목적의 사재기 단속에 나선다.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폭증한 데 따라 감기약 품귀 현상이 벌어지면서 국내 감기약을 중국으로 재판매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자 대응에 나선 것이다. 다만 정부는 중국인이 경기도 한 약국에서 600만원어치 감기약을 구매했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파악했다고 전했다.

보건복지부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관세청과 30일 ‘제4차 감기약 대응 민관협의체 회의’를 열고 범정부 차원에서 감기약 사재기에 대해 강력히 대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약국의 감기약 판매 수량 제한 등의 유통개선 조치를 추진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다음 주 초 공중보건 위기대응 위원회를 개최하여 유통개선 조치 시점, 대상, 판매 제한 수량 등에 대해 논의한다. 관세청은 해외 판매 목적의 감기약 사재기 단속을 위해 국외로 반출되는 감기약이 자가소비용이 아닌 판매용인 경우 수출신고 대상이며, 공항공사, 우정사업본부 등 관계기관 협업으로 감기약 수출검사를 강화하여 위반 시 관세법에 따라 밀수출로 처벌할 것이라고 했다. 관세법에 따라 밀수출 적발 시 3년 이하 징역 또는 물품원가 상당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복지부는 대한약사회 등 관련 단체와 전국 보건소에 감기약 과량 판매의 위법성을 알리고 단속 강화를 요청했지만, 여전히 감기약 사재기 사례가 계속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단속 강도를 한층 더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약국이 감기약을 과량 판매하는 행위뿐만 아니라, 구매자가 재판매를 위해 감기약을 구입하는 행위도 약사법 위반사항인 만큼 적발 시 처벌 대상이 된다. 약사법에 따라 약국 등의 개설자는 의약품을 도매하면 안 된다. 위반 시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은 물론, 위반 횟수에 따라 최대 1개월 업무정비 처분을 받을 수 있다. 또 약국 개설자가 아니면 의약품을 판매하거나 판매할 목적으로 취득할 수 없으며 위반 시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복지부, 식약처, 관세청은 “재판매 등을 목적으로 한 감기약 과량 구매는 수급 상황 악화뿐만 아니라 의약품 오남용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못한 행위인 만큼 범정부 차원에서 철저히 조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최근 한 중국인이 경기도 하남시 한 약국에서 감기약 600만원 어치를 구매했다는 사실 확인 결과, 해당 지역 내 39개 약국을 조사했지만 판매 약국이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전했다. 감기약 600만원 어치는 현재의 감기약 부족 상황을 감안하면 보통의 약국에서 보유하기 어려운 양이며, 감기약 1통을 3000원으로 가정할 때 2000통에 달하는 양을 1인이 여행용 캐리어로 운반하는 것은 흔치 않은 등 통상적인 사례로 보기에 어려운 점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명확한 사실관계 파악이 요구될 수 있으므로, 수사 의뢰 등 약사법 위반 확인을 위한 효과적인 방안을 모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