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30대 남성의 정신건강이 급격히 악화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질병관리청은 27일 ‘국민건강영양조사 기반의 성인 정신건강 심층보고서’를 내고 최근 13년간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바탕으로 국내 성인의 정신건강 주요 지표를 분석한 결과를 소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성인의 우울장애 발생률과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하는 자살생각률, 실제 극단적 선택을 계획하는 비율(계획률)은 최근 13년간 큰 변화 없이 여성이 남성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여성의 정신건강은 점차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남성이 우울장애를 겪는 비율은 지난 2014년 4.2%에서 2020년 4.4%로 0.2%포인트(p) 늘어난 반면 여성은 같은 기간 9.1%에서 6.2%로 떨어졌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번쯤 생각한 자살생각률은 남성은 2013년에는 3.5%, 2017년에는 4.2%로 올라갔다가 2021년에는 3.4%로 다시 내려갔다. 여성은 2013년 5.7%에서, 2015년 6.3%로 올라갔다가 2021년 다시 5.1%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극단적인 선택을 실제 계획한 비율의 경우 남성은 2013년 1.3%에서 2020년 1.5%로 올라갔다가 2021년 1.1%로 다시 떨어졌다. 여성은 2013년 1.6%에서 2020년 2%까지 올라갔다가 지난해 1.4%로 다시 떨어졌다. 세대별로 보면 50대 이상 여성의 경우 우울장애 유병률과 자살생각률, 자살계획률은 큰 폭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남성에 비해서는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특히 우울감과 극단적 선택과 관련한 정신건강 지표는 교육 수준과 소득 수준이 낮은 경우, 무직이거나 배우자가 없는 경우, 흡연자와 비만 당뇨 환자 같은 만성질환자들에게서 높게 나타났다.
보고서는 코로나19 유행 전인 2018~2019년, 유행 이후인 2020~2021년의 정신건강 지표도 비교했다. 보고서는 코로나19 유행 이후 우울장애 유병률은 남성이 성인 전세대에 걸쳐 늘어난 반면 여성은 20~30대만 큰 폭으로 늘고 40대 이상부터는 줄어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우울장애가 발생한 비율이 30대 남성은 187%, 40대 남성은 132% 늘어 코로나 사태로 30~40대 남성의 정신건강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중학교나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미혼, 흡연과 음주를 하는 남성도 코로나 사태로 우울장애를 더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한 비율은 전연령대를 기준으로는 다소 줄었지만 30대 남성과 여성은 코로나 사태 전보다 늘었다. 특히 30대 남성은 실제 극단적 선택을 계획한 비율이 498%나 늘어났고 교육 수준이 높은 남성의 계획률이 181%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 수준이 낮을 수록 우울장애가 더 많이 늘었던 것과 달리 극단적인 선택 계획은 대학교 졸업 이상 학력을 가진 남성에서 181% 늘어 교육 수준이 높을 수록 더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전반적인 정신건강은 여전히 남자에 비해 여자에게서 좋지 않으나, 코로나 유행 이후에는 30대 남자의 정신건강 악화 정도가 더 증가해, 이에 대한 관심과 관찰이 필요하다”며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활용한 심층분석 결과가 국가 건강정책 수립의 근거 자료로 적극 활용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