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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청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기후변화에 따른 국민 건강영향 인식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 약 63.2%가 건강에 미치는 기후변화의 영향이 심각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 과반수가 기후변화가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고 느끼는 것이다.

최근 이런 불안이 단순 기우가 아님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극도로 춥거나 더운 기온이 허혈성 심장병, 뇌졸중, 심부전 및 부정맥과 같은 심혈관 질환이 있는 사람들의 사망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 심혈관질환자 위협하는 기후위기

버락 앨러마드 미국 하버드대 챈 보건대학원 연구원 연구팀은 극도로 춥거나 더운 날씨가 늘어나는 기후변화가 심혈관 질환 사망과 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미국심장학회 학술지 ‘서큘레이션(Circulation)’에 발표했다. 서큘레이션은 환경 심장 분야 최고 권위지다.

연구팀은 1979~2019년 사이 5대륙 27개국 567개 도시에서 발생한 3200만 명 이상의 심혈관계 질병으로 사망한 사람에 대한 건강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다음 각 도시에서 ‘최적온도’에 비해 가장 덥거나 추운 날에 사망한 사람의 수와 비교했다. 최적온도는 심혈관 질환에 의한 사망자가 가장 낮은 온도를 기준으로 했다. 가장 덥거나 추운 날의 수는 전체 일수의 2.5%로 계산했다.

그 결과 허혈성심질환, 뇌졸중, 심부전, 심계항진 4가지 심혈관 질환 모두 기온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온과 심혈관계 질환 사이의 상관관계를 나타낸 그래프로 x축은 백분위수로 변환한 절대온도(℃)이고 y축은 문제로 하는 위험요인과 질병과의 관련를 나타내는 지표의 하나인 상대위험도를 나타낸다. 온도가 낮아질수록(파란 실선), 온도가 높아질수록(빨간 실선) 각각 상대위험도가 높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연구진이 공개한 그래프를 보면 온도가 낮아질수록(파란 실선), 온도가 높아질수록(빨간 실선) 각각 상대위험도가 높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구체적인 수치로 봤을 때는 극도로 더운 날의 사망자 수가 1000명 당 2.2명, 극도로 추운 날의 사망자 수가 1000명 당 9.1명이 추가로 발생했다.

가장 기온의 영향을 많이 받은 심혈관 질환은 심부전으로 혹서기에 발생한 사망자 수느 2.6명, 와 혹한기에 추가로 발생한12.8명에 이른다.

이번 논문의 공동저자인 하이탐 크라이셔 미국 메릴랜드대 의대 박사는 “100건의 심혈관계 사망 중 1건은 극한의 기온을 보인 날과 연관됐다”며 “너무 덥거나 추운 날에 심혈관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 경고할 수 있는 예방 시스템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공중보건 성공 사례도 무용지물

심장병은 인류사에서 인간의 건강을 위협해온 위험한 질병이지만 1960년대 이후 사망률이 줄어들면서 현대 공중 보건의 대표 성공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기후변화에 따른 문제는 이런 개별적 치료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광범위한 환자를 낳는다는 점에서 기존 방식의 접근은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논문 저자인 앨러마드 연구원도 “담배, 운동 부족, 제2형 당뇨병, 고혈압 등 개별적인 위험 요인들이 심장질환의 주 원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심장 전문의들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면서 “기후변화라는 전 지구적인 시대 흐름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의학계의 숙제”라고 설명했다.

로버트 해링턴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교수는 “이 논문은 기후와 인간의 건강이라는 사회적 논의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앞으로 기후와 건강 사이의 상관관계를 정의하기 위한 더 많은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참고자료 서큘레이션(Circulation) doi: 10.1161/CIRCULATIONAHA.122.0618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