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에 살던 50대 남성 A씨는 지난 2020년 코로나19로 실직한 후 1년째 직장을 못 구했다. 건설 현장 일용직으로 일했던 그는 건설 경기마저 나빠지면서 그 일자리를 잃었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그는 복지급여를 신청했지만, 일할 능력이 있다는 이유로 반려됐다. 그는 지난해 2월 혼자 살던 원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시신은 숨진 지 닷새 뒤에 숙소를 찾은 가족에게 발견됐다.
지난해 A씨처럼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채 죽음을 맞이한 사람은 3378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고독사’로 숨진 사람의 절반은 A씨와 같은 50~60대 남성이다.
보건복지부는 14일 정부 차원에서 처음으로 진행한 고독사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정부는 그동안 중앙 정부차원에서 고독사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지자체별로 자체적으로 집계를 해왔는데, 무연고 사망자를 토대로 인원을 추정하는 수준이라 정확한 집계가 어려웠다.
이날 공개된 집계는 지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 동안 가족 친척 등 주변사람과 단절된 채 홀로 사는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병에 걸려 숨진 사례를 모은 것이다. 복지부 산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관련법에 따라 경찰청의 사망자 현장 감식자료 24만건을 받아 분석한 것이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고독사하는 사례는 전체 사망자 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 내외지만 꾸준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7년 2412명이던 고독사 사망자는 2018년 2450명에서 2019년 2331명, 2020년 2622명으로 늘었다. 올해는 처음으로 3000명을 넘어서 3378명이 홀로 외로운 죽음을 맞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 남성 고독사 사망자는 1만2143명, 여성 사망자는 2551명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3.7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남성 사망자는 2817명, 여성은 529명으로 5배 가까이 차이가 난 것을 보면 격차가 벌어지는 추세다. 연평균 고독사 증가율은 남성은 10%, 여성 5.6%로 남성 사망자의 증가율이 높다.
연령별로 보면 50~60대는 고독사 사망자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50대 남성 26.6%, 60대 남성 25.5%로 전체 고독사의 절반을 넘었다. 자연사와 사고사, 고독사를 합친 전체 사망자에서 80대 비중이 가장 크지만 고독사만 기준으로 하면 50~60대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복지부는 설명했다.
송인주 서울시복지재단 선임연구위원은 “50~60대에서 고독사가 많은 것은 사회보장제도를 제대로 받지 못하기 때문으로 보인다”라며 “이런 사람들을 사회복지망에서 고립된 사람이라고 칭하는데, 사회적으로 단절되면서 복지망에서 고립된 사람들이 가장 위험하다”라고 설명했다.
고독사 가운데 극단적인 선택으로 숨진 사람은 16.5~19.5%로 추정된다. 지난해 20대 고독사 사망자 가운데 17.3%가 자살로 숨졌다. 젊을수록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고독사가 많다는 뜻이다.
복지부는 자살 이외에 다른 사망 원인은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고독사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내년 1분기까지 제1차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