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상장폐지 위기에서 벗어난 신라젠이 스위스 제약사 바실리아로부터 도입한 항암제 후보물질 등 다양한 신약 파이프라인을 앞세워 연구개발(R&D) 중심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김재경 신라젠 대표는 1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연구 인력을 확충하고 임상에 집중해 발 빠르게 글로벌 빅파마로 기술 이전을 추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것”이라며 “R&D 인프라 확충, 인재 확보 등으로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아낌없이 쏟아 기업 가치를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신라젠의 간담회는 지난 10월 한국거래소로부터 주식 거래 재개 결정을 받은 이후 처음이다. 재기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대외적으로 알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신라젠은 오는 2023년까지 기존 개발 중이던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펙사벡’의 임상 2상 결과를 받고, 항암제 BAL0891에 대한 개발 전략을 수립한다. 또 항암바이러스 플랫폼 기술 SJ-600에 대한 최적의 치료 유전자 조합 발굴에도 나설 계획이다.
BAL0891은 신라젠이 바실리아로부터 도입한 항암제의 일종인 유사분열 체크포인트 억제제(MCI) 후보물질이다. 신라젠에 따르면 해당 물질은 동물실험에서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저해하고 경구 투여보다 정맥 투여에서 뛰어난 항암 효능을 나타냈다.
신라젠은 펙사벡으로 구성된 단일 파이프라인이 취약점으로 꼽혀왔는데, 후보물질 도입으로 약점을 보완한 것이다. 김 대표도 “유망 파이프라인 하나에 의존하지 않고 추가로 지속해서 개발하는 노력은 신약 개발 회사의 중요한 일”이라며 “우수한 파이프라인을 도입하고자 전력을 다했고 이제 그 결실을 보고자 하는 노력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BAL0891의 임상 1상 환자 모집은 미국에서 진행된다. 이미 임상 센터를 확보한 만큼 삼중음성유방암 등 난치성 암종을 대상으로 임상을 신속하게 진행하겠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한국에서도 임상을 진행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국내 ‘빅5′ 병원 중 일부와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J-600 시리즈 연구 개발에 대한 임상 현황과 계획도 발표됐다. SJ-600 시리즈는 정맥 주사로 전신에 투여할 수 있다. 고형암과 전이암까지 직접적으로 약물 전달이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현재 SJ-607의 동물 실험을 마무리한 단계로, 내년 미국암연구학회(AACR)나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등에서 연구 결과를 발표할 예정으로, 기술수출도 추진한다.
신라젠은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노바티스, 릴리 등 글로벌 제약사에서 임상 경험이 있는 마승현 최고의약책임자(CMO)를 비롯한 의사 3명을 포함해 연구개발 인력을 40% 이상 늘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