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사이언스(302440)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해 개발한 '국산 1호 백신' 스카이코비원의 존폐를 가를 '운명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스카이코비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전적격성평가(PQ) 결과가 이르면 12월 중 공개된다. PQ는 개발도상국에 의약품과 진단시약을 공급하기 앞서 WHO가 유효성과 안전성을 검증하는 단계다. 보건당국은 수요가 없어 생산을 중단한 스카이코비원을 WHO를 통해 아직 수요가 남아 있는 개발도상국에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결과에 따라 스카이코비원의 생산이 재개될지, 아니면 폐기 수순을 밟을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폐기보다 공여가 낫다고 보고 WHO의 평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29일 "스카이코비원의 활용 방안을 두고 정부 내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며 "이번에 WHO의 평가 결과가 나오면 다양한 검토를 통해 좀더 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이처럼 WHO의 평가 결과를 기다리는 것은 이 문턱만 넘으면 해외로 공급할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스카이코비원은 올해 6월 29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산 코로나19 백신 가운데 처음으로 정식 품목 허가를 받은 제품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만 정식 허가를 받다보니 현재까지는 국내에만 공급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식약처가 품목허가를 내리기 전인 지난 3월 SK바이오사이언스와 스카이코비원 1000만도즈 선구매 계약을 맺었다. 그동안 해외에만 의존하던 코로나19 백신을 자체 기술로 확보했다는 상징성을 반영한 조치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현재까지 초도 물량인 60만도즈를 공급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고 백신 불신으로 접종률이 저조해지면서 남은 계약 물량의 처리 문제를 두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스카이코비원의 사실상 접종률은 거의 '0%대'에 그친다. 이달 22일 기준 접종에 투입된 스카이코비원은 총 3665도즈다. 초도 물량으로 공급받은 물량 가운데 실제 접종한 비율이 0.61%에 불과한 것이다.
스카이코비원의 경쟁력 상실은 이미 예견됐다. 이 백신은 코로나19 사태 초기 확산한 바이러스를 기반으로 개발됐다. 델타와 오미크론 변이가 잇따라 나타나면서 선진적인 메신저리보핵산(mRNA) 기술을 확보한 미국 화이자와 모더나도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한 개량백신을 내놨다.
초기 백신 접종자 비율이 높은 것도 뒤늦게 개발에 성공한 스카이코비원의 설 자리를 잃게 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국내 인구 약 90%는 1·2차 접종을 마쳤다. 10명 중 9명은 백신을 맞았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알레르기 반응 등으로 접종하기 어려운 인구를 제외하면 사실상 맞을 사람은 다 맞았다고 평가한다. 백경란 질병청장이 "개량 백신이 개발돼 공급되지 않는다면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한 배경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선구매 계약을 맺은 물량을 해외로 돌려 판매하는 것도 가능하다"면서도 "판매보다는 공여 가능성이 높지만 폐기보다는 낫지 않겠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