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바이오 신약 개발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를 국무총리실 이상 조직으로 상향하고 재정과 인력양성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의료 현장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형기 서울대병원 임상약리학 교수는 10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2022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은 신약과 바이오 개발에서 첫째로 중요한 요소에 해당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2020년 정부 연구개발(R&D)에서 신약개발에 투자되는 예산은 과학기술정통부가 1977억원, 보건복지부1839억원, 산업통상자원부 271억원, 식품의약품안전처 256억원 등 8개 부처가 약 47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너무 많은 부처가 신약 개발 관련 정책을 갖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부처간 경쟁과 이기심 등 다양한 문제가 나타나 효율을 얻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중복투자와 전략 부재를 해결하려면 지속성 있는 정부 조직으로 신약 개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컨트롤타워로서 ‘제약바이오위원회’ 신설을 공약했는데, 아직까지 별다른 추가 조치가 없다”면서 “컨트롤타워가 단순한 위원회 형태를 띤다면 ‘어공(어쩌다 공무원)’이 ‘늘공(늘 공무원)’을 이길 수 없어 집중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전략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지속성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무엇보다 제약·바이오 컨트롤타워를 통해 임상시험에 필요한 자금과 우수 인력 공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약 개발에 필요한 3상 임상시험에는 2000억원 정도가 필요하다”며 “한국의 5대 제약사의 연간 영업이익을 보면 1000억원 미만인데, 이런 회사들조차 3상 임상시험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정부가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펀드를 만들었지만, 실효성이 없다”며 “모태펀드의 정부 출자 비율은 20%로, 나머지는 민간이 채워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펀드 구성의 의지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과거 한국이 반도체 강국이 되기 위해 필요한 인력 규모를 기업에 묻고, 대학과 유관기관이 이를 양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지속적으로 인력 공급이 이뤄진 점을 고려해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국내에 ‘바이오클러스터’가 곳곳에 흩어져 난립해 있고 규제과학이 없어 복합적인 기술이 융합돼 나온 제품들이 당국의 허가를 받기 어렵고 신약 개발에 대한 혁신 가치 인정이 충분하지 못하다”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