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035720)는 지난해 12월 디지털 헬스케어 진출을 선언하며 사내독립기업(CIC)을 설립했다. 국내 대학 병원이 합작 법인을 설립하거나 스타트업에 지분 투자를 한 적은 있지만, 직접 헬스케어 회사를 설립한 것은 처음이다. 올해 3월 ‘카카오헬스케어’ 법인을 세우며 사업 진출에 필요한 구체적인 채비를 마쳤다.
카카오헬스케어의 시선은 국내가 아닌 글로벌 시장을 향해 있다. 지난해 회사 설립과 동시에 최고경영자(CEO)로 영입된 ‘의사 출신’ 황희 대표가 이를 주도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소아청소년과 교수로 일하던 황 교수는 의사이기 이전 사업에서도 경험이 풍부한 인물로 평가된다.
지난 2001년 분당서울대병원과 함께 설립한 헬스케어 정보기술(IT) 회사 ‘이지케어텍’에 2015년 부사장으로 합류해 종합병원 전자의무기록(EMR)과 병원정보시스템(HIS)의 해외 사업 확대를 주도했다. 병원에서도 의료 IT와 데이터 관련 업무를 했고, 이지케어텍에서도 의료정보 시스템을 만들어 국내와 해외에 적용한 경험이 있다.
황 대표는 14일 조선비즈와 인터뷰에서 카카오헬스케어로 자리를 옮긴 배경에 대해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오랫동안 해오던 일과 경험을 카카오의 모바일, 인공지능(AI) 기술력과 결합해 더 발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카카오가 헬스케어 생태계를 혁신하고 기여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사업을 시작했고, 이는 자신이 구상하던 방향성과 일치했다는 설명이다.
황 대표는 회사를 옮긴 직후 줄곧 글로벌 진출을 위한 물밑 작업에 매진했다. 그는 “법인 신설되고 이제 반 년 정도 지났다”며 “초기에는 사업 방향을 설정하고 이것이 카카오가 추구하는 방향에 부합하는지, 사회에 도움이 되고 글로벌 확대가 가능한지 고민하고 면밀하게 실펴보는 과정을 거쳤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이를 근거로 사업 방향에 맞춰 조직을 구성하고, 인력을 채용했다”며 “사업모델을 구체화해 다양한 이용자, 파트너와 성장하는 데이터 기반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를 구축하고 글로벌 공략에 나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카카오헬스케어는 스타트업과 병원은 물론, 카카오브레인과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손잡고 긴밀한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데이터가 뒷받침하는 헬스케어 사업을 위해서는 내·외부와의 협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지난 9월 기준 17개 병원과 스타트업과 업무협약을 맺었으며 다양한 협업 파트너를 지속해서 물색 중이다.
회사는 ‘헬스케어를 활용하는 모든 사람을 위한 동반자, 친구, 비서’를 핵심 가치로 지향한다. 황 대표는 “이용자와 파트너 관점에서 카카오 공동체가 보유한 역량과 경험을 활용해 사업 방향을 설정하고 있다”며 “이용자에게 ‘스마트폰을 통해 전 주기적으로 개인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파트너에게는 헬스케어 데이터 공유와 활용을 지원하는 ‘데이터 조력자’로 협력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아마존웹서비스(AWS), 애플, 아마존과 같은 글로벌 ‘빅테크’들 역시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위한 청사진을 그리는 중이다. 국내에서 경쟁사로 꼽히는 네이버도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황 대표는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 분야는 매우 다양하고, 각 회사가 주력하는 사업, 아이템은 다를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용자를 위한 서비스는 글로벌에서 활약할 수 있는 역량이 충분하며 초기부터 다양한 글로벌 사업을 염두에 두고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인터뷰에서 ‘글로벌’이라는 단어를 10회 이상 언급하며 해외 시장 진출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그는 “미국과 유럽연합(EU), 중국, 일본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서 90%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쉬운 길을 택한다고 국내만 염두에 두고 사업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성장을 막아 놓고 시작하는 일”이라며 “이용자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은 국내외 모두 동일하다”고 강조했다.
과거 자신이 몸 담던 이지케어텍에서 쌓은 노하우를 카카오헬스케어에 녹여 내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황 대표는 “분당서울대병원과 이지케어텍에서 병원정보시스템으로 글로벌 진출을 하겠다고 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이 비현실적이고 무모한 도전이라고 했다”며 “병원 경영진의 신뢰 속에 전략적으로 시장을 선정하며 타깃을 좁혀 노력한 결과, 미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 ‘톱5′ 전자의무기록(EMR) 업체로 성장시켰다”고 말했다.
이지케어텍은 지난 2001년 설립된 헬스케어 IT 전문기업이다. 국내 중대형 병원의 의료정보사업과 함께 병원정보 시스템을 수출한다. 국내외 등록·출원한 의료 IT 특허만 33건, 축적한 진료·수술 용어는 5만6000건에 달한다. 황 대표는 지난 2015년 이지케어텍에 합류해 글로벌 사업을 주도해왔다.
황 대표가 각 산업계는 물론, 병원 내에서 불고 있는 ‘디지털전환(DX)’이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는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이나 여러 가지 다양한 기술 기반의 새로운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며 “병원 의료 질 평가와 경영관리에 AI를 접목하거나,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생체신호 분석을 통한 위험환자 예측, 메타버스 기반 기술을 이용한 병원 인력과 환자 대상 교육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헬스케어는 올 연말까지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준비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본격적인 서비스 시점은 내년 중으로 전망된다. 황 대표는 “사업 방향에 대한 구체적인 시행 계획과 서비스의 구조 등이 세팅되는 것이 우선”이라며 “내년 중 가시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