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백신과 치료제 도입에 최소 8조원을 투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집행 예산을 포함하면 10조원에 육박한다. 정부가 지금까지 확보한 코로나19 백신은 2억6082만회분, 치료제는 200만4000명분에 이른다.
하지만 최근 들어 백신 접종 건수는 사실상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 치료제의 처방률 역시 저조한 수준이다. 국민 10명 중 3명이 백신 추가 접종을 하지 않겠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고, 감염 확산에도 불구하고 중증 단계로 넘어가는 환자가 크게 늘지 않으면서 먹는 치료제 처방률은 30%에 그친다. 방역당국은 백신 접종과 치료제 처방을 권장하고 있지만, 얼마나 많은 인원이 동참할지 미지수라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8兆 쏟아 코로나19 백신·치료제 도입…백신 2억6084만회분·치료제 200만명분
17일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추진단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9월 15일까지 정부가 국내외 제약사와 계약한 코로나19 백신은 2억6084만회분으로 나타났다.
화이자가 1억2749만회분으로 가장 많고 모더나(5400만회분), 노바백스(4000만회분), 아스트라제네카(2000만회분), 국산 백신(1000만회분), 코백스(COVAX·국제 백신 공동 구입 프로젝트를 통해 확보한 735만회분), 얀센(200만회분) 순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3년간 예산 총 7조6855억원을 편성했다. 2020년 3561억원에서, 2021년 4조8630억원으로 대폭 늘린 이후 올해 2조9471억원으로 줄였다. 예산 집행률은 2020년 62.43%(2223억원)를 기록했고, 지난해의 경우 92.87%(4조5161억원)로 나타났다. 올해의 경우 9월 15일 기준 절반을 조금 넘은 50.58%(1조4906억원)이다. 현재까지 3년 동안 총 집행액은 6조2290억원이다.
정부는 이와 별도로 코로나19 치료제 총 200만4000명분도 확보했다. 미국 화이자의 팍스로비드를 시작으로, 미국 제약사 머크(MSD)의 라게브리오 등의 도입을 위해 계약을 맺었다. 첫 물량은 화이자 제품으로 1월부터 들어왔다. 질병관리청이 지난해 8월 31일 공개한 예산안에 포함됐던 코로나19 치료제 예산은 168억원이다. 이는 1만8000명분으로, 1인당 비용은 약 95만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치료제 구매비용에 최대 1조8000억원을 지출한 것으로 추산된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안 맞고 안 먹어'…유효기간 지나 폐기 우려 고조
정부가 백신과 치료제 확보와 적용 확대에 나서고는 있지만 정작 한편에선 접종과 치료제 복용을 꺼리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유효 기간이 있는 백신과 치료제를 찾는 사람이 적어지면 자연스레 폐기로 이어질 수 있다. 수조 원을 들인 백신과 치료제를 폐기 처분해야 하는 것이다.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백신혁신센터 천병철 교수팀이 전국 만 19세 이상의 일반 성인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30.5%는 올가을 또는 겨울 코로나19 백신 추가 예방접종 '의향이 없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3명은 백신을 추가로 맞지 않겠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 조사 결과가 코로나19 백신의 효과, 안전성에 대해 정부와 제약회사가 왜곡하거나 은폐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적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19 치료제 처방은 30%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연초 들여온 2만1000명분 가운데 일주일 동안 109명이 처방받는 등 저조했던 실적을 고려하면 고무적이지만, 정부는 여전히 낮은 수치로 보고 있다.
정기석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장 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코로나19 특별대응단장도 지난 14일 "현재 30% 정도인 코로나19 먹는 치료제 처방률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고 했다.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사용이 줄어들면 기존 보관하던 물량들은 폐기 처분할 수밖에 없다. 유효기간 때문이다.
이미 58만1686바이알(병)과 144만98시린지(단회백신, 노바백스 기준)가 유효기간 경과로 폐기됐다. 백신 온도 일탈, 용기 파손 등의 사례까지 더할 경우 지난해 2월부터 최근까지 폐기된 백신은 최소 591만1920명분에 달한다고 조 의원실은 지적했다.
화이자의 치료제의 경우 유효기간이 12개월에 불과해 당장 내년 2월부터 유효기간 만료 물량이 생긴다. MSD 치료제의 경우 내년 9월이다.
조 의원은 "정부가 방역패스를 일률 적용하고 강제 접종을 추진하면서도 백신 피해자에 대한 대응을 부실하게 한 것도 접종률 저조의 원인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또 "근본적으로는 전 정부에서 코로나19 발생 초기 백신 확보에 실패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적절한 수요예측 없이 더 비싼 가격으로 후속물량을 사들인 점도 문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