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유리창에 떨어진 빗방울로 전기에너지를 만드는 에너지 소자를 개발했다. 무더운 여름철에는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도 실내 온도를 낮출 수도 있다. 악천후에 사용이 제한되는 재생에너지의 단점을 보완해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을 돕는 기술이다.
노준석 포스텍(포항공대)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전자전기공학과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기후 조건과 날씨에 관계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청정에너지 소자를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태양광, 풍력, 수력 같은 재생에너지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으면서도 지속적으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기술이다. 자원을 고갈시키지 않으면서 환경 오염도 없어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은 2036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28.9%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재생에너지는 기후와 날씨에 큰 영향을 받는 만큼 주력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령 태양광 발전은 해가 뜨지 않고 흐리거나 비가 오는 날에는 전력 생산량이 급감한다. 풍력 발전도 바람이 불지 않는 날에는 사용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포스텍 연구진은 이 같은 문제를 극복할 새로운 재생에너지 발전 소자를 개발했다. 마찰 대전과 복사 냉각 기술을 결합해 기상 상황에 관계 없이 일정한 발전이 가능한 방식이다. 마찰 대전은 서로 다른 물질이 붙었다가 떨어질 때 전하를 갖는 현상이다.
새롭게 개발한 발전 소자는 자외선과 적외선 영역의 빛은 반사하거나 흡수한다. 반면 가시광선은 쉽게 투과한다. 연구진은 이렇게 만든 발전 소자를 창문에 적용해 비가 오는 날에는 마찰 대전 효과로 전력을 만들고, 맑은 날에는 물방울이 증발하며 나타나는 복사 냉각으로 실내 온도를 낮출 수 있게 했다.
에너지 효율을 확인한 결과, 1㎡ 당 에너지 생성률은 248.28W로 나타났다. 에너지 변환 효율은 2.5%를 기록했다. 일반적인 유리와 비교해 실내 온도는 최대 섭씨 24.1도, 평균적으로는 8.2도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시광선 투과율은 80% 수준으로 일반적인 유리와 크게 차이가 없으나, 날씨에 따라 전력을 만들거나 실내를 냉각해 에너지 효율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노 교수는 “기후와 지리적 조건의 제약이 많았던 청정에너지의 생산성 한계를 극복할 대안을 제시했다”며 “지속 가능한 에너지 소자로서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활용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지난 2일 소개됐다.
참고 자료
Nature Communications(2024),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4-508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