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 사이버독 로봇개가 붉은불개미 굴(붉은 네모 안)을 탐지한 모습. 로봇개는 95% 정확도로 사람보다 3배 많이 붉은불개미의 굴을 찾아냈다./중국 란저우대

네 발 로봇개가 수풀을 뒤진다. 이내 붉은 흙더미에서 새까맣게 불개미들이 쏟아진다. 사람이라면 기겁할 일이지만 로봇개는 태연하게 개미굴에 다리를 집어넣는다.

중국 란저우대의 정 얀(Zheng Yan) 박사와 광둥 산림과학원의 후아롱 치우(Hualong Qiu) 박사 연구진은 지난달 28일 논문 사전출판 사이트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전 세계로 퍼진 외래 불개미 종을 연구하는 데 로봇개가 사람보다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붉은 불개미(학명 Solenopsis invicta)’ 굴을 찾는 데 로봇개를 활용했다. 이 개미는 원래 남미에서 서식했지만, 100년 전 북미로 건너갔으며, 이제는 전 세계로 퍼져 매년 농축산업과 전력망에 수십억 달러의 피해를 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7년 부산항에서 처음 발견됐다. 학명 중 종명인 인빅타(invicta)는 무적(無敵)이란 뜻이다.

붉은불개미는 전 세계에서 농축산업과 전력망 등에 수십억달러 피해를 준다. 로봇개는 95% 정확도로 붉은불개미의 굴을 찾아냈다./DEPOSIT PHOTOS

◇‘무적’ 개미 연구에 사람 대신 로봇 개 투입

과학자들은 자연에서 붉은불개미 굴을 찾아 연구한다. 개미가 얼마나 사는지 알려면 개미굴을 헤집어야 하지만, 이 과정에서 연구자가 위험에 노출된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불개미에 물리면 타는 듯한 통증과 함께 가려움증 증세가 나타나며, 6%는 치명적인 면역과잉반응이 생길 수 있다.

중국 연구진은 샤오미의 로봇개인 ‘사이버독’에 인공지능을 탑재해 연구원 대신 개미굴을 찾고 앞다리로 헤집도록 했다. 이때 개미굴에서 뛰쳐나오는 개미를 보고 불개미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로봇개가 불개미와 다른 개미 종의 굴을 시각적으로 구별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 학습을 시켰다. 로봇개에 풀숲이나 키 큰 나무, 낙엽 등에 숨겨진 개미굴을 다양한 각도에서 찍은 사진을 입력했다.

로봇개는 학습 후 사람의 지시대로 정해진 지역을 탐색했다. 300㎡ 면적의 묘목 재배지에 숨겨진 불개미 굴을 찾았다. 시험 결과 로봇개는 한 시간 동안 해충 관리 교육을 받은 사람 3명보다 뛰어난 탐지 능력을 보였다. 연구진은 중국 광둥성과 저장성에서 두 차례 현장 시험도 진행했다. 사람과 로봇 모두 10분 내 작업을 끝냈지만, 로봇개가 개미굴을 3배 더 많이 95% 정확도로 감지했다.

아직 로봇개는 한계가 있다. 여왕개미가 방금 만든 작은 개미굴은 제대로 찾지 못했다. 또 불개미와 다른 개미 종을 겉모습으로 바로 구분하지는 못한다. 로봇개의 인공지능은 개미굴에서 뛰쳐나오는 개미 수와 공격적인 행동을 통해 불개미를 구분한다.

하지만 미국 카네기멜런대의 디팍 파탁(Deepak Pathak) 교수는 “이번 연구는 지난 10년 동안 구축된 컴퓨터 비전과 로봇 공학 기술을 결합해 생물 안전과 다양성 보존에 활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시중에 판매 중인 로봇 개와 시각 시스템을 이용해 멋진 응용기술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얀 박사 연구진은 “앞으로 샤오미 사이버독보다 배터리 수명이나 속도, 기동성이 더 뛰어나고 저렴한 로봇개를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멸종위기 동물 연구에 활용되는 인공지능//조선DB

◇생태 연구, 멸종 동물 추적에 인공지능 활용

생태 연구에 첨단 기술이 동원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세계 곳곳에서 인공지능과 드론(drone, 무인비행기), 인공위성까지 총동원해 밀렵 현장을 찾고 멸종 위기 동물을 찾고 있다.

백두산 호랑이라고도 불리는 시베리아 호랑이는 한반도에서 오래전 자취를 감췄고 이제 러시아 극동과 중국 동북 지방에 450마리 정도만 남았다. 세계자연기금(WWF)은 중국 동북부 지방에서 민간 기업인 하이크비전, 인텔과 함께 시베리아 호랑이를 추적하고 있다.

하이크비전의 무인 카메라에 호랑이가 찍히면 인텔의 인공지능이 어떤 개체인지 파악하는 방식이다. 호랑이는 몸통의 줄무늬로 개체 구별이 가능하다. 인공지능은 호랑이 사진을 반복 학습하면서 특정 개체의 특징을 지문(指紋)처럼 파악한다.

구글 자회사인 영국 딥마인드는 이세돌 9단을 격파한 알파고의 인공지능 기술로 아프리카에서 야생동물 개체 수를 파악하고 있다. 딥마인드의 인공지능은 탄자니아의 세렝게티 국립공원에서 야생동물 사진 수백만장을 분석해 한 시간 만에 동물 분포 지도를 완성했다. 사람이 하면 몇 년씩 걸릴 작업이었다.

미국의 동물보호단체인 리졸브는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위성통신업체인 인마샛과 함께 밀렵꾼의 행동을 감지하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개발했다. 리졸브는 2018년 탄자니아에서 밀렵 20건을 포착해 30명을 체포하고 밀렵 동물 1000㎏을 압수하도록 하는 성과를 거뒀다.

세계자연기금(WWF)의 코뿔소 밀렵감시용 고정익 드론./WWF

◇하늘에선 큐브샛, 드론이 멸종위기종 추적

하늘에서 멸종위기 동물을 추적하는 첨단 기술도 등장했다. 이탈리아와 케냐는 지난 2021년 야생동물을 추적 감시하는 큐브샛(cubesat)인 와일드트랙큐브-심바를 발사했다. 가로세로높이가 각 10㎝인 초소형 위성 큐브샛은 처음에 교육용으로 개발됐으나 최근 전자기술의 발달로 과거 상용위성이 하는 임무까지 맡고 있다. 과학자들은 큐브샛으로 케냐 국립공원의 조류와 포유류의 이동 상황을 추적하고 있다.

근접 감시는 드론이 맡고 있다. 인간이 접근하기 힘든 바다의 고래나 팽귄, 물개 무리 추적을 도맡고 있다. 미 해양대기청(NOAA)은 회전날개를 가진 드론으로 고래들을 추적하고 있다. 2019년에는 수년간 범고래 무리를 30m 상공의 드론이 촬영한 영상을 비교해 각 개체의 건강상태가 나빠졌음을 확인했다.

지상에서도 드론이 활약하고 있다. WWF는 인도와 네팔에서 호랑이와 코끼리, 코뿔소 밀렵을 감시할 고정날개형 드론을 운영하고 있다. 구글도 이 프로젝트를 후원하고 있다. 영국의 동물보호단체는 귀족들의 여우 사냥이 법의 한계를 벗어나는지 헬기형 드론을 띄워 감시하기도 했다. 인간과 자연을 모두 살리는 고마운 기술들이다.

참고자료

bioRxiv(2023), DOI: https://doi.org/10.1101/2023.05.26.542461

WildTrackCube-SIMBA(2021), https://www.s5lab.space/index.php/simba/

NOA(2019), https://www.fisheries.noaa.gov/feature-story/aerial-images-document-southern-resident-killer-whale-j17s-continued-decline

WWF(2018), https://medium.com/wwftogetherpossible/tech-for-tigers-wwf-and-intel-test-ai-technology-for-monitoring-wild-tigers-in-china-2a5c93ece73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