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비강남권 아파트 분양가가 강남을 넘어서는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는 재개발 단지를 중심으로 이른바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면적 84㎡ 분양가가 30억원에 육박하면서, 서울 아파트 시장의 가격 기준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서울 동작구 흑석11구역을 재개발해 대우건설이 공급하는 '써밋 더힐' 전용 84㎡ 분양가는 27억1940만~29억7820만원으로 확정됐다. 일반 분양 아파트 기준으로는 서울 역대 최고 수준이다. 기존 최고가는 강남구 역삼동 '역삼센트럴자이' 전용 84㎡의 28억1300만원이었다. 강남권을 대표하던 고가 분양 기록을 비강남권 단지가 갈아치운 셈이다.
써밋 더힐은 지하 6층~지상 16층, 30개 동, 총 1515가구 규모로 조성되는 대단지 아파트다. 흑석 뉴타운 내에서도 핵심 입지에 위치한 곳으로 꼽힌다. 한강과 맞닿아 있는 데다, 서초구 반포동과도 가까워 한때 단지명에 '서반포'를 붙이는 방안이 검토되기도 했다. 일반 분양 물량은 전용 39~84㎡ 432가구로, 오는 26일 특별 공급을 시작으로 청약이 시작된다.
노량진뉴타운 일대 분양가도 빠르게 치솟고 있다. DL이앤씨가 동작구 노량진8구역 재개발 사업을 통해 공급하는 '아크로 리버스카이' 전용 84㎡ 최고 분양가는 27억9580만원으로 책정됐다. 노량진뉴타운 첫 분양 단지로 관심을 모았던 '라클라체자이드파인'(25억8510만원)보다 2억원 이상 높은 수준이다.
가격만 놓고 보면 최근 강남권 신축 단지를 웃돈다. 지난 3월 분양한 서초구 서초동 '아크로 드 서초' 전용 84㎡ 최고 분양가는 23억8000만원이었다. 동일 면적 기준으로 비교하면 '써밋 더힐'은 최대 6억원, '아크로 리버스카이'는 약 4억원 더 비싼 셈이다.
건설 업계에서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 여부가 이런 현상의 배경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 분양가 상한제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에만 적용된다. 분상제 지역은 택지비와 건축비 상한이 적용돼 통상 주변 시세보다 30%가량 낮게 분양가가 책정된다. 반면 비강남권 재개발 단지는 주변 시세와 물가 상승, 공사비 인상분 등을 비교적 자유롭게 반영할 수 있다. 조합과 시공사 협의만으로 분양가를 정할 수 있어 강남보다 비싼 분양가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입지가 뛰어난 단지는 분양가가 높아도 청약 흥행 가능성이 크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최근에는 조합 측에서 사업성을 확보하기 위해 오히려 분양가를 더 높게 책정해 달라는 요구를 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강남 외 지역까지 시세가 급등하면서 조합 내부에서도 '분양가를 높여 사업비를 충당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분양가 전반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점검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강남보다 비강남권 아파트 분양가가 더 높아지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시장 왜곡이다"라며 "공사비와 토지비 상승 요인이 있더라도 분양가가 지나치게 가파르게 오르는 만큼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