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정서희

서울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세입자들이 경기권으로 밀려나고 있다. 서울과 맞닿은 경기 주요 지역에는 전세 수요가 몰리고, 현지 전셋값도 덩달아 뛰고 있다.

18일 KB부동산이 KB국민은행의 전세대출 정보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경기도 주택 전세 수요의 21.3%가 타 시·도에서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서울 거주자가 65.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인천(14.0%), 충남(3.3%), 강원(3.0%) 순이었다.

서울에서는 관악·강동·송파·강서·은평구 등에서 전세를 살던 세입자들이 경기 지역으로 이동한 사례가 많았다. 서울 외 지역 전세 수요가 가장 많이 몰린 곳은 고양 덕양구였고, 이어 광명·성남 분당구·하남·남양주·김포·부천 원미구 순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급등한 서울 전셋값 부담이 경기 이주를 부추긴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생활권을 유지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세를 찾다 보니 지하철 접근성이 좋은 경기 인접 지역으로 수요가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KB부동산 관계자는 "서울 이탈 수요를 흡수한 지역은 대부분 고양·성남·하남·광명·남양주처럼 서울과 지하철로 연결된 곳"이라며 "결국 서울까지 출퇴근 가능한 지역이 대체 주거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이런 흐름은 더 강해지는 분위기다. 서울 전·월세 가격 상승세가 가팔라지면서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작은 경기권으로 이동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KB부동산 조사에 따르면 5월 둘째 주(11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 변동률은 0.26%로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주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강북구(0.76%), 광진구(0.59%), 노원구(0.53%), 용산구(0.50%) 등은 서울 평균 상승률을 웃돌았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뉴스1

서울에서 밀려난 전세 수요가 경기권으로 유입되면서 경기도 전셋값도 들썩이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15일 기준 경기도 전·월세 매물은 2만1002건으로 1년 전보다 52.9% 감소했다. 매물은 줄고 수요는 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 KB부동산 조사에서 5월 둘째 주 경기도 전세가격지수 변동률은 0.18%로 전주(0.11%)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광명시(0.62%), 화성 동탄구(0.59%), 수원 장안구(0.49%), 수원 팔달구(0.36%) 등 서울 접근성이 좋은 지역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크게 올랐다.

전세 신고가 거래도 급증하고 있다. 올해 1~4월 경기 아파트 전세 신고가는 191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141건)보다 67.6% 증가했다.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서울 매매가와 전·월세 가격이 동시에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경기 지역으로 이동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며 "특히 강남권 수요가 인접 경기 지역으로 이동하는 사례가 많아 선호 지역의 전셋값 상승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서울 거주자의 경기권 주택 매입도 늘어나는 추세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경기도 집합건물(아파트·빌라·오피스텔) 매수자 가운데 서울 거주자 비중은 15.69%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6월(16.28%) 이후 3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