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 재건축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압구정5구역 시공사 선정을 놓고 현대건설과 DL이앤씨가 치열한 수주 경쟁을 펼치고 있다. 압구정 재건축은 주요 구역 상당수가 이미 시공사를 정했거나 단일 후보로 굳어지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면 5구역은 복수 대형 건설사가 정면 승부를 벌이는 사실상 마지막 격전지라는 점에서 '최대 승부처'로 평가된다. 시공사 선정은 5월 말쯤 결정된다.
30일 건설 업계에 따르면 압구정5구역(한양1·2차)은 기존 1232가구를 최고 60층 이상 초고층을 포함한 약 1400가구 규모로 재건축하는 사업이다. 총 공사비는 약 1조5000억원대로 추정된다. 시공사 선정 총회는 5월 30일 열릴 예정이며, 조합원 투표를 통해 최종 시공사가 결정된다.
압구정 재건축은 총 6개 구역, 약 1만1000~1만2000가구 규모로 추진되는 초대형 사업이다. 이 가운데 3·4·5구역은 공사비만 10조원대에 달하는 핵심 구간으로 꼽힌다. 특히 5구역은 압구정로데오역과 갤러리아백화점 인근 한강변 핵심 입지에 위치해 상징성과 사업성 모두에서 중심축 역할을 한다.
다른 구역은 이미 시공사 구도가 상당 부분 정리된 상태다. 2구역은 현대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돼 사업이 가장 앞서 있으며, 3구역 역시 현대건설 단독 수주가 유력하다. 4구역은 삼성물산이 수의계약 수순으로 진행되는 분위기다. 반면 1·6구역은 상대적으로 사업 속도가 느리다. 이런 상황에서 5구역은 유일한 경쟁 입찰 구역으로, 압구정 재건축 전체 판도를 좌우할 핵심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현재까지 업계 분위기는 '박빙 속 현대건설 우세'로 평가된다. 가장 큰 배경은 압구정 일대에서 이어져 온 '현대' 브랜드 선호와 통합 개발 기대감이다. 기존 압구정 현대아파트가 형성해온 상징성이 강한 데다, 5구역 결과에 따라 2·3·5구역을 하나의 '압구정 현대타운'으로 묶을 수 있다는 점에서 단지 간 시너지와 장기 프리미엄을 기대하는 조합원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건설은 이러한 흐름을 바탕으로 설계와 미래 주거 콘셉트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세계적인 건축사와 협업한 설계안과 전 가구 한강 조망, 대형 커뮤니티 등을 통해 '랜드마크 단지' 이미지를 강조하는 동시에, 현대차그룹과 협업한 수요응답형 교통(DRT) 시스템과 로보틱스 기반 주거 서비스를 제시하며 단지를 하나의 도시처럼 설계하는 구상을 내놓고 있다.
건설 업계 관계자는 "압구정 재건축은 개별 구역이 아니라 전체 단지를 하나의 생활권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며 "주요 구역을 동일 브랜드로 묶을 경우 통합 설계나 커뮤니티, 운영 측면에서 시너지가 큰 만큼 일부 구역만 다른 시공사가 맡게 되면 이런 종합적인 혜택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는 조합원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흐름을 고려하면 현대건설이 통합 개발 전략을 선제적으로 제시한 점이 일정 부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DL이앤씨는 공사비와 금융 조건을 중심으로 한 '실익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공사비를 3.3㎡당 1139만원으로 낮추고 물가 인상 부담과 가산금리를 없앤 '제로 조건', 분담금 최대 7년 유예, 이주비 담보인정비율(LTV) 150% 등 조합원 부담을 최소화하는 조건을 제시했다. 여기에 상가 면적 확대를 통한 추가 수익 창출 방안을 더하며 사업성 개선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 금융 비용 자체를 낮추는 구조까지 전면에 내세우며 차별화에 나섰다. 필수사업비 금리를 코픽스(COFIX) 신잔액 기준 가산금리 0%로 제시하고, 설계비와 정비사업 관련 비용을 책임 조달하는 구조를 담아 조합원 금융 부담을 줄였다. 이주비 역시 LTV 150% 수준까지 확대하고 추가 이주비 금리를 기본 이주비와 동일하게 적용하는 방안을 포함했다.
DL이앤씨는 최근까지 조건 중심 홍보에 집중해 왔지만, 5월부터는 설계와 상품 경쟁력 공개에 나서며 전략을 전환하기로 했다. 글로벌 설계사 협업 등을 앞세워 '조건뿐 아니라 상품도 경쟁력 있다'는 점을 부각하며 막판 판세 변화를 노리고 있다.
DL이앤씨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조건 경쟁력을 중심으로 제안을 알리는 단계였지만, 실제로는 설계와 상품성도 상당한 수준이다"라며 "다음 주부터 관련 내용을 순차적으로 공개하면서 경쟁에서 앞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