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1년 새 2억원이 올라 12억원을 돌파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상승세가 강남에서 시작해 '마용성(마포·용산·성동)'을 거쳐 외곽으로 번지는 전형적인 '순환매' 양상을 띠고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실질적인 상승 폭은 중저가 지역이 더 가파르다고 평가했다.
15일 KB국민은행이 발표한 3월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12억원을 기록하며 지난달(11억5000만원)보다 약 4.35% 급등했다. 이는 1년 전인 2025년 3월(9억9083만원)과 비교하면 1년 만에 2억원이 넘게 올랐다.
중위가격은 아파트 매매 가격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가장 중앙에 위치한 가격을 의미한다. 초고가 단지의 영향을 많이 받는 평균가격보다 일반적인 서민·중산층 체감 경기를 더 정확히 반영하는 지표로 꼽힌다.
한강 이남 11개구 중위가격은 올해 2월 15억1333만원에서 3월 15억4333만원으로 3000만원 상승했다. 서울 한강 이북 14개 구의 아파트 중위 가격은 지난달(8억9333만원)보다 2000만원 오른 9억1333만원으로, 처음 9억원을 돌파했다.
강남권 랜드마크 단지를 보면 대출 규제 영향이 적은 자산가 중심의 매수세가 이어지며 3.3㎡당 1억원 이상 거래가 보편화됐다. 올해 1월 3일 강남구 일원동 '디에이치 자이 개포' 전용 103㎡가 44억7000만원에 거래되며 지역 시세를 이끌었다. 단지 이전 최고가(40억원)보다 4억7000만원 올랐다.
송파구 잠실동 '레이크팰리스' 전용 137㎡는 올해 40억원대 거래가 잇따르면서 잠실권의 '40억 시대'를 공고히 하고 있다. 올해 1월 40억원, 3월 41억5000만원, 이달 40억2000만원에 각각 거래됐다. 지난해 10월 최고가(42억8000만원)보다는 소폭 낮은 가격이지만 올해부터 안정적인 40억원대 실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서초구 서초동 '서초 그랑 자이' 전용 115~119㎡는 올해 1월 49억원의 최고가에 거래된 데 이어 3월 같은 면적이 51억5000만원에 손바뀜이 이뤄지면서 신고가를 다시 썼다.
도심권과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지역은 신축 및 준신축 랜드마크를 중심으로 매매 가격 상승 폭이 서울 평균을 웃돌았다. 종로구 신문로2가 '디팰리스' 전용 148㎡는 올해 1월 47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이는 2023년 6월 최고가(40억8000만원)보다 6억7000만원 상승한 가격이다.
강서구 마곡동 '마곡엠밸리 7단지' 전용 84㎡의 올해 1월 19억8000만원으로 최고가를 찍었다. 현재 호가는 24억원 선까지 형성된 상태다.
동북권과 외곽 지역은 '키 맞추기 상승'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중위 가격 상승의 실질적 동력인 외곽 지역 랜드마크 단지들도 10억원 중반대 가격으로 치고 올라오는 모습이다.
성북구 길음동 '래미안 길음 센터피스' 전용 59㎡는 지난해 12억~13억원대 실거래가 이뤄졌는데, 올해 2월 15억4000만원에 신고가를 경신했다. 현재 호가는 14억~17억원에 형성돼 있다.
노원구 중계동 '건영3차' 전용 84㎡는 올해 2월 13억500만원에 거래되면서 이전 최고가(2021년, 13억9800만원)에 근접한 수준으로 가격이 회복되고 있다. 이 단지 같은 면적은 올해 2월 12억5800만원, 3월 12억9500만원에 각각 거래됐고, 현재 호가는 12억~13억5000만원 수준이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중위가격 상승은 다수 중산층이 거주하는 주택 가격의 우상향을 의미한다"며 "정부 규제 영향이 적은 자산가 중심의 초고가 시장과 대출 한도를 채워 진입하는 실수요자 시장이 명확히 양분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공급 부족에 대한 공포가 매수 심리를 자극했다는 시각도 있다. 조영광 대우건설 빅데이터랩 연구원은 "최근 성북·노원 등 외곽 랜드마크 상승 폭(7~8%)이 강남권(1~2%)을 압도하고 있다"며 "공급이 부족할 것이라는 학습 효과와 대출 규제 강화 전 '내 집 마련'에 나서려는 수요가 연초 대출 한도 리셋 시점과 맞물리며 시장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