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일대가 완전히 한강변 고층 아파트로 바뀌는거에요. 77층 못할게 뭐 있나요. 정비사업 속도도 빨라진다고 하니 6년이면 될거라고 기대하는데, 그러면 강남3구보다 훨씬 좋아질거에요.” (성수동 A공인중개소 관계자)

지난 12일 성수동 성수전략정비구역 일대. /오은선기자

지난 12일, 성수역 3번출구에서 나와 ‘핫한’ 팝업스토어 거리를 15분쯤 걷자 성수 제3지구 재개발구역이 나왔다. 젊은 감성에 맞게 깔끔하고 세련되게 꾸민 건물을 지나 뚝도시장까지 지나자 80년대 모습을 그대로 지닌 골목들이 보였다. 차가 들어서기도 힘든 골목길엔 전선줄이 어지럽게 공중에 늘어져 있었다.

오래된 성수동 일대가 정비개발 기대감에 들썩이고 있다. 성수동 성수전략정비구역 추진이 속도가 나면서 일대 대규모 개발에 대한 주민 관심도 크게 높아졌다. 성수동 한강변 단지가 강남을 뛰어 넘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성동구는 지난 5일부터 한 달간 성수2가 572-7번지 일대 성수전략정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제3지구 지구단위계획 결정안에 대한 주민공람을 진행 중이다. 다른 지구보다 속도가 느렸던 3지구에도 2062가구의 대규모 공동주택이 들어선다는 정비계획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로써 성수 1~4지구의 정비계획 구체화 퍼즐이 모두 맞춰진 것이다.

성수전략정비구역은 2011년에 정비계획이 수립됐다. 하지만 4개 지구에서 정비사업이 동시에 시행돼야 조성이 가능한 대규모 기반 시설이 많은 데다 높은 부담률과 높이 규제로 사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서울시는 4개 지구별로 사업추진이 가능하도록 성수전략정비구역 지구단위계획 변경(안)을 마련했다.

지난 12일 성수동 성수전략정비구역 일대. /오은선기자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이제 모두 키가 맞춰졌으니 금방 될거라고 기대하고 있다”며 “지금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있어 가격이 눌려있는데, 내년 3월 지정 만료가 도래하면 2억~3억원은 그냥 튀어오를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들어와서 살 수만 있다면 지금이 적기”라고 설명했다.

3지구에서 가장 높이 보이는 청구강변아파트 앞쪽은 바로 강변북로가 보이는 한강이었다. 성수전략정비구역은 한강변을 따라 조성돼 있다. 이 한강변에 대한 높이 규제를 서울시가 지난해 6월 완화하면서 정비사업도 속도가 났다. 서울시는 최고 50층 이하(높이 150m 이하)로 규제했던 층수를 없앴다. ‘도시·건축 창의혁신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건축계획을 수립하면 각 지구가 유연하게 높이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높이 제한이 완화되면서 각 지구에서는 70층 이상 초고층 설계를 내세웠다. 성수4지구는 49층과 77층을 두고 조합원 투표를 진행했는데, 77층으로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성수 2지구와 3지구 역시 초고층을 원하는 주민이 많았다. 공인중개소 내부에도 각 건설사들이 붙여놓은 초고층 건축물 홍보 포스터가 한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성수동의 B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용산에서도 59층 재건축(한강맨션)이 추진되고 있지 않냐, 여기는 한강 스카이라인이기 때문에 용산보다 더 고층아파트가 들어설 확률이 높다”며 “정부에서 재개발 속도를 높여준다고 매일 뉴스에 나오는데, 빠른 시일 내 이정도 고층아파트가 들어설 수 있는 재개발 구역은 서울 내에서 몇 없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지난 12일 성수동 성수전략정비구역 일대. 골목 사이로 청구강변아파트가 보인다. /오은선기자

한강변 고층 스카이라인이 올라가면 강남3구 아파트 입지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올해 인근 단지의 신고가도 속출하고 있다. 성수전략정비구역의 대장으로 평가되는 1지구 ‘강변동양’ 전용 84㎡는 올해 직전 최고가인 25억원 대비 1억원 오른 26억원에 거래됐다. 1지구는 총 2909가구 규모로, 성수전략정비구역 가운데 가구 수가 가장 많다. 성수 4지구 ‘강변금호’ 전용 59㎡는 지난 6월 1년 전 대비 1억5000만원 뛴 19억5000만원에 팔리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성수전략정비구역 조합원인 C씨는 “층수가 높아질수록 공사비가 늘어나는데, 일대 아파트 가격은 상승세고 주택도 3.3㎡(평)당 8000만원에 거래되는 등 계속 오르고 있다”며 “초고층 설계로 공사비가 올라도 앞으로 주택가격 상승 동력이 있기 때문에 고급화 추진도 문제 없다고 본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지난 12일 성수 제3지구 재개발구역 일대. 주민총회를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있다. /오은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