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자사 제품 홍보를 위해 고객 경험을 기반으로 임시 매장을 꾸미는 ‘팝업스토어’의 서울 성동구 성수동 집중 현상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임대료 상승에 따른 기업의 경제적 부담과 함께 팝업 ‘홍수’에 염증을 느끼는 고객이 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열리고 있는 한 브랜드의 팝업스토어.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김은영 기자

1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현재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한 패션용품 브랜드는 최근 팝업스토어 장소를 물색하면서 ‘성수가 아니어야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성수동은 그간 팝업스토어의 성지로 여겨져왔다. 성수는 업무와 주거공간, 리테일 상권이 공존하는 지역으로 ‘한국의 브루클린’으로 불리며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다. 팝업스토어의 주 타깃 연령층인 2030 세대 유동인구가 많아 팝업스토어를 열기 좋은 조건을 갖췄다. 성수동에는 매주 팝업스토어가 약 50곳씩 열리는 등 수요가 끊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성수동의 임대료는 부르는 게 값이라는 인식이 퍼지기도 했다. 팝업스토어는 짧게는 2주, 길게는 6개월까지 단기 임대로 진행된다. 이러한 이유로 1년간 최대 5%까지 임대료를 올릴 수 있는 상가임대차보호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건물 하나를 통째로 빌리는 대형 팝업스토어의 임대료는 1주일에 1억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서울에 건물을 갖고 있는 한 건물주는 “요즘 성수동 건물주들은 막말로 눈에 뵈는 게 없는 상태”라면서 “하루 팝업스토어를 열면 최소 1000만원 이상씩 주는데 어느 누가 400만~500만원 월세를 받겠느냐”고 했다.

거기다 팝업스토어가 너무 많은 탓에 ‘진부하다’ ‘재미가 없다’ 등 부정적 피드백도 나오는 상황이다. 몇 시간씩 기다려 입장을 해도 인기 제품은 재고가 떨어져 사지 못한다거나 공간이 좁아 수용을 하지 못하는 등의 문제도 더러 발생한다. 브랜드마다 비슷한 기획이 겹치는 탓에 이제는 팝업스토어의 전시 경험이 신선하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 때문에 팝업의 미래를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업계에서는 ‘탈성수’를 언급하고 있다. 실제로 이 같은 움직임은 벌써 시작됐다. 대원미디어는 글로벌 인기 지식재산권(IP)인 ‘짱구는 못말려’의 팝업스토어를 서울 잠실을 시작으로 전주 한옥마을, 대구, 부산 등 릴레이 개최했다. 롯데칠성음료 역시 소주 브랜드 ‘새로’ 출시 1주년을 기념해 대전과 대구, 부산에서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대상이 연 종가의 ‘김치 블라스트 부산’ 팝업스토어에는 1만명이 넘는 고객이 방문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리테일 업계 전문가는 “팝업스토어는 타깃이 젊은층인 만큼 이들의 트렌드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면서 “최근의 추세 변화에 맞춰 탈성수 등 변화의 움직임은 점점 커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