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움직임을 보이면서 하반기에 진행되는 도시정비사업에서 건설사 간의 눈치싸움과 수주전이 예상된다. 건설사들은 최근 출혈경쟁을 피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지만 규모가 큰 정비사업은 경쟁을 부를 만큼 사업성이 개선되고 있다는 반응이다.

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의 모습. /뉴스1

14일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올 하반기 공사비 약 1조7000원 규모의 서울 한남5구역이 시공사 선정 절차를 진행 중이고, 1조 6000억원 규모 한남4구역은 추석 연휴 이후 시공사 선정 입찰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 밖에 신반포2차 재건축(1조2830억원), 신길2구역 재개발(1조700억원), 마천3구역 재개발(1조250억원) 등 서울 내 1조원 이상으로 규모가 큰 정비사업지에서 경쟁이 예상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에는 여의도 한양아파트를 제외하면 경쟁입찰이 거의 없다시피 했는데 최근 분양가가 오르면서 정비사업 조합 측에서도 공사비를 올려야 한다는 것을 인식한 것 같다”며 “이에 사업성이 개선되면서 한남4구역, 신반포2차 등의 사업지에서는 수주 경쟁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실제로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한남4구역 재개발 사업에서는 현대건설, 삼성물산, 포스코이앤씨 등이 참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고, 신반포2차 또한 현대건설, 포스코이앤씨 등의 경쟁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반면 최근 공사비 상승에 시공사를 찾지 못해 유찰되는 사업장도 발생하고 있다. 건설사들이 공사비 상승에 건설경기 악화가 겹치면서 수익성을 고려해 수주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강남 지역 사업장도 유찰 사례 나왔다. 서초구 방배7구역 재건축사업이다. 앞서 열린 시공사 현장설명회에는 삼성물산, 대우건설, 롯데건설 등 11개사가 참석했지만 입찰에는 건설사들이 참여하지 않으면서 유찰됐다. 지난 4월 입찰 공고 당시 3.3㎡당 공사비 957만원으로 총 1772억원으로 사업을 제시했다. 평당 1000만원에 가까운 공사비였지만 참여한 건설사가 없었던 것이다.

도곡개포한신도 지난 3월 3.3㎡당 920만원의 공사비를 제시하며 1차 입찰 공고를 올렸지만, 응찰 업체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지난 5월 공고한 2차 입찰에 DL이앤씨와 두산건설이 참여하며 경쟁 입찰이 성사됐고 DL이앤씨가 시공사로 최종 선정됐다.

대형 건설사들은 사업성을 최대한 따지면서 출혈 경쟁을 피해 선별 수주에 나서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대내외적인 환경의 영향으로 건설 경기가 회복되고는 있지만 아직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충분한 검토를 통해 사업성이 확보되는 사업장에 대한 선별적 수주를 노력하고 있고, 수주 후에도 원활한 사업 추진되도록 하고 있어 출혈 경쟁을 피하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공사비 상승에 초반 공사비를 낮게 책정하는 조합들이 있어 건설사들이 1차 입찰에서는 꼭 사업성이 떨어지는 사업장이 아니더라도 서로 지켜보는 추세”라며 “최근 건설 경기도 좋지 않아 관망하다 2차 입찰 등에 참여하는 건설사가 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