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사들의 해외건설 수주 실적이 전년 대비 약 20% 줄면서 올해 연간 목표치인 400억 달러(약 54조원)의 절반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하반기 중동 지역 위주로 다수의 프로젝트 수주를 할 경우 올해 연간 실적은 지난해와 비슷하게 유지할 수는 있겠지만, 올해 목표치 달성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 쿠라야 발전소 연계 Part1 380KV 송전선로 공사. /현대건설 제공

13일 해외건설협회(해건협)에 따르면 올해 1~8월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건설 수주실적은 179억5673만 달러(약 24조98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8% 감소했다. 이는 올해 목표치인 400억 달러의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지역별 해외건설 수주액을 보면 중동 지역에 절반 이상이 몰려있다. 중동은 109억 달러(약 14조6260억원)로 전체의 60.7%가 집중됐다. 지난해 수주 비중(34%)과 비교하면 거의 두 배 수준으로 커진 것이다.

중동에 이어 아시아가 28억3000만 달러(약 3조7980억원)로 15.8%, 북미·태평양은 26억3000만 달러(약 3조5300억원)로 14.6%의 비중을 차지했다. 북미·태평양 수주 비중은 지난해 33.5%에서 올해 14.6%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올해 8월 누적 해외건설 수주가 줄어든 것은 해외 시장 여건 변화 요인보다는 한국에서 계약을 인식하는 시점에 따른 변동이 큰 데 따른 것이다. 실제 국내 건설사가 해외 프로젝트 입찰에서 낙찰된 시점과 정식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시점의 간극이 생기는 경우가 많아 월별 수주 통계상 전년과 비교하면 편차가 커지기도 한다.

해건협 관계자는 “국내 건설사의 해외건설 수주를 통계에 인식하려면 계약 후 서류를 건설사들이 회수해서 해건협에 통보를 해야 하는데 수주한 시점과 계약을 인식하는 시점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며 “지난 6월에는 해외건설 수주 계약서류가 한꺼번에 밀려들면서 지난해 대비 올해 누적 수주액이 2배로 치솟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해외건설업계 관계자는 “이스라엘-하마스-헤즈볼라 전쟁이 확전으로 번져 사우디아라비아 등 다른나라까지 전쟁에 뛰어드는 경우가 아니면 건설 프로젝트 발주나 국내 건설사의 수주 활동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해외건설업계에선 올해도 지난해 333억 달러(약 44조6886억원)와 비슷한 수준의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올해 정부가 연간 해외건설 수주 목표액으로 설정한 400억 달러(약 54조원) 달성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해외건설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국내 건설사의 해외건설 수주 추이를 보면 중동 지역 수주 비중이 절반 이상”이라며 “하반기에도 중동 지역에 여러 프로젝트들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지난해 실적과 비슷하거나 조금 더 많은 수주액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하반기에는 한국 건설사의 전통적인 수주 텃밭으로 꼽히는 중동 지역에 다수의 프로젝트가 대기 중이다.

올해 하반기 수주가 예상되는 주요 해외건설 프로젝트로는 삼성E&A의 인도네시아 TPPI 올레핀 석유화학시설(35억 달러, 약 4조6963억원), 사우디 PDH·PP·UTOS 플랜트 설계‧조달‧시공(EPC, 20억 달러, 약 2조6800억원) 프로젝트가 있다.

또 현대건설이 준비 중인 사우디 루와이스 LNG(45억 달러)와 동남아시아 데이터센터(금액 미정) 사업도 있다. DL이앤씨는 호주 뉴라이저(NeuRizer) 비료‧탄소포집(CCUS, 약 1000억원)을, 대우건설은 이라크 알 포(Al Faw)항만 해군기지(약 1조8000억원)와 투르크매니스탄 비료공장(금액 미정)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