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건설이 잇따라 회사채를 발행하는 등 자금난을 겪으면서 이수화학이 주가가 급락하는 등 휘청이고 있다. 이수건설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817%로, 모회사인 이수화학으로 부실이 번질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수건설은 지난 10일 사모시장에서 신종자본증권(영구채) 200억원 어치를 발행했다. 표면금리는 연 8.5% 수준으로, 발행일로부터 5년이 지난 시점부터는 3%씩 이자율이 가산된다. 이수건설이 올해 발행한 회사채는 총 390억원에 달한다.

이수화학 CI/이수화학 제공

이수화학은 자회사인 이수건설의 이 영구채에 지급보증을 제공했다. 이수화학은 특수목적회사(SPC)인 하이브라운이 이수건설 영구채를 인수하기 위해 한양증권과 체결한 계약에 자금보충 및 조건부 채무 인수 약정을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수화학의 채무보증잔액은 2254억원 수준이다. 이수건설 외에도 이수엑사켐 등 계열사의 차입금에 보증을 서고 있다.

이번 영구채 발행은 차환과 자본확충을 동시에 해결해 재무안정성을 높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영구채는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식되며, 차환에 활용한다면 부채 축소 효과도 함께 누릴 수 있어서다. 다만 영구채 발행사는 조기상환권을 무조건 행사한다. 이수건설은 발행일로부터 1년 6개월 뒤인 2026년 3월 10일부터 영구채를 조기 상환할 권리를 부여받았다. 이수화학 또한 1년 6개월 뒤 영구채를 상환할 전망이다. 만약 이수건설이 영구채를 상환하지 못하면 이수화학이 대신 갚아줘야 한다.

이수건설은 지난해에도 800억원 수준의 30년 만기 영구채를 발행했다. 지난해 말 현금과 현금성자산은 251억원에 불과한 상황으로, 영구채에 대한 이자로만 28억원을 지출했다. 경영상황도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이수건설의 매출채권 및 미청구공사 내역은 지난해 말 2034억원(유동·비유동 합계) 규모로, 1년 전(1285억원) 대비 58% 증가했다.

장·단기 차입금이 급증하면서 최근 3년간 부채비율도 껑충 뛰었다. 2021년 297%였던 이수건설의 부채비율은 2022년 361%, 지난해에는 817%에 이르렀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415억원을 기록해 2년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적자폭도 전년(9억3000만원) 대비 약 44배가량 커졌다.

이수화학은 이수건설에 돈을 대느라 휘청이고 있다. 지난 6월 한국기업평가는 이수화학의 신용등급을 BBB로 유지하면서 등급전망은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지난해 6월 16일 주당 3만8850원이었던 이수화학의 주가는 올해 8월 5일 7130원까지 급락하기도 했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업에 수익을 나진 않는데 비용은 증가했기 때문에 적자가 확장된 것”이라면서 “지금이 건설업황이 바닥이라고 보더라도 이 상태가 조금더 지속될 걸로 예상돼 건설사를 계열사로 둔 그룹들의 어려움도 한동안은 계속될 걸로 봐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