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 장관이 ‘정책대출 때문에 집값이 오른 것은 아니다’고 평가하면서, 정작 정책대출 기준 완화는 미루자 시장에서는 정책 일관성이 떨어진다며 비판이 나오고 있다. 올해 3분기 시행 예정이었던 신생아 특례대출의 소득기준 완화가 4분기로 미뤄진 배경에는 정책 모기지를 관리해야 한다는 정부의 판단이 들어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8.8 주택공급 확대방안 후속조치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뉴스1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정책자금으로 살 수 있는 집과 현재 인기 지역의 주택 가격대를 보면 정책대출이 (집값 상승의) 직접적 원인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책금융이 집값 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은 것이다.

그는 “정책 모기지가 원인인지, 집을 많이 사는 수요가 생겼는데 그 수요가 모기지를 활용한 것인지 선후 관계는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다른 정부 수장들은 상반된 견해를 내비친 바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정책 금융으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면 대출해야 할 양이 늘어나는 위험이 이미 현실화됐다고 보고 있다”며 “이 고리를 끊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진현환 국토교통부 제1차관도 지난 6일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최근 얘기가 나오는 가수요 관리를 위해 정책 모기지 부분도 추가로 검토할 게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며 정책금융에 대한 제한 의지를 내비쳤다.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밀집지역 모습. /뉴스1

이런 상황에서 최근엔 올해 시행한 신생아 특례대출의 소득기준 완화 시점을 미뤘다. 정책대출이 부동산 가격 상승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주장을 오히려 정부가 인정해 버렸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된 것이다. 현재 신생아특례대출의 소득기준은 부부합산 연소득 1억3000만원으로, 정부는 앞서 4월 저출생대책을 발표하면서 올 3분기 부부합산 2억원으로 소득 요건을 높일 예정이었다. 내년엔 이 기준을 2억5000만원으로 올려 사실상 소득요건을 폐지하겠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신생아 특례대출 신청액이 출시 반년 만에 7조원을 넘어섰고, 올해 7월까지 은행권의 디딤돌·버팀목 대출 등이 주담대 증가액의 70%를 차지하는 등 정책 자금이 대거 풀리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이런 정책대출이 부동산 매매 수요를 자극하고, 주택담보대출이 가계대출 확대를 야기한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방안이 마련돼야한다는 지적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정책대출이 서울과 수도권 주요 아파트의 집값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 것은 아니더라도 시장이 ‘집을 사라’는 신호로 받아들이면서 매매 수요를 자극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계획했던 이달 안에 2억원 기준 상향이 적용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면서 소득기준 완화 시점은 사실상 기약없이 미뤄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신생아 특례대출 소득완화 시기와 관련해 “늦어도 연내 시행이 목표”라고 말했다.

정부의 일관성없는 정책과 메시지로 소득기준 완화를 기대했던 신혼부부들 사이에서는 혼란스럽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 역시 정부의 일관되지 않은 메시지는 오히려 수요를 부추길 수 있다고 비판한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정책자금 대출의 경우 효과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가격상승을 주도했다고 보긴 어려울 수 있다”면서도 “다만 정책은 일관되게 운영해 수요자에게 예측가능성을 줘야하는데, 시장상황에 따라서 임의대로 수정 변경 연기하는 것은 정책신뢰를 훼손할 뿐 아니라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심어줘 오히려 수요를 집중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