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이후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급성장한 건자재 업계가 최근 들어 고급 시장과 B2B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업계에서는 고급 주택 시장에서 수요자들의 눈높이가 갈수록 높아져 고급화로 ‘살 길’을 찾은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방문객들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론첼 갤러리에서 LX하우시스의 시스템창호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LX하우시스 제공

11일 건자재업계에 따르면 LX하우시스는 최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B2B 고객을 대상으로 한 전시장 ‘론첼 갤러리’를 열었다. 이곳에서는 B2B 시장용 하이엔드 건축자재와 인테리어 제품을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창호존’ ‘주방존’ 등으로 나눠 최고급 자재들을 전시해뒀다.

KCC 역시 서울 서초동 본사에 전시장 ‘더 클렌체 갤러리’를 열었다. 프리미엄 창호에 대한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고객이 제품에 대한 설명을 직접 듣고 체험해볼 수 있는 전시 공간이다. 인테리어 전문가가 상주하면서 제품 설명을 하는 등 단순 전시를 넘어 상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공간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현대L&C는 프리미엄 벽장재 ‘보닥 스톤보드’ 등 신제품 2종을 최근 선보였다. 보닥 스톤보드는 프리미엄 제품으로 아파트 등 주거시설 및 다양한 상업, 공공시설에 적용할 수 있는 B2B용 벽장재다.

이밖에 가구 기업인 현대리바트 역시 서울 강남구 논현동 가구거리에 ‘발쿠치네’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다. 지난해 B2B 빌트인 주방가구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이탈리아 주방가구 브랜드 ‘발쿠치네’와 국내 독점 판매 계약을 체결하며 전시장까지 내놓은 것이다. 이에 힘입어 현대리바트의 빌트인가구 매출 비중은 지난해 말 24%에서 올해 1·4분기 30%까지 상승했다.

욕실 벽면에 현대L&C의 '보닥 스톤보드'를 적용한 모습. /현대L&C 제공

이 같이 국내 건자재 기업들이 시장 공략 전략을 바꾼 데는 최근의 트렌드 변화 때문이다. 과거 대량 납품으로 이윤을 남기던 건자재 시장에서는 원가 경쟁력이 가장 중요하게 여겨졌으나 최근에는 양상이 바뀌었다. 인테리어 앱 등으로 저가 인테리어 시장이 열리면서 시장 진입장벽이 낮아져 기존 국내 기업이 만들던 대중 상품의 경쟁력은 떨어졌다.

반대로 서울 강남 등지를 중심으로 고급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기존 하이엔드 시장뿐만 아니라 B2B 시장도 고급화로 방향을 틀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건자재업계 관계자는 “요즘 강남에서는 멀쩡한 싱크대 다 떼어 내고 고급 수입 주방 가구를 넣는 집들이 상당히 많다”라면서 “재건축 아파트 조합원들 역시 하이엔드 인테리어를 선호하니 시공권을 따내려는 건설사 역시 이 부분을 어필할 수밖에 없어지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