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공급 과잉에 시달리던 국내 물류센터 거래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해 공실이 늘고 거래가 급감했던 것과 반대로 상반기 거래규모는 크게 늘었다. 책임준공 약정으로 건설사가 자체 인수하는 물량도 늘었지만, 그런 물량을 감안해도 거래량 증가가 눈에 띄는 수준이다.

컬리 평택 물류센터 전경. /컬리

2일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17건의 물류센터 거래가 이뤄졌다. 거래규모는 전분기 대비 68% 증가한 2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책임 준공 및 경·공매로 인해 건설사가 채무를 인수하는 형태의 거래가 다수 포함됐는데, 이를 제외한 순수 거래 규모만 비교해도 전분기 대비 약 34%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상반기 최대 규모 거래는 경기도 안성시 대덕면에 있는 대덕물류센터로, 라살자산운용이 지산산업으로부터 6031억원에 매입했다. 다이소, 삼덕로지스, CJ올리브영과 임대차 계약이 완료됐다. 5800억원에 거래된 인천 석남 혁신물류센터도 쿠팡이 이미 장기 임대차 계약 중이다.

물류센터 거래는 코로나19 이후 지난해 184만평(약 608만㎡)이 공급되면서 임대시장에서는 공실이 크게 늘었다. 당시 쿠팡과 컬리 등 이커머스가 급성장하면서 공급이 폭발적으로 늘었는데, 이로 인한 공실 여파가 아직 남아있다. 상업용부동산 종합 서비스 기업 알스퀘어에 따르면 상반기 수도권 상온 물류센터 평균 공실률은 16.9%로 작년 하반기에 비해 6.6%포인트(p) 상승했다. 대표적으로 분당야탑물류센터는 준공 후 공실을 해소하지 못해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를 정점으로 올해부터는 물류센터 공급량이 급감했다. 2024년 상반기 공급된 수도권 신규 물류센터 면적은 약 220만㎡ 수준으로 전분기 대비 17% 감소했다. 올해 수도권 물류센터 공급 규모는 약 407만㎡으로 작년보다 33% 줄어들 것으로 추산되고, 내년에는 2018년 이후 최저치인 약 165만㎡에 그칠 전망이다.

공급량과 더불어 올해부터 알리와 테무 등 C커머스가 한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것이 물류센터 수요 상황이 달라지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커머스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물류센터 수요 확보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것이다. 알리바바는 물류센터 투자를 포함해 향후 3년간 한국에 1조5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완전한 시장 회복에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C커머스 기업들이 우리나라 물류에 얼마나 투자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류강민 알스퀘어 리서치 센터장은 “물류센터 시장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누적된 신규 공급 해소에 수요 증가가 더디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