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확대할 의향을 내비치면서 반포 일대가 술렁이고 있다. 반포는 ‘압·여·목·성(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과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뒤 반사효과를 얻은 대표적인 지역으로 꼽힌다. 갭투자가 가능한 반포로 투자자금이 몰리면서 신축 아파트의 신고가 경신이 이어졌다.

31일 부동산시장에 따르면 서울 반포동의 대장주로 일컬어지는 ‘반포래미안퍼스티지’ 국민평형 전용 84㎡는 2개월 사이 10번이나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석 달 전인 5월 31일 38억4000만원(26층)에 거래됐다가 지난달 24일에는 43억원(17층)까지 치솟았다.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는 지난 6월 29일 50억원(13층)으로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신축인 래미안원베일리 전용 84㎡는 지난 6월 7일 49억8000만원(32층)에 신고가를 썼다.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반포 아파트 단지 모습./뉴스1

‘토지거래허가구역’이란 땅 투기를 억제하기 위해 국토교통부장관, 시·도지사가 특정지역을 거래규제지역으로 지정하는 것이다. 최대 5년까지 지정이 가능하고 구역 내의 토지를 거래하기 위해서는 실거주 목적이어야 하며 시장이나 군수,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시장에서는 반포도 곧 토지거래허가구역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9일 주택 공급 확대 관련 브리핑에서 “신고가가 발생하는 지역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필요한 경우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 아파트값은 강남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시작됐는데, 그 중 오름세가 강한 반포가 진앙지로 지목되고 있다. 더군다나 강남의 주요 투자지 중에 반포 만이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제외되면서 풍선효과가 나타났다는 지적이 일었다. 부동산R114가 올해 7∼8월 계약된 서울 아파트의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반포가 포함된 서초구는 용산구와 함께 올해 3분기 거래 가격이 직전 최고가의 평균 99%까지 올라섰다.

전문가들은 반포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더라도 큰 가격 억제 효과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 신축의 경우는 실수요가 반영되는 데다, 반포는 재건축 사업이 활발히 진행돼 현재 절반 정도가 신축으로 변했다. 또 서울내 고급 주거지가 한정돼 있어 반포의 수요는 남아 있을 것으로 봤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반포는 현금부자들 위주로 실수요 흐름이 강하게 나타나는 곳”이라면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일부 영향을 줄 수 있겠지만 가격 진정 효과는 제한적이다”라고 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갭투자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거래량은 종전보다 둔화할 수 있다”면서도 “반포의 주거 선호 이유는 공급 희소성, 정비사업 호재, 고급 유효수요 대기, 전세가격 상승 등도 고려해야 해 가격이 꺾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일부에서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효과가 있는지 원론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압구정, 잠실 등 현재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곳에서도 신고가 행진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심지어 신속통합기획으로 사업이 진행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신반포2차에서도 신고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 7월 7일 신반포2차 전용 92㎡이 35억원(10층)에 최고가 기록을 썼다.

박합수 교수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일종의 과잉행정으로, 가격 안정의 효과가 없다는 게 이미 증명됐다”면서 “재산권, 주거이전의 자유를 침해하는 데다 집주인이 실거주를 해야 해 세입자가 밀려나는 효과까지 부작용이 많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