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하반기 서울 아파트값이 고점을 찍은 뒤 3년이 지났다. 최근 서울 아파트 거래가 늘고 가격이 오름세로 돌아선 만큼 올해 8월 서울 25개 자치구별 대장 아파트를 중심으로 3년 전 대비 실거래가 변동 현황을 점검해본다. 3.3㎡당 평균 실거래가 5000만~7000만원대, 3000만원대, 1000만~2000만원대로 나눠 현재 3년 전 고점을 돌파하거나 미달한 곳들을 분석해본다.[편집자주]

2022년 6월 1일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강남 일대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 자치구 가운데 아파트 평균 실거래가 상승률 1위를 기록한 강남구 안에서도 지역별로 가격이 양극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압구정, 신사, 청담 등 한강변에서 재건축을 추진하는 아파트들은 3년 전 고점을 뛰어넘어 초고가를 경신하는 반면, 율현, 자곡, 세곡, 수서 등 강남의 동남권 단지들은 가격이 부진한 모습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토대로 호갱노노가 제공하는 2021년 8월 대비 올해 8월 평균 아파트 실거래가 변동 비율을 분석한 결과 신사동은 4.6% 올라 강남구 14개동 가운데 상승률 6위를 기록했다. 압구정 인근에 위치한 효과를 톡톡히 본 것이다.

압구정 한양아파트와 마주하고 지하철 수인분당선 압구정로데오역과 가까운 대원칸타빌과 로데오현대 아파트는 각각 15.6%, 14.8% 상승했다. 대원칸타빌은 2019년 6월 전용 84㎡가 13억원에 거래됐는데 올해 7월에는 17억원에 팔려 신고가를 경신했다. 로데오현대도 전용 90㎡ 기준 지난 2020년 12월 13억5000만원에 매매된 뒤 올해 6월 16억2500만원에 거래가 이뤄지면서 신고가를 다시 썼다.

신사동 알파임하우스1도 2020년 12월 전용 242㎡가 33억원에 거래된 뒤 지난해 8월 55억원에 손바뀜하면서 가격이 22억원 뛰었다. 래미안신사도 전용 84㎡가 2021년 9월 20억원에 팔린 뒤 올해 6월 23억원에 새 주인을 찾으면서 3억원 올랐다. 신성아파트는 전용 84㎡가 지난 2021년 3월 11억2000만원에 매매된 뒤 지난해 10월 16억원에 팔려 4억8000만원 올랐다.

강남 상승률 7위는 역삼동(4.4%)이 차지했다. 역삼은 한티역 인근 학원가 근처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 상승이 나타났다. 역삼동 개나리푸르지오와 개나리래미안은 각 18.5%, 14.8% 올랐고, 역삼래미안과 래미안그레이튼2차, 래미안그레이튼3차도 3~6% 상승했다. 반면, 역삼2차아이파크는 12.3% 하락했고, 역삼푸르지오도 3.2% 내렸다.

이어 8위에 오른 청담동(4.3%)은 한강변에 위치한 청담건영(34.1%), 청담현대3차(17%) 청담자이(11.5%), 신동아아파트(18.4%) 등이 실거래가 상승을 이끌었다. 압구정 바로 옆에 자리하고 한강을 마주하는 입지라는 희소성이 더해진 결과로 분석된다.

청담동마크힐스는 전용 192㎡ 실거래가 기준으로 2021년 8월 55억원에서 올해 2월 85억원으로 30억원 올라 신고가를 새로 썼다. 현대한강아파트도 전용 136㎡가 지난 2020년 4월 18억5000만원에서 지난해 10월 37억원으로 거래 가격이 2배로 뛰면서 신고가를 경신했다. 청담건영도 지난 2021년 9월 25억7000만원에서 올해 7월 33억원으로 8억7000만원 오르면서 신고가를 기록했다.

청담역 인근인 청담삼성진흥과 삼성청담공원아파트도 6.3%, 10.7% 각각 가격이 올랐다. 이에 반해 청담현대2차와 청담삼성1차는 각 7.9%, 6.1% 떨어졌다.

그래픽=손민균

부동산 전문가들은 압구정동을 필두로 신사동, 청담동 등 강남에서도 신축으로 변모할 수 있는 재건축 추진 단지로 갈아타기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연구소장은 “같은 강남이라고 해도 무조건 오르는 것이 아니라 재건축 호재가 있는 곳을 중심으로 수요자들이 몰리면서 가격이 더 많이 상승하고 있다”며 “특히 압구정, 청담 등 압구정지구로 묶여 재건축을 차근차근 추진하고 있는 곳들은 계단식으로 가격이 쭉쭉 올라가는 시기라서 앞으로도 신고가가 나올 것”이라고 평가했다.

9위는 논현동으로, 아파트 가격의 상승과 하락이 공존하면서 4% 상승했다. 동양파라곤이 8.7%, 마일스디오빌이 7.1% 올라간 반면, 아크로스힐논현이 10.7% 하락했다. 논현동부센트레빌과 동현아파트도 각 6.1%, 7.5% 떨어졌다.

대치동은 3.8% 오르면서 강남 상승률 10위를 기록했다. 탄탄한 학군을 갖추고 학원가 근처에 위치한 단지들이 가격 상승을 주도했다. 서울 지하철 3호선 도곡역과 대도초등학교, 숙명여중‧고등학교 바로 앞에 자리한 대치동부센트레빌이 17.1%로 대치동에서 가격이 가장 많이 올랐다.

대치동 학원가 주변 단지인 대치SK뷰도 12.2% 상승했고, 지하철 수인분당선 한티역 역세권 대치롯데캐슬리베는 11.5%, 대치아이파크는 8.1% 올랐다. 래미안대치팰리스1차와 래미안대치팰리스2차, 한보은마아파트, 대치현대, 대치쌍용2차도 2~6%대로 가격이 상승했다.

반면, 대치동에서도 대치롯데캐슬(-15.4%), 대치포스코더샵(-14.1%)은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했다. 대치우성1차(-5%), 대치쌍용1차(-9.2%), 대치래미안하이스턴(-3.3%)도 내려갔다.

강남구 자곡동(-1.6%), 수서동(-2.2%), 세곡동(-3.7%), 율현동(-12.8%) 등 강남의 동남권은 모두 3년 전 고점 대비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곡동에선 유일하게 강남자곡아이파크만 가격이 올랐다. 강남자곡아이파크는 2021년 8월 8억원대에 거래되다가 올해 7월 15억원대에 거래가 이뤄지면서 79.5% 상승했다. 이와 달리 강남브리즈힐(-22.9%), 래미안포레(-13.4%), 강남한양수자인(-15%) 등은 아직 회복이 덜 된 상태다.

수서동도 수서삼익이 8.7%, 신동아아파트가 9.4% 하락했고, 강남데시앙포레(-8.4%)와 강남더샵포레스트(-3.3%)도 가격이 떨어졌다. 세곡동에서는 세곡리엔파크가 18.3%, 강남LH1단지이편한세상이 10.1% 내렸고, 강남신동아파밀리에2단지와 강남데시앙파크도 각각 10%, 9.6% 하락했다. 율현동에서도 강남한신휴플러스6단지 실거래 가격이 3년 전에 비해 22% 떨어졌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무조건 집을 사야한다는 인식이 강했던 2021년과는 달리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타려는 수요자들이 늘면서 강남 안에서도 위치가 좋고 준공 연한이 짧은 단지 위주로 거래가 많이 이뤄졌다”며 “재건축 기대감이 높아 앞으로 신축 단지로 변모할 가능성이 큰 단지들 역시 거의 부르는 호가가 곧 거래가격이 될 정도로 인기가 많다”고 했다.

김 위원은 “구축이 많고 큰 호재가 없는 지역들은 상대적으로 거래 증가나 가격 회복이 쉽지 않은 상태”라며 “앞으로 금융 규제도 강화될 예정인데 이는 고가 아파트 보다는 중저가 아파트가 더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강남 속 양극화 현상은 더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학렬 소장도 “자곡, 내곡, 율현 등 강남 내륙 쪽은 일단 아파트 숫자가 많지 않고 대부분 구축 단지”라며 “인플레이션이 반영되는 정도로 가격이 오르고 내리는 것이지 뚜렷한 호재가 없기 때문에 압구정, 청담, 신사처럼 가격이 전 고점을 뚫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 소장은 “대치동 등 강남의 유명 학군지도 마찬가지로 재건축 등 새로운 호재가 없는 경우 가격 상승이 더디게 나타나고 있다”며 “당분간 공급이 부족해 신축에 대한 수요는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으므로 강남에서도 재건축 단지로의 수요 집중 현상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