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법원 부동산 경매 신청이 9년 만에 가장 많은 건수를 기록했다. 깡통전세와 고금리 때문에 버티지 못한 매물이 줄줄이 경매로 넘어간 것이다. 경매 시장에서 인기 물건으로 통했던 입지 좋은 신축 아파트도 유찰을 반복하는 등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1일 남산을 찾은 시민이 서울 아파트단지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뉴스1

5일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 1~10월 서울의 5개 법원에 접수된 민사집행 강제경매·임의경매 사건은 총 9467건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6941건에 비해 36.4% 증가한 수준이다. 이는 2014년 1만1644건을 기록한 이후 최다 건수이기도 하다.

내년에도 경기 침체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과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경매 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실제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한 뒤에도 입지가 우수하거나 개발호재가 있는 물건들은 응찰자가 몰리면서 낙찰가율이 100%를 훌쩍 넘기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마저도 사그라진 분위기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아너힐스’ 전용면적 94㎡는 다섯 차례 유찰을 거듭하면서 최저입찰가가 감정가(34억원) 대비 41%인 14억원까지 떨어졌다. 낙찰자는 임차인 전세보증금 16억원도 함께 인수해야 하는 조건이 붙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현재 이 아파트 같은 평형 시세가 37억원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면 최저가로 낙찰받아 보증금 16억원을 더하더라도 시세보다 7억원 가량 저렴하지만 아직 주인을 찾지 못했다.

재건축 예정인 송파구 일원 장미아파트 전용면적 196.76㎡은 지난달 감정가 30억6000만원 대비 7300만원 가량 높은 31억3313만원에 낙찰(낙찰가율 102.40%)됐다.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하더라도 재건축 이슈가 있는 경우 낙찰가율이 120%까지 치솟았으나, 수요자들의 관심이 예전 같지 않은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는 데에는 금리 상황이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30일 열린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연 3.50% 현재 수준으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한은이 7번 연속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가면서 금리 인상에 대한 시장 부담은 어느 정도 해소된 상태다. 하지만 무리하게 대출을 끼고 주택 매매에 나설 경우 매수인들의 원리금 상환 압박은 여전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장 침체가 계속되고 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경매가 아파트 뿐만 아니라 주택, 빌라, 상가 등 전반적으로 늘어나는 것은 경기 탓도 있겠지만 고금리 영향이 크다”라면서 “금리가 내려갈 경우 매수세가 붙어 낙찰가율이 올라갈 수는 있겠지만, DSR 등 대출 규제가 여전히 있기 때문에 즉각적으로 반등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