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빙 하우스에서 만나 결혼해 애 낳고 사는 커플도 있어요. 그런 회원들을 보면 매우 뿌듯하죠”

지난달 29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 중심가인 홀본에 있는 그래비티 본사에서 만난 리카르도 테사로 그래비티 공동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코리빙 하우스가 머지 않아 주거 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는 산업군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젊은 전문직들이 모여 살며 네트워크를 쌓는 주거 형태로 각광받고 있다는 것이다.

리카르도 테사로 그래비티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백윤미 기자

테사로 그래비티 CEO는 런던 리젠트대에서 글로벌 재무관리를 전공하고 이스라엘, 방콕에서 투자 애널리스트로 근무했다. 이후 홍콩으로 건너가 투자운용역으로 일하다 2018년 1월 그래비티를 창립했다. 그에게 영국 최대 코리빙 하우스 브랜드를 만들게 된 계기와 사업 현황, 코리빙 산업의 미래 등에 대해 들어봤다.

━그래비티 창업 계기와 코리빙 하우스를 사업 아이템으로 선택한 이유는.

“런던에서 커리어를 시작했지만 이후 방콕과 홍콩 등으로 이직하면서 이사할 때마다 집을 찾는 게 매우 어려웠다. (짧은 기간 거주해야 하기 때문에) 유동적인 주거 시설을 찾았지만 이러한 집을 찾을 수가 없었다. 나처럼 주변에 같은 문제를 겪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게 내게는 창업의 가장 큰 동력이었다.

또 서울이나 뉴욕 등에서도 비슷했겠지만, 코로나19 사태 당시 런던에서는 셧다운으로 인한 고립으로 젊은 전문직들 사이에서 정신건강이 화두로 떠올랐다. 그들은 굉장히 긴 시간 일하지만 사회적으로 네트워킹을 할 통로가 없다고 느꼈다.

이에 더해 2017년 투자운용역으로 일하면서 학생 기숙사나 호텔, 모듈러 건축 등 부동산과 관련한 일을 했다. 그러면서 코리빙이나 BTR(Build-to-Rent: 다세대 아파트나 단독 가구 주택의 임대용 개발) 등 분야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고, 그때 코리빙 사업을 시작하기에 좋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 2018년 당시에는 코리빙 개발에 뛰어드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결과적으로 지금 우리는 온라인 분야에서 영국 1위 코리빙 브랜드이자 운영 업체가 됐다.”

━회원 수와 매출 등 사업 현황과 앞으로의 사업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지금 현재는 회원이 350명에서 400명 정도다. 지난해 매출은 450만파운드(약 75억원) 올해 700만파운드(약 116억5000만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으로는 그래비티 앱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기능만 판매할 계획이 있어 회원 수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그래비티에서 살던 사람이 개인 사정으로 이사를 나갈 때 커뮤니티만큼은 계속 유지를 하고 싶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그래서 이를 일종의 소프트웨어 비즈니스 형식으로 발전시켜 커뮤니티 구독을 판매하는 식으로 서비스할 계획이다.”

지난달 29일(현지 시각) 찾은 영국 런던의 하운슬로에 있는 코리빙 하우스 '그래비티' 웨스트코트점 전경. 4층 규모의 건물에 총 97실의 거주 공간과 공용 공간이 마련돼있다. /백윤미 기자

━최근 코리빙 업계에 대한 투자자 등의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는 걸 체감하는지.

“큰 투자자나 디벨로퍼로부터의 관심은 6~9개월 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그래비티의 다양한 커뮤니티가 굉장히 긍정적인 방향으로 주목을 받은 거다. 그래비티 거주자들의 평균 거주 기간이 8개월인데, 그 말은 8개월 마다 월세를 조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 러시아 전쟁으로 인해 각종 자원의 가격이 올라간 상황에서 투자자들 입장에선 코리빙 하우스가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위험 분산 기능을 한다고 봤던 것 같다. 그 전까지는 코리빙 섹터가 점진적으로 성장하는 산업이었다면, 이 시기를 기점으로 굉장히 빠르게 성장하는 산업으로 바뀌었다.

코리빙은 이익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최소 2년이 걸리는 BTR 등에 비해 투자금이 빨리 회수되는 점이 장점으로 꼽혔다. 그래서 현재는 코리빙이 다른 주거 형태보다 더 좋은 투자처로 인식되고 있다. 융통성도 굉장히 중요한 코리빙의 장점 중 하나다. 6개월 정도 머물 수 있는 공간을 찾는다면 코리빙 하우스가 에어비앤비 같은 숙박 형태보다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래비티는 지난해에만 570만 유로(약 81억원) 이상 투자를 유치했다. 투자자들은 그래비티의 어떤 부분에 주목했나.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한 게 크다. 코리빙이 새로운 섹터인 데다 경영자가 적다는 점에 주목했다. 현재는 런던에 5개 건물이 있지만, 이를 2027년까지 1만 베드(bed)까지 운영 개수를 늘리겠다는 계획도 눈길을 끌었다. 이에 더해 내년에는 프랑스 파리와 스페인 마드리드, 2025년까지는 이탈리아 밀라노와 포르투갈까지 유럽 전역으로 사업을 넓힐 계획이다.

이후 2025년 말부터는 아시아 시장으로 진출 계획도 있다. 3~4년 뒤의 일이라 확실하진 않지만 계획은 있다. 이미 싱가포르 쪽과는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 서울, 홍콩, 싱가포르, 방콕, 선전, 도쿄 등 주요 도시를 후보에 올려두고 고민 중이다.

아시아시장에 진출한다면 그래비티는 현지 디벨로퍼와 함께 합작법인(JB·조인트벤처)을 설립할 것이다. 그래비티는 힐튼 같은 호텔 체인이 아니다. 각 나라와 도시별로 특징을 살려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서울에 진출한다면 우리는 서울을 잘 아는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서울에서 그 도시에 맞는 디자인과 설계 등을 해줄 수 있는 로컬 파트너를 찾는 식으로 협업하는 거다.”

━코리빙 하우스는 런던 등 대도시의 비싼 임대료에 대한 문제 의식에서 시작됐다. 현재 사업을 하면서 그래비티가 이 부분에서 기여한 바가 있다고 생각하는지.

“의심할 여지 없이 그렇다. 런던에서는 아무나 아파트를 살 수가 없다. 너무 비싸 극소수만 살 수 있다. 더욱이 런던에는 큰 평수의 아파트가 많기 때문에 젊은 층에서 수요가 많은 소형 아파트가 부족하다. 코리빙 하우스에 살면 좀 더 좁은 공간에 살더라도 월 2000파운드(약 333만원) 이하로 살 수 있다. 사실 코리빙 하우스의 가격이 아주 싸지는 않기 때문에 가격적인 면에서 기여했다기 보다는 단기간에 머물 수 있다는 유동성을 주었다는 점이 크다고 생각한다.”

리카르도 테사로 그래비티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백윤미 기자

━현재 그래비티가 진행 중인 사업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래비티의 커뮤니티는 우리의 DNA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하다. 소비자로 하여금 기꺼이 그래비티에 살고 싶게 만드는 브랜딩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코리빙 업체가 있지만 그들은 브랜드가 없는 운영자로서의 역할만 한다. 그만큼 브랜딩에 투자하는 것도 우리에게는 회사의 중심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요소다.

그 결과 그래비티의 커뮤니티는 굉장히 높은 고객 만족을 얻고 있다. 전체 임차인의 약 40%가 연장 계약을 하고 30%는 주변 사람들에게 스스로 홍보를 할 정도로 충성도가 높다. 이 때문에 홍보 예산을 2019년 임차인 1인당 300파운드(약 50만원)에서 현재 90파운드(약 15만원)로 줄였다. 그래비티에서 만나 거주자들끼리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기도 하고, 스타트업을 새로 만들기도 한다. 결혼한 커플은 첫 아이를 가졌을 때 이사를 나갔다. 그런 회원들을 보면 매우 뿌듯하다. (웃음)”

━반대로 가장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좋은 건물을 인수해 자산으로 편입하는 것이다. (런던뿐만 아니라) 해외 진출도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코리빙 하우스를 당장 운영할 수 있을 만한 건물을 찾는 게 쉽지 않다. 위치나 가격 등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많다. 다만 이 같은 건물을 찾는 목적이 시세차익을 얻기 위함은 아니다. 10년 이상 비즈니스 계획을 세우는 목적에서 장기적 시각으로 건물을 찾고 있다. 좋은 부동산을 찾는 것이야 말로 코리빙 운영 회사로서 가치와 정체성을 정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코리빙 하우스가 잠깐 유행을 넘어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은.

“코리빙 하우스는 주택 시장에서 한 축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올해 들어 코리빙 산업에 대한 관심이 급격하게 늘었음을 체감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업을 여러 군데로 확장하고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할 준비를 하고 있다.

다만 해결해야 할 과제는 있다. 아직 코리빙 건물 가치를 매길 때 척도가 많지 않아 이를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는 거다. 현재는 기숙사와 일반 주택 그 사이 정도에서 가치가 매겨지고 있고, 투자자들도 그 정도로 인지하고 있다. 이를 명확히 하는 게 코리빙 산업의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