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중심으로 청약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면서 일명 ‘줍줍’으로 불리는 무순위 청약도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세종과 청주 등 지방에서도 미분양이 적고 분양가가 시세보다 저렴한 곳은 무순위 청약이 흥행하고 있다. 정부가 거주 지역과 보유 주택 수와 관계 없이 무순위 청약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규제 완화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아이파크 갤러리에서 시민들이 견본 주택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뉴스1

12일 리얼투데이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이달 7일까지 무순위 청약으로 나온 전국 아파트 1922가구에 19만2820명이 몰려 100.3 대 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하반기(7∼12월) 평균 경쟁률(15.5 대 1)과 비교하면 6배 넘게 치열해진 것이다. 지난해 상반기 경쟁률(45.9 대 1)과 비교해도 2배 이상 뛰었다.

수도권에서는 아파트 1763가구 모집에 약 15만4000명이 청약해 87.5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일례로 경기 평택 세교동 ‘평택지제역자이’는 지난달 31일 진행된 무순위 청약에서 총 4가구 모집에 5만7434명의 신청자가 몰려 평균 경쟁률이 1만4358.5 대 1에 달했다.

지난달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 ‘금강펜테리움 6차 센트럴파크’도 무순위 청약 7가구 모집에 4529명이 신청해 647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래미안 엘리니티’ 계약취소주택 2가구 무순위 청약에는 2900명이 청약해 평균 경쟁률 1450 대 1을 기록했다.

지방에서는 아파트 159가구 무순위 청약 모집에 약 3만8000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 242.7 대 1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분양이 적은 세종과 청주 등 지역을 중심으로 무순위 청약의 경쟁률이 높았다. 지난 4월 기준 세종의 미분양은 156가구, 청주는 161가구에 불과하다.

세종 어진동 ‘세종 한신더휴 리저브2(1-5생활권HO1블록)’는 지난 1월 진행한 무순위 청약에서 1가구 모집에 1만200명이 몰렸다. 지난 3월 호반건설이 청주 동남지구에 분양한 ‘호반써밋 브룩사이드’는 1가구 모집 무순위 청약에 1856명이 신청했다. 이는 2019년 이후 청주에서 최고 무순위 청약 경쟁률이다.

무순위 청약에 신청자가 몰린 이유는 연초 정부가 청약 규제를 완화한 경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지난 3월부터 거주지역과 보유 주택수에 관계 없이 국내에 거주하는 성인이라면 누구나 무순위 청약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이 때문에 경기 평택과 과천, 세종 등에서 분양가상한제로 공급됐던 단지들의 무순위 청약 경쟁률이 높아졌다.

윤지해 부동산R114 팀장은 “분양가 상한제 규제가 대부분 해제되고 정부가 기본형 건축비를 조정하는 등 분양가 하락 요인이 없어지면서 반사적으로 무순위 쳥약에 대한 기대심리가 나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세종은 공공택지이기 때문에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아 가격적인 이점이 있고, 청주는 도심에 분양하는 데다 미분양도 많지 않고, 한동안 조정을 받은 지역이어서 갈아타기 수요가 있다”면서 “그 외에 부산과 대구 등 미분양이 많은 지역은 미분양이 해소되기 전에는 청약시장이 살아나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무순위 청약 성패의 핵심은 분양가”라면서 “울산이나 원주 등 입지가 좋은 지방 지역도 분양가를 시세보다 더 비싸게 책정한 경우는 청약 흥행에 실패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