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은평구에 위치한 서울혁신파크. /채민석 기자

지난 19일 오후 서울 은평구 불광역에서 불과 50m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서울혁신파크. ‘서북권 교통 요충지’인 연신내와 불광동을 끼고 있는 이곳에는 오는 2027년까지 서울시립대학교 은평캠퍼스를 포함한 서북권 융복합도시가 들어설 예정이다. 이에 입주사들이 떠나며 건물은 텅 비어 있었고, 곳곳에 ‘무단침입 경고문’이 붙어 있었다. 재개발을 앞두고 있다는 것이 실감나는 분위기였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공약으로 내세운 ‘서북권 대형복합단지 조성 계획’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22일 조선비즈 취재에 따르면 서울시립대가 지난 18일 ‘서울시립대학교 은평캠퍼스 조성 기본계획 수립 및 타당성 조사 용역 과업지시서’를 발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시는 서울혁신파크 개발부지에 서울시립대 은평캠퍼스를 비롯해 직(일자리)·주(주거)·락(여가 및 문화) 융복합도시를 조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과업지시서에 따르면 이번 용역은 대학 혁신성장 발판 마련과 서북권 신생활경제문화거점 중심지 조성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적의 조성방안 도출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인근 주민들은 일단 융복합도시 조성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서울 불광동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 정모(53)씨는 “불광동이나 연신내에는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기 때문에 대규모 시설이 조성된다면 시민의 삶의 질이 올라갈 것”이라며 “그간 은평구 일대는 다른 자치구에 비해 주거 매력도나 투자 가치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 등 외면 받는 지역이었지만, 집값 상승을 비롯한 다양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영업자들의 기대감도 크다. 불광역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박모(42)씨는 “‘은평구에서 장사가 되긴 하냐’는 말을 들을 때마다 지역을 옮길까도 고민했었는데, 융복합도시가 들어온다면 유동인구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불광동 일대 자영업자 지인들도 조성을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당장 서울혁신파크 내에 자리잡고 있는 업체 등은 오는 9월까지 자리를 비워줘야하기 때문이다.

서울시립대 은평캠퍼스가 들어설 곳은 축구장 15개 크기(10만9727㎡)의 서울혁신파크 부지다. 지난 2009년 오세훈 서울시장 재임 당시 서울시가 재개발을 위해 매입한 곳으로, 시유지 중 가장 큰 규모다. 서울혁신파크는 3개청 10개동 1개관으로 이뤄져 있으며, 서울기록원과 서울시50+ 서부캠퍼스를 제외한 모든 재개발 대상이다.

시가 계획하고 있는 융합복합단지는 강남 코엑스(46만㎡)와 맞먹는 48만㎡ 규모의 부지에 조성될 예정이다. 이곳에 들어설 서울시립대 은평캠퍼스는 첨단연구, 창업, 산학협력, 평생교육 중심의 특화 캠퍼스로 만들어진다. 60층 높이의 랜드마크 타워와 800가구 규모의 공공형 주거단지, 병원·공원 등 편의시설, 복합문화쇼핑몰 등도 들어설 계획이다. 오는 2024년 연신내역에 GTX-A가 개통될 예정이라 접근성도 높다.

서울혁신파크에 무단침입 경고문이 붙어있다. /채민석 기자

개발 호재 소식이 들리면서 은평구의 아파트 매매가격도 출렁이고 있다. 은평구의 매매가격지수는 2021년에서 2022년 사이 9.04(91.22→100.26)올랐다. 이는 서울 25개 자치구 중 7번째로 높은 수치다. 2021년 5월부터 지난 8일까지 2년 만에 가격이 2.3% 상승했다.

일례로 은평구 응암동 백련산파크자이 84.8㎡는 1개월 만에 6억5500만원에서 7억7000만원으로 뛰었다. 불광동에 위치한 북한산현대힐스테이트 7차 59㎡도 10억2000만원에서 11억원으로 8000만원 올랐다.

거래량도 지난 2022년 586건에서 2023년 현재까지 680건으로 회복중이다. 특히 올해 들어 지난 1월 47건이었던 거래량은 3월에 357건으로 8배 가량 증가했다. 은평구 외 서울 거주민 투자는 38건에서 332건으로 증가했으며, 외지인 투자도 9건에서 25건으로 3배 가량 늘었다.

불광역 인근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공인중개사 A씨는 “은평구 거주자들도 기대하고 있지만, 투자가치가 높아진 덕에 서울 다른 구에 거주하고 있거나 외지인들의 문의도 심심치 않게 들어오고 있다. 임장을 하러 온 사람들도 자주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