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이요? 요즘 손님이 워낙 없으니 굳이 매일 문 열 필요가 없어요. 저도 일 있으면 아예 출근 안 하고 옆집에 미리 얘기해두죠. 오늘은 비우겠다고”

지난 25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왜 바로 옆 공인중개무소가 문을 닫았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하루 종일 앉아봤자 전화 몇 통 오지도 않는다”며 “특히 노·도·강(노원·도봉·강북) 집값이 내리기 시작했다는 기사가 나간 이후로는 매매 문의가 뚝 끊겨버렸다”고 말했다.

미아동 B공인중개사무소도 사정은 비슷했다. 이곳 관계자는 “액수는 말할 수 없지만 한 달 벌이가 작년 상반기보다 반 토막 넘게 줄었다고 생각하면 된다”며 “주변 업소들도 다들 사정이 비슷비슷한지라 기댈 구석도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했다.

서울 시내의 부동산 중개업소들 /연합뉴스

지난해부터 이어진 거래절벽에 부동산 공인중개업계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수 년동안 이어진 급등장에서 인기 직종으로 새삼 각광받았으나 시장 환경 변화와 공급 과잉에 처지가 바뀐 것이다.

28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공인중개사 개업은 1만6806건으로 지난 2013년 1만5816건 이후 최소치를 기록했다. 폐업은 1만1107건, 휴업은 862건으로 개업 대비로는 75.67%가 휴·폐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현상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공인중개사협회 홈페이지의 중개사무소 매매(양도) 게시판에는 지난해 11월 18일부터 12월 31일까지 모두 756건의 매매·양도 글이 올라왔으나, 올해는 1585건이 올라왔다. 약 한 달 반이라는 비슷한 기간 동안 2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공인중개업계가 고사 위기에 빠진 가장 큰 이유는 거래 절벽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매매 건수가 지난해 5월 4900건에서 12월 1125건까지 80% 가까이 급감했다. 인구가 30만명에 그나마 접근이 쉬운 중·저가 아파트가 몰려있는 강북구의 경우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신고된 매매 건수가 20건을 넘지 않았다. 지난해 7월 136건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KB부동산이 지난달 3700여 회원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집계한 매매거래동향 지수도 전국 기준 3.2가 나와 지난 2003년 조사 시작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조사에 참여한 회원 중개업소 중 최근 거래가 활발하다고 답한 곳은 전혀 없었고, 96.8%는 최근 업황이 “한산하다”고 답한 결과다. 시장에서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계속된 부동산 규제 기조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이 더해지면서 거래가 완전히 실종됐다고 이해하고 있다.

매매뿐 아니라 전세 거래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의 영향으로 지난 2020년 13만4556건에 이르렀던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는 지난해 11만9499건으로 줄어들었다. 강북구는 지난해 10월 167건의 전세 거래가 이뤄졌지만 이번 달은 28일 현재 85건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거래량 급감과 더불어 지난해 10월부터는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 개정에 따라 부동산 중개보수가 최대 절반 가까이 줄어들기도 했다.

올해 전망도 밝지는 않다. KB금융그룹이 지난 20일 발간한 ‘2022 KB 부동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전국 주택매매가격에 대해 중개업소 63%는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부동산 전문가의 64%가 상승을 예상한 것과 비교하면 현장이 느끼는 위기감이 더 큰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시장이 실제로 하락 전환할 경우 매수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면 거래절벽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

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최근 부동산 전체 거래량은 큰 변화가 없지만 주택 거래량은 지난해에 비해 반 토막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특히 주택을 중심으로 중개하던 업체들 입장에서는 거래량이 곧 수입원이기 때문에 크게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대출 규제가 가장 크게 작용했지만, 아파트 가격이 폭등했다고 규제 지역을 너무 많이 설정한 것도 공급과 거래가 막힌 요인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적어도 차기 정부가 들어서는 5월까지는 지금과 같은 거래절벽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며 “규제로 인해 수요가 강제로 억눌린 상황이라, 규제 숨통만 트이면 가격이 안정화돼도 거래량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