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임대주택 인기가 치솟고 있다. 집값은 물론 전세금까지 많이 오른 데다 투자처로 생각하는 수요자까지 몰려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높은 임대료나 불투명한 분양 전환 가능성이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신중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경기도의 한 임대 아파트. /LH제공

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 롯데건설이 경기도 용인 수지구청역에 장기 임대아파트로 공급한 롯데캐슬 하이브엘은 총 715가구 모집에 16만여명이 몰려 평균 22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용면적 84㎡의 임대보증금이 8억원대 후반이고, 매달 임대료가 100만원 수준으로 싸지 않은 편인데도 수요자가 몰린 것이다.

지난 5월 경기 평택시 안중읍에 위치한 ‘안중역 지엔하임스테이’는 286대 1로 민간 임대 아파트 사상 최고 청약 경쟁률을 나타냈다. 연초 전남 목포시에서 공급된 ‘평화광장 모아엘가 비스타’의 경우 목포의 부동산 경기가 침체됐음에도 217가구 공급에 3만2118건의 청약이 몰려 148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3월 충남 아산시에서 공급된 ‘신아산 모아엘가 비스타2차’도 186대 1로 세 자릿수 경쟁률을 보였다.

민간 임대주택이 여러 군데서 흥행한 이유는 먼저 임대 기간 안정적인 주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민간 임대주택의 최소 임대 보장 기간은 대부분 8~10년이며 임대료 상승률도 5% 이내로 제한된다. 여기에 분양 청약과 달리 청약통장 유무나 당첨 이력과 상관없이 만 19세 이상 무주택 가구 구성원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어 진입장벽이 낮고, 취득세나 재산세 등 각종 세 규제나 부담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도 강점이다.

윤지해 부동산 R114 수석연구원은 “요즘처럼 전·월세 시장의 불안이 큰 상황에서 임대료 불확실성이 적으면서 장기적인 거주가 가능하다는 것이 큰 강점”이라며 “임차인 입장에서는 보증금도 쉽게 돌려받을 수 있어 개인과 개인 사이의 임대차계약보다 훨씬 안정적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짓자마자 처음부터 임차한다면 신축이라서 쾌적한 주거가 가능하다는 것도 큰 장점”이라고 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민간 임대주택이 인기를 끈 또 다른 이유로 향후 분양으로 전환할 경우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형성된 것을 꼽는다. 사업자들이 임대 기간이 끝난 후에는 분양으로 전환하는 경우가 있는데, 임차인에게 분양에 대한 우선권을 주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임차권에 웃돈이 붙기도 한다. 민간 임대주택의 임차권은 분양권과 달리 전매 제한이 없어 웃돈을 주고 사 거주할 수 있다. 롯데캐슬 하이브엘의 경우 계약 직후 2억원 가량 붙었던 프리미엄은 최고 4억원대까지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부동산 시장 상승세를 고려할 시 장기 임차하다가 향후 분양 전환에 따른 시세차익을 노리는 게 더 낫다는 판단 때문이다. 용인시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임차권 시세를 묻는 문의가 아직까지 드문드문 있다”고 전했다.

공급자 입장에서도 민간 임대주택의 매력이 커진 상황이다. 분양가 규제가 많은 상황이다 보니 당장 분양하기보다는 장기 임대수익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한 다음, 임대 기간이 끝난 후 분양해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지해 연구원은 “분양이 한 번에 수익을 내는 방법이라면, 민간 임대주택은 장기간 안정적으로 수익률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라며 “임대 기간 시장가치가 계속 상승했다면 분양 전환 시 자산 가치도 더 커진다는 점에서 합리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송승현 대표도 “지금으로선 분양가 상한제 등 각종 규제로 건설사 입장에서도 분양을 통한 수익성 확보가 어려운데, 임대 기간 동안 제도 환경의 변화를 기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이에 일반분양사업을 민간임대사업으로 전환하는 경우도 나온다. 대방건설은 지난해 민간분양 아파트로 관청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했지만, 지난 5월 청소년 시설원을 추가 기부채납하는 조건을 더해 민간임대 주택 사업으로 전환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10여년 뒤 분양가 상한제를 피할 가능성에 배팅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민간 임대주택이 분양전환을 하는 것이 아닌데다 임차인에게 우선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롯데캐슬 하이브엘의 경우 모집공고에 거주 중인 임차인은 우선 분양 전환 권리가 없다고 명시됐다. 올해 초 청약을 마무리한 ‘신아산 모아엘가 비스타2차’나 ‘신내역 시티프라디움’의 경우에도 ‘임대의무기간 종료 후 임차인에게 분양전환 우선권을 부여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안성 금호어울림 더프라임의 경우에는 지난달 임대가구의 70%에게만 분양하기로 했는데, 이를 임차인 모집공고 당시 밝히지 않아 임차인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송승현 대표는 “임차인 입장에서는 민간 임대주택이 주택가격 하락·대출 규제 등의 리스크를 피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10년 뒤 분양 여부·부동산 경기 변화·정책 환경 변화 등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오히려 불확실성 리스크가 커지는 측면도 있다”며 “무조건적인 투자는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윤지해 연구원은 “민간 임대주택의 분양 전환을 기대하는 입장에서는 분양가 책정 시 감정평가에 따라, 또는 건설사의 수익률 설정에 따라 향후 분쟁이 생길 여지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