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수주한 잠원동 훼미리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의 경우 3개사 중 포스코건설이 가장 높은 공사비를 써냈음에도 수주에 성공했습니다. 흔히들 사업 조건이나 공사비가 수주 여부를 좌우한다고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아요. 훼미리 조합원들은 한강변이라 연약한 지반 문제나 구조에 대해서 고민이 많았는데, 저희가 사업제안 당시 타사의 2배에 달하는 구조도면을 제출했습니다. 조합원 입장에서는 시공사가 이익을 위해 뛰어들었는지, 아니면 자신들의 삶의 질을 진지하게 고민했는지 느낄 수 있었을 것입니다.”

포스코건설은 지난 2014년 국내 건설사 최초로 리모델링 전담 조직을 만들었다. 당시만 해도 사업이 될까 싶었지만 지금 한국은 리모델링 열풍이라는 말을 실감할 정도로 전국 각지에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가 속속 생기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만 90여곳(지난 1분기 기준)에 이르고 있다. 포스코건슬은 과거 정비사업 시장에서 이렇다할 주목을 받지 못하던 건설사다. 그러나 리모델링 시장에서만큼은 선두권으로 꼽히고 있다. 새 역사를 쓰는 리모델링영업그룹의 이원식 그룹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포스코건설 이원식 그룹장이 2021년 8월 13일 서울 여의도 파크원 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 올해 들어 리모델링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우선 리모델링에 대한 시장의 인식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리모델링을 재건축이 어려운 경우 어쩔 수 없는 ‘차선’의 선택이라고 인식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재건축과 별개로 노후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가장 신속한 ‘현실적 최선’의 방안으로 바라보고 있는 게 대체적인 흐름으로 보인다.

아파트가 오래되면 필연적으로 배관이 녹슬고 마감재가 탈락하는 등의 물리적인 노후화가 생긴다. 여기에 세대 내부 구조나 부대시설·주차장 등이 사회 트렌드에 부합하지 않는 사회적 노후화까지 찾아온다. 이때 굳이 재건축 가능 연한인 30년을 채우느니 리모델링을 통해 삶의 질을 빠르게 개선하면서 보다 안전한 주거공간을 만드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2000년대 중반 당시에도 리모델링 붐이 일었다가 다소 침체됐던 적이 있지만, 이번에 찾아온 리모델링 붐은 앞으로도 전망이 대단히 유망하다고 본다. 종전에는 서울·분당 등 일부에 국한됐다면, 최근에는 1기 신도시 등 수도권 전역과 부산·대구·광주 등 지방까지 추진단지들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금리에 따른 유동성 효과도 있겠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인식이 바뀐 영향이 커 시장도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 어떤 단지의 경우에 리모델링이 재건축보다 유리할까

“리모델링은 재건축에 비해 건물 배치나 세대 평면 계획이 자유롭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대신 재건축은 준공되고 30년이 지난 아파트의 안전진단 결과가 D등급 이하여야 하지만, 리모델링은 15년만 지나면 되고 C등급이어도 사업추진이 가능하다. 또 재건축처럼 정비구역 지정이나 정비계획 수립 등의 행정절차가 없는 것도 사업 기간이 획기적으로 빠른 요인이다.

용적률이 200%를 초과하는 중층 이상의 단지들의 경우에는 리모델링에서 오히려 재건축보다 더 높은 사업성을 기대할 수 있다. 또 재건축은 초과이익환수제 등의 각종 규제의 대상인 반면, 리모델링 사업은 오히려 일부 지자체에서 리모델링 기금 등을 지원받을 수도 있다.

이같은 특징을 조합해보면, 준공된 지 15~30년 사이인 용적률 200~300% 단지들의 경우 재건축보다 리모델링이 더 유리하다. 경험상으로는 준공 후 15년이 갓 지난 단지들은 노후화가 덜 돼서 그런지 20년 전후의 단지들보다 주민들의 호응도가 다소 낮았다. 용적률도 300%를 넘어서면 법적으로는 용적률 완화가 가능해도 도시 계획상 인·허가 기관과의 소통이 더 어려워져 200~300% 사이 단지들이 더 유리하더라. 이 두 가지 조건으로 판단하길 추천한다.”

― 사업자 입장에서의 리모델링 수주 판단 기준은 또 다를 것 같다

“포스코 그룹은 아무런 기반이 없었던 제철 산업에 뛰어들어 성공을 일궈낸 기억이 있다. 당시 ‘포항 제철소가 실패하면 다 같이 동해에 빠져 죽자’는 불굴의 ‘우향우 정신’이 아직도 면면히 흐르고 있다. 그래서 한 번 수주한 사업장은 어떤 일이 있어도 준공까지 완수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고, 이를 위해 무분별하게 사업을 수주하기 보다는 철저한 사업성 검토를 통해 수주 대상을 선정한다.

사업성 검토는 ▲리모델링 전·후의 설계 검토 ▲구조 안전성 검토 ▲공사비 최적화 검토 ▲단지 차별화 검토 등을 포함한다. 검토해야 할 사안들이 적지 않지만, ‘기존 단지의 여건이 어떤지’와 ‘미래 성장성이 어떤지’의 문제로 귀결된다.

신규 택지나 재건축 사업의 경우 빈 대지에 건물을 세우는 것이라 조건이 비슷하겠지만, 리모델링 사업은 기존 구조물을 존치하면서 진행하다 보니 입지 외에도 기존 여건이 가지는 의미가 크다. 또 용적률 문제와 함께 별동(別棟) 증축 시 일반분양분 확보·분담금 부담 비율 등도 고려해야 한다.

최근에는 고급화에 대한 요구도 커졌다. 예전에는 공사비를 최적화하는 것이 사업 성공의 열쇠였다면, 이제는 얼마나 다른 단지와 차별화하고 고급화해 리모델링 후의 가치를 증대시킬 수 있는지가 조합원들의 최대 관심사다.

안정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이처럼 다양한 요소들 사이에 최대공약수를 찾는 지난한 작업이 필요하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지난 2014년 업계 최초로 리모델링 전담부서를 조직·운영하고 있어 경쟁사들보다 더 축적된 노하우로 종합적 판단을 내리고 있다.”

― 리모델링 시장에 선도적으로 나선 이유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2000년대 중반의 리모델링 붐도 가라앉아 버렸다. 회복 모멘텀도 보이지 않아 경쟁사들은 도시정비 사업부에서나 보조적으로 리모델링 사업을 검토하고 있었는데, 포스코건설은 앞으로 굳이 재건축을 기다리지 않아도 주거를 개선하려는 사회적 트렌드가 형성돼 다시금 리모델링 시장이 열릴 것으로 봤다. 여기엔 영국이나 프랑스 같은 유럽 선진국들의 경우 리모델링 시장이 정부에서 여러 보조를 받아 신축 시장과 거의 같은 비율로 성장한 사례도 참고가 됐다. 다만 우리도 리모델링 시장이 요즘처럼 폭발적으로 성장하리라곤 예상을 못했다.

처음 리모델링 전담부서를 만들 때 역점을 둔 것은 ‘기술 영업’이 가능하게끔 토탈 서비스가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현장과 기술개발 경험을 가진 직원들을 선발했고, 리모델링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설계·디자인 전담직원들을 배치해 기존 영업 인력과 시너지를 발휘하도록 했다. 당시 선발된 직원들이 지금까지 약 20여개의 프로젝트를 맡아 사업기획, 설계, 기술검토, 계약, 인허가, 금융알선 등의 업무에서 많은 노하우를 축적해 이제는 모두 베테랑의 경지에 올라 후발주자와 큰 격차를 만들어냈다.

또 기술개발에도 투자를 많이 해 리모델링과 관련한 가장 많은 특허 기술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이를테면 기존 구조체와 신설 구조체 간의 슬래브 접합 기술, 층간소음 저감용 저주파 천장 흡음재 기술, 지상·지하 동시 공정 기술 등은 포스코건설만의 자랑이다.”

개포 우성9차 리모델링 공사 전후 사진 /포스코건설 제공

― 가장 기억나는 현장이 있다면

“지금 당장 떠오르는 건 회사의 1호 리모델링 사업이자, 오는 11월 준공 예정인 개포 우성9차 아파트다. 지난 2014년 대치 우성 2차 아파트를 리모델링한 래미안 대치 하이스턴 이후 5년동안 리모델링 사례가 아예 없었다. 그래서 벤치마킹할 사례도 없는지라 사업 추진에 애를 먹었다.

개포 우성 9차는 원래 다른 건설사가 시공사로 선정됐었지만 포스코 건설이 인수했다. 인수 이후에도 조합 집행부가 교체되고, 인·허가도 쉽지 않은 등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지난 2019년 2월 조합원들의 이주가 완료되고 착공했다. 래미안 대치 하이스턴 이후 재개된 첫 리모델링 사례라 리모델링 시장에서도 의미가 크다. 착공식 당시의 벅찬 감정이 아직도 기억난다.

지난 2019년 수주한 잠원동 훼미리 아파트도 빼놓을 수 없다. 리모델링 사업 최초로 포스코 건설을 포함한 3개 사가 격돌했는데, 조합원들의 압도적 지지로 수주에 성공했다. 경쟁사를 제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진정성’ 아닐까 싶다. 흔히들 사업 조건이나 공사비가 수주 여부를 좌우한다고 생각하지만, 훼미리 아파트의 경우엔 오히려 포스코 건설의 공사비가 가장 높았다.

그럼에도 사업제안 당시 타사의 2배에 달하는 구조도면을 제출해 필로티나 커뮤니티 시설을 도입했다. 조합원들 입장에서는 구조가 중요한 리모델링 사업의 특성과 한강 변이라는 연약한 지반 문제에 대해 우리가 분명한 해답을 내놔 만족했던 것 같다.

또 단지 배치, 가구 평면, 편의시설 배치에서도 세심한 설계로 조합원들 간의 형평성을 최대한 충족해 고르게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 조합이나 조합원 입장에서는 시공사가 이익을 위해 뛰어들었는지, 아니면 자신들의 삶의 질을 진지하게 고민했는지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이 밖에도 한국 최초의 수직증축 리모델링 사업인 송파동 성지아파트, ‘서울형 리모델링 1호 사업’인 문정동 시영아파트, 최초의 세대수 증가형 리모델링 사업인 둔촌동 현대1차아파트 등 자랑하고 싶은 사업이 여러 개 있다.”

― 어려웠던 기억도 많을 것 같다

“사업마다 각각의 특성이 있기 때문에 어떤 사업이 가장 어려웠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가장 어려웠던 순간을 꼽으라면 아마 본계약 협상일 것 같다.

특히나 요즘처럼 건설 물가가 급등한 시기에는 더욱 어렵다. 공사비란 것이 기본적으로 물가와 연동되기 마련인데, 건설물가는 체감하기 어려워 조합원들이 쉽게 이해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또 가계약과 본계약 사이의 기간이 길다 보니 그 사이 각종 건축법규가 강화되거나, 인·허가 조건으로 새로운 공사가 추가되거나, 설계변경으로 인해 공사비가 증가하는 등 상황의 변화를 조합원들에게 이해시키기가 항상 쉽지 않다.

그럼에도 추진위·조합과 시공사 간의 관계 설정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에 정공법으로 설득할 수밖에 없다. ‘내일은 미스터 트롯’에 나왔던 장민호·정동원의 ‘파트너’라는 노래를 떠올리며 파트너십을 유지하고자 한다. 조합과 시공사가 서로를 대척점으로 생각하는 순간 사업 전망은 어두워진다.”

― 관심을 가지고 있는 리모델링 사업이 있나

“특정 단지보다는 최근 대형단지가 정비사업 시장의 트렌드라는 점에서 단지의 규모에 눈길이 간다. 서울의 경우 신당동 남산타운, 사당동 우극신(우성2·3차, 극동, 신동아4차)이 조합 설립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지방에서도 부산 용호동 LG메트로시티, 창원 토월 성원 그랜드타운 등 대규모 단지들의 사업에 참여하면 좋을 것 같다.”

― 리모델링 시장에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정부 차원의 제도 개선 추진 여부에 따라 리모델링 사업이 더욱 활성화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본다.

가장 먼저 ‘리모델링 특별법’이 제정됐으면 좋겠다. 재건축·재개발에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라는 특별법 체계가 적용되는 반면, 리모델링 사업은 일반법인 주택법의 적용을 받아 리모델링 사업의 특성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주택법은 신축 주택을 대상으로 해 구조물을 존치한 상태에서 다시 짓는 리모델링 사업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먼저 인·허가와 관련해 과도한 규제가 적용된다. 기존 전체 가구 수의 15% 범위 안에서만 가구 수 증가를 가능케 했고, 그나마도 증가하는 가구 수가 30가구를 넘으면 신축 아파트 상의 사업계획승인 대상이 돼 교육환경영향평가·재해영향평가 등 신축과 같은 규제를 받는다. 사실상 이중 규제인 셈이다.

용적률 완화 역시 주택법에서는 전용면적 기준 최대 40%의 범위 내에서만 증축이 가능하도록 규정해, 국토계획법상 용적률과 혼동이 발생하곤 한다. 리모델링 특별법이 제정되면 법령이 깔끔히 정리돼 사업자와 조합 모두 예상 가능성이 생긴다. 이 밖에도 분양가·대출·세금 규제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 수직증축·내력벽 규제도 오래된 규제 문턱이라고 들었다

“수직증축의 경우 프로세스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수직증축의 경우 2번의 안전진단과 2번의 안전성 검토를 거치게 되어 있는데, 이를 각 1회로 조정하여 안전은 확보하면서도 인·허가 기간은 단축시킬 수 있게끔 해야 한다. 아울러 안전성 검토를 담당하는 기관을 확충해 늘어나는 수요에 정부가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선재하 공법이다. 수직증축 시 비용과 시공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 일부 사업장의 경우 선재하 공법 없이는 리모델링이 어렵다. 그런데 당국에서 기술 검증이 어렵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인증에 손을 놓아 업계의 고충이 크다. 국토교통부에서 지난 6월 기술 인증기관을 확대하도록 시행령을 개정해 첫발을 뗐지만 여전히 답답한 상황이다. 너무 공공의 시각만 반영돼 민간의 전문성과 혁신을 간과한 것 아닌가 싶다.

건물 하중을 받치는 내력벽의 경우에도 ‘절대 철거하면 안 된다’는 오해가 시중에 널리 퍼져 규제를 뒷받침하고 있는데, 하중을 받치는 벽은 여러 개가 있어 구조 안전에 대한 문제가 없으면 철거가 가능하다. 필요하면 대체 내력벽 설치도 가능하다. 시공사의 구조 기술사들이 먼저 검토한 후 인·허가 기관이 구조 심의로 재차 확인하는 ‘이중 절차’를 거칠 경우 규제가 현재보다는 완화돼도 괜찮다.

국토부에서는 가구 간 내력벽을 철거해 합치는 행위를 허용할지 여부를 두고 결론을 4년째 유보하고 있다. 고민하는 이유는 두 가구 간의 합가를 금하고 등기상의 문제를 예방하기 위함인데, 사람들은 안전 문제 때문으로 오해하는 경향이 있다. 벽체 안전성 문제는 결국 구조물 사이 힘의 균형이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포스코건설 이원식 그룹장이 2021년 8월 13일 서울 여의도 파크원 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