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이엔씨와 롯데건설이 맞붙은 북가좌6구역 재개발 사업에서 소송전이 벌어지는 등 과열 양상을 띄기 시작했다. 인근의 성산시영아파트, DMC한양아파트 등 주변 재건축 단지들도 북가좌6구역 진척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2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 21일 북가좌 6구역의 인근 지역의 한 온라인 커뮤니티 회장인 A씨는 입장문을 통해 해당 커뮤니티의 부회장, 조합원 등과 함께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A씨는 조합원 대리인 자격으로 가처분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가처분 신청 사실을 알리며 ▲지침서를 기준으로 제시한 내용 중 양사 간 법정 다툼의 소지가 있는 내용은 양사의 대표를 불러 철회시킬 것 ▲이를 거부한 업체에 대해서는 입찰 보증금 500억원을 몰수하고, 양사가 모두 거부할 경우에는 1000억원을 몰수해 조합에 귀속할 것 ▲재입찰 공모는 2-3개월 안으로 완료할 것 등을 내세웠다.

조합 일각에서는 ‘오는 28일 시공사 선정 임시총회를 코앞에 두고 가장 우려하던 소송전을 시작했다’며 들끓고 있다. 소송전을 시작하게 되면 사업 진행이 늦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더구나 가처분 신청을 두고 롯데건설을 지지하는 측은 찬성하고 DL이엔씨를 지지하는 측은 반대하는 방향으로 나뉘면서 대립은 더욱 격화되고 있다.

반대하는 측은 가처분 신청을 낸 A씨가 평소 롯데건설에 편향적인 언급을 남긴 바 있고, 가처분 신청의 내용도 사실상 DL이엔씨만 정조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당사자는 시공사 선정 후에도 법적 문제의 소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먼저 나섰을 뿐이라고 맞받았다.

정비업계 일각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평도 나온다. 북가좌 6구역은 1903가구, 사업비 약 4800억원의 대규모 사업이라 그동안 많은 주목을 받았다. 두 회사의 사업제안 당시 롯데건설 측이 먼저 프리미엄 브랜드 ‘르엘’을 제시하자, DL이엔씨는 기존에 제시한 ‘드레브372’ 브랜드에 고급 브랜드 ‘아크로’를 더하겠다고 확약하면서 초반 기 싸움부터 후끈 달아올랐다.

DL이엔씨는 아크로 브랜드 적용에 이어 ▲조합원 분담금 입주 2년 후 납부 ▲조합원 분양가 최소 60% 이상 할인 ▲인테리어 업그레이드 비용 가구당 1000만원 지원 등을 추가 조건으로 내걸었다. 롯데건설은 이에 계열사가 바로 옆에 추진 중인 상암 롯데몰과의 연계를 강화하겠다고 응수했다.

북가좌 6구역 조합원인 B씨는 “A씨가 그동안 롯데몰과의 연계를 강조해왔기에, 지금의 요구 사항들은 DL이엔씨를 겨냥해 ‘아크로 브랜드를 사용하지 마라’, ‘분담금 관련 조건을 철회하라’는 의미로 읽힌다”면서 “조합원도 아닌 조합원 대리인이 사실상 특정 건설사를 대변해 시공사 선정 직전 훼방을 놓은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선비즈는 가처분 신청을 한 A씨와 관계자 등에게도 구체적인 신청의 내용과 배경 등을 물었으나, 이들은 답변이 곤란하다고 밝혔다. 다만 가처분 신청을 하지 않은 조합원 C씨는 “두 회사 모두 합법과 불법 사이에서 줄타기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어쨌든 지금이라도 확실히 털고가는 것이 중·장기적으로는 더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처럼 양사와 조합원 간 갈등이 점점 심해지자 앞서 지난 3일에는 서대문구청이 개입해 법률 검토를 거쳐 확정된 내용 외에 허위·과장·불법 홍보를 하는 행위를 철저히 방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서대문구청은 또 시공사 선정 투표 과정도 직접 감시할 예정이다.

서대문구청의 진화 노력에도 과열 양상은 인근 재건축 예정단지까지 번져나가고 있다. 북가좌 6구역의 일부 조합원들이 강북 재건축 최대어로 꼽히는 성산시영아파트와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한 DMC한양아파트 주민들에게 ‘특정 건설사는 고려하지도 말라’며 적극적으로 여론전을 펼친 것이다. 조합원 B씨는 “건설사 간 경쟁이 조합원 간 대리전으로 이어지는 양상인데, 선의의 조합원들만 대량으로 피해를 입는 꼴을 좌시할 수 없다”면서 “주변 다른 단지에도 사실을 분명히 알려 타산지석으로 삼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인근 재건축 단지 주민들도 북가좌 6구역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직 조합이 설립되지 않은 성산시영의 한 주민은 “아무래도 바로 옆의 일이다 보니 관심이 간다”면서 “시끄러울 수 밖에 없다고 알고는 있지만, 북가좌 6구역의 경우를 보니 우리 단지도 전철을 밟을까 봐 겁난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도 주목하기는 마찬가지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과열 경쟁으로 자꾸 과도한 조건들이 제시되면 다른 지역도 눈높이가 높아지기 마련인데, 그 경우 중견 건설사 입장으로서는 서울 내 주요 재건축 사업장에 뛰어들기가 더 어려워지지 않겠나”라며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는 조합원의 입장을 생각해서라도 적정선에서 경쟁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