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아파트 분양권 시장의 열기가 주춤해진걸까. 대구에 분양하는 아파트들의 ‘줍줍(무순위 청약)’ 물량이 줄이어 나오고 있다. 무순위 청약은 정당 계약 이후 부적격자나 계약 포기자 등이 나오면서 생긴 미계약 잔여 가구에 대한 청약을 뜻한다.

지난해까지만해도 무순위 청약이 나오면 내집 마련에 나서는 이들이 술렁이곤 했다. 청약 당첨이 ‘하늘의 별 따기'에 비유될 정도로 경쟁률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무순위 청약은 청약통장이 없어도 도전이 가능하다. 분양가가 시세보다 싼 경우가 많아 줍줍 성공은 ‘로또 당첨’과 같은 뜻으로 통용됐다. 하지만 최근 대구 아파트 시장의 분위기는 이전과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대구가 규제지역으로 지정된 데다 입주 물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2019년 5월에 분양한 대구 수성구 범어동 ‘수성범어W’ 모델하우스 전경. 이 아파트 1순위 청약에는 1만1000여명의 청약자가 몰렸다./조선DB

25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24일 ‘대구역 SD아이프라임’은 80가구 중 95%에 달하는 76가구에 대해 무순위 청약을 받았다. 대구역 SD아이프라임은 대구시 북구 칠성동2가 302-197번지 일대에 전용면적 72~84㎡가구로 구성됐다.

이날 ‘동대구역 엘크루 에비뉴원’ 148가구도 무순위 청약을 받았다. 전체 가구 수(191가구)의 77.5%다. ‘대구역 한라하우젠트’의 무순위 청약 에서는 전체 132가구의 39.4%인 52가구가, 동대구역의 골드클래스에서는 전체 329가구 중 33.4%인 110가구가 각각 무순위 청약 모집에 나섰다.

지난 해까지 신축 아파트의 무순위 청약 물량이 나오면 투자자들이 모여들면서 수백대 1의 경쟁률을 보이곤 했다. 지난해 5월 서울 아크로포레스트는 전용면적 97~198㎡짜리 주택 3가구의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는데 평균 경쟁률이 8만8200대1을 기록한 바 있다. 대구 중구의 청라힐스자이의 경우 작년 5월에 2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는데, 경쟁률이 2만1823대1까지 치솟기도 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에 진행되는 무순위 청약이 예전과 같은 경쟁률을 기록하진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작년 12월에 대구 전역이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서 투자 수요가 급감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오는 6월 1일 이후로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가 되면 양도소득세율이 기본 세율에 20%포인트, 3주택자는 30%포인트가 추가된다. 양도세 최고세율이 기존 65%에서 75%로 올라가는 셈이다.

대구의 입주 물량이 워낙 많다는 점도 줍줍이 늘고 그 경쟁률이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 중 하나다. 직방에 따르면 올해 입주 물량이 약 1만6849가구인데 2022년에도 1만9338가구, 2023년 입주 물량도 3만1281가구 수준이다.

실제로 최근 무순위 청약 경쟁률은 높지 않았다. 지난 11일 696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을 실시한 ‘대구 안심 파라곤 프레스티지’에는 172명만이 신청했다. 전체 일반분양의 91%인 696가구가 미달이 난 셈인데, 무순위 청약 경쟁률도 시원치 않아 여전히 미분양인 상황이란 뜻이다. ‘대구 안심뉴타운 B3블록 호반써밋 이스텔라’의 경우 전체 315가구 중 214가구가 무순위 청약 대상 가구였다. 호반써밋 이스텔라 역시 미분양 물건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전매제한이 있고 10년간 재당첨 금지, 거주의무기간 등의 제약이 있어서 입지 등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것 같다”면서 “그간 대구에 분양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이번에 무순위 청약으로 나온 곳들이 대구에서 알짜로 불리는 ‘수성구’가 아니라는 점, 대형 건설사가 아닌 중견 건설사 작품이라는 점 등이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면서 “대구의 입주 물량이 워낙 많다 보니 옥석가리기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