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광주광역시에서 복합쇼핑몰 개발 경쟁이 불붙고 있지만, 실수요자들과 관광객들을 유입할 만한 주거시설과 기반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2일 조선비즈 취재에 따르면 광주에는 복합 쇼핑몰뿐만 아니라 5성급 호텔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4성급 호텔도 420여 객실에 그쳤다. 지역을 대표할 만한 놀이공원이나 운전면허시험장도 없어 다른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생활 기반시설이 열악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광주 서구 쌍촌동에 본가를 둔 30대 A씨는 “직장 때문에 서울에서 자취를 하고 있다. 그런데 서울에 사는 친구들이 광주로 한번 놀러가자고 할 때 가장 난감하다”며 “광주는 광역시인데도 5성급 호텔이나 변변한 놀이공원 조차 없고, 심지어 운전면허시험장도 없어서 면허시험을 보려면 나주까지 나가야 한다”고 했다.
광주 생활기반시설 개발이 더딘 이유로는 제조업 비중이 작은 반면 소상공인 비중이 크다는 점이 꼽힌다. 이에 그간 정부나 지자체가 주로 소상공인 보호에 방점을 두면서 대기업 상업시설이 광주에 진입하는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광주에 소재한 C건설사 관계자는 “수 십년 동안 다양한 논란과 규제로 입점이 가로 막혀 있었다”면서 “이제는 광주 발전을 위해 기업들의 진출을 막아서는 안된다는 인식이 지역 전반에 퍼지는 모습”이라고 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통상 상권을 분석할 때 대형 백화점이나 복합쇼핑몰의 경우 인구가 30만~50만명 정도 되면 수요층이 있다고 본다. 그런데 광주는 인구가 142만 명이 넘는 상황이라 많게는 5개까지 대형 상업시설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광주는 주택 수요도 높은 편이다. 광주는 부동산 침체기임에도 불구하고 미분양 1000가구 이하를 유지하고 있다. 민간아파트 미분양 가구 수는 지난해 10월 568가구, 11월 604가구, 12월 596가구를 기록했다. 준공 후 미분양(악성 미분양) 물량도 같은 기간 221~238가구에 머물렀다.
광주 부동산업계 전문가들은 점점 더 커지는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수요를 충족시킬 만한 문화시설과 주거공간이 하루빨리 들어서야 지역 자본의 역외 유출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지난해 상반기 광주 시민이 다른 지역에서 쓴 돈이 다른 지역 시민이 광주에서 소비한 금액보다 400억원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가 발표한 ‘광역시의 소비유출입 특징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 광주의 역외 유출률은 26.7%로 나타났다. 역외 유출액은 7900억원, 역내유입액은 7500억원이었다.
다만 최근 신세계백화점그룹, 현대백화점그룹 등이 복합쇼핑몰 개발을 본격화하면서 광주 개발에 대한 주민들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신세계백화점그룹은 오는 2028년 광주버스터미널(유스퀘어) 부지에 쇼핑·문화·예술이 어우러진 미래형 백화점 ‘광주신세계 아트 앤 컬처파크’(가칭)를 선보일 계획이다. 또 광주 어등산 관광단지에도 오는 2030년 준공을 목표로 ‘그랜드 스타필드 광주’ 건립도 추진 중이다. 현대백화점도 광주 북구 옛 전남방직·일신방직 공장 부지에 관광과 문화, 예술, 여가, 쇼핑을 융합한 미래형 복합몰 ‘더현대 광주’를 선보일 예정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광주는 다양한 규제나 인허가 문제 등으로 발전이 더딘 지역 중 하나”라며 “복합쇼핑몰이 앞다퉈 들어온다는 건 그만큼 배후수요가 충분하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상업시설과 함께 아파트 시장의 수요도 한동안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부동산개발업계 관계자는 “미분양에 시름을 앓는 다른 지방 도시와는 반대로 광주는 미분양 걱정에서 자유로운 곳”이라며 “수년간 공급이 부족해 새 아파트 수요층이 탄탄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