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이앤씨가 ‘주택통’으로 분류되는 곽수윤 현 DL건설 대표를 주택사업본부장에 앉혔다. 주택사업본부는 올 들어 마창민 대표가 직접 이끌어왔는데(겸직), 부동산 시장 침체와 중대재해사고 등의 영향으로 기대 이하의 성적표 받은 것이 이번 인사에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마 대표는 지난 6일 단행된 임원인사에서 주택사업본부를 신임 곽 본부장에게 넘겼다. 앞서 DL건설이 DL이앤씨의 완전 자회사가 되면서, 업계에선 사실상 내부 충원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곽 본부장은 DL건설의 전신인 고려개발 대표이사 전무를 맡아 삼호와의 합병을 이끄는 등 회사의 토대를 닦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대 건축학과 출신으로 내부에선 ‘주택통’으로 통한다.
원래 DL이앤씨 주택사업본부는 권수영 본부장이 이끌고 있었다. 그런데 작년 연말 토목사업본부장이 공석이 되면서 그 자리로 옮겼다. (DL디앤씨는 주택·토목·플랜트·경영 등 4개의 본부로 구성, 한 곳의 본부장이 대표를 겸직하는 체제로 운영된다.) 하지만 DL이앤씨는 주택사업본부장 인사를 내지 않고 마 대표에게 겸직하게 하는 방식을 택했다.
DL이앤씨의 작년 영업이익(4963억원)은 전년 동기(9573억원) 대비 48.2% 떨어졌다. 특히 주택과 토목이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사업 다각화에 대한 필요성도 대두되던 시점이었다. LG전자 출신의 마케팅 전문가 마 대표에게 주택 마케팅 분야에서 우위에 설 수 있는 초석을 마련하고 사업 본부간 시너지 효과,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기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주택·토목 매출 비중이 워낙 큰 상황에서 주택 사업에 마냥 힘을 뺄 수만은 없는데다, 사업 다각화도 단기간에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내부적으로 ‘일단 주택부터 챙기자’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주택 비중이 크면 경기 침체 시기에 수익성 개선 및 리스크 관리가 어려워진다. 반대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주택 비중 자체를 줄이면 매출이 확 줄어든다. 따라서 주택사업을 잘 챙길 수 있는 인사를 다시 영입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DL이앤씨는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80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이는 전년 동기대비 30.9% 감소한 수치로,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일각에선 ‘잘못된 인사를 바로 잡았다’는 메시지로 해석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주택사업본부장을 ‘관리형 수장’에게 맡기면, 주택 영업쪽 인력들이 답답해 한다는 것이 건설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결국 마 대표는 경영본부와 대표이사를 겸직하면서 당분간 회사 전체의 수익성 제고와 리스크 관리에 올인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중대재해사고 ‘최다’ 기록으로 국정감사에 불려가면서 교체설도 나왔지만, 일단은 대표직을 유임하게 됐다.
건설업계에서 오랫동안 종사한 한 임원은 “현재 모든 건설회사의 딜레마는 주택 시장이 굉장히 안 좋고 불투명하지만 함부로 줄이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하긴 해야 하는데 당장 ‘밥은 먹어야’ 할 것 아니냐”면서 “내년에 시장이 더 어렵다고 주택 비중을 확 줄이면 회사 전체에 타격이 온다. 결국 주택본부장은 기존 사업을 이끌고 나가고, 경영본부장이 새로운 기회를 엿보는 시스템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