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건설이 올해 1분기 실적을 통해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났음을 증명했다. 작년 말 250%를 넘겼던 부채비율이 감소했고, 현금성 자산은 늘어났다. 롯데그룹 전반의 재무리스크 관리를 해오던 박현철 대표의 ‘위기관리’ 능력이 롯데건설에서도 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이사 사진./롯데건설 제공

17일 금융감독원 전지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롯데건설의 올해 1분기(연결 기준) 매출액은 1조4213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동기(1조1950억원) 대비 18.9% 늘었다. 국내에서는 토목(965억원)과 플랜트 (1720억원) 공사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1.9%, 19.3% 증가했다. 해외에서는 건축·토목·플랜트 부문 모두에서 매출을 끌어올렸다. 해외 플랜트 공사 매출의 경우 작년 1분기 237억원에서 올해 1분기 1755억원으로 6배 이상 늘었다.

부동산 시장 침체의 영향으로 수익성 감소는 피할 수 없었다. 롯데건설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443억원으로, 작년 동기 586억원과 대비해 24.4% 줄었다. 작년 1분기 1조385억원이던 매출원가가 올해 1분기 1조2913억원으로 3000억원 가까이 증가한 영향이 컸다. 대우건설은 (-20.2%), DL이앤씨(-28.3%) 등 다른 대형 건설사의 영업이익 감소율도 두 자릿수를 기록한 만큼, 롯데건설의 영업이익 감소폭도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눈에 띄는 점은 재무건전성의 개선이다. 롯데건설의 올 1분기 말(연결 기준) 부채총계는 6조522억원으로 지난해 말 6조9537억원 대비 9016억원(13%)이 줄어들었다. 특히 금리 부담 영향이 큰 단기차입금(유동성장기부채 포함)이 작년 말 2조8933억원에서 올해 1분기 2조1572억원으로 7361억원 감소했다. 작년 말 264.8%에 달했던 부채비율도 올해 1분기 227.5%까지 줄었다.

현금성 자산도 늘었다. 작년 말 5980억원이던 롯데건설의 현금성 자산은 올해 1분기 말 2조1660억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단기금융기관예치금이 작년 말 3332억원에서 올해 1분기 1조8341억원으로 450% 이상 급증한 영향이다. 보유현금 및 보통예금은 작년 말 2660억원에서 올해 1분기 3319억원으로 24.8% 늘어났다.

롯데건설은 작년 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가 급격히 늘면서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이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사재 11억여원을 투입할 정도였다. 롯데케미칼, 호텔롯데, 롯데홀딩스 등 그룹 계열사들도 롯데건설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자금을 수혈했고, 하석주 대표이사는 임기를 4개월 이상 남겨두고 자리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암울했던 상황은 롯데그룹의 ‘재무통’으로 불리던 박현철 대표가 취임하면서 달라졌다. 박 대표는 작년 말 롯데건설의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박 대표는 2019년 롯데지주 경영개선실장을 맡으면서 그룹 전반의 재무리스크를 관리해왔다. 당시 롯데건설은 박 대표 선임에 대해 “뛰어난 리스크 관리 및 사업구조 개편 역량으로 롯데건설의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박 대표는 취임하자마자 유동성 확보에 집중했다. 취임 후 약 한달 만에 메리츠증권으로 부동산 PF 관련 채권을 매각해 1조5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한 게 대표적이다. 롯데건설은 채권 매각을 통해 조성한 자금으로 만기가 도래한 PF를 순차적으로 상환했다. 롯데건설이 박 대표 취임 전부터 준비해온 회사채 발행에 성공하면서 숨통을 텄다.

박 대표는 작년 말 롯데건설 위기를 초래한 우발채무를 줄이는 데에도 주력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브릿지론 연장 등으로 우발채무를 얹어 준 사업을 정상화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면서 “브릿지론에서 본 PF로 넘어간 사업장이 늘어나면서 우발채무가 상당부분 해소됐다”고 했다. PF대출은 만기 1년 내외의 브릿지론과 본 대출로 구성된다.

업계에서는 롯데건설의 유동성 위기가 상당부분 진정됐다고 평가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롯데건설이 위기에 놓였던 건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인한 대외적인 요인의 영향이 컸다”면서 “롯데건설 재무구조 자체도 괜찮은 편이어서 생각보다 빠른 기간 안에 위기를 넘겼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했다.

최근 롯데건설은 이같은 분위기에 힘입어 분양시장에서도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다음 달 청담르엘(청담삼익아파트 재건축)을 시작으로 구의역 롯데캐슬 이스트폴, 청량리 7구역 롯데캐슬, 시흥 롯데캐슬 시그니처 등 분양에 나서는 것이다. 올해 예정된 분양 물량은 2만3699가구로, 지난 1분기에 분양한 ‘창원 롯데캐슬 포레스트’와 ‘구리역 롯데캐슬 시그니처’는 모두 완판됐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 등이 단기차입금보다도 많은 상태라 유동성 위기가 종식됐다고 평가한다”면서 “올해 남은 기간 동안 단기차입금 등 부채를 줄이고 선별 수주 중심의 안정적인 경영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