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한미관계 발전 방향 등을 논의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10시부터 30여분 간 이어진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미중정상회담 결과를 공유하고, 한반도 평화 문제에 대한 공감을 확인하는 한편, 지난해 한미 정상 간 투자·통상 합의 관련 조인트 팩트시트(JFS·공동 설명자료)의 원활한 이행을 주제로 대화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미중관계 전반 ▲경제·무역 합의 ▲한반도 및 중동 정세 등 미중 회담의 결과를 들은 뒤 "미중 정상이 한반도 문제에 대해 건설적 협의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가 인도태평양 지역과 전 세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것"이라며 중동 상황 해결을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적극적 리더십을 평가했다고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도 한미 정상 간의 긴밀한 공조를 기초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필요한 역할과 기여를 해나가겠다"고 답했다. 특히 양 정상은 지난해 발표한 조인트 팩트시트와 관련해 "한미동맹을 새로운 차원으로 업그레이드한 역사적 합의"라면서 "합의의 충실한 이행을 위해 노력해 나가자"고 했다.
◇미중회담 후 中 '호르무즈 결의안' 거부…긴장 재고조
이번 통화는 우리 정부가 미·중 정상회담 결과 청취 목적으로 요청해 성사됐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미국·이란 간 양측 종전안에 대한 강경발언이 오가고,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부과 등 봉쇄 강도를 높이는 상황에 이뤄진 회담이어서다. 미국은 대(對)이란 영향력이 큰 중국을 통해 일종의 출구를 모색하고 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로서는 전쟁 장기화에 따른 정치적 부담도 크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은 이틀 간의 정상회담 직후 미국이 추진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규탄 결의안을 사실상 거부했다고 로이터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푸충 주유엔 중국대사는 이날 유엔 전문 온라인 매체 패스블루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호르무즈 결의안의 내용이 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시기도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답했다.
그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미국·이란) 양측이 진지하고 선의에 입각한 협상에 임해 문제를 해결하도록 촉구하는 것"이라며 "이 단계에서 결의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시진핑 주석도 ▲호르무즈 해협이 반드시 개방된 상태를 유지해야 하며 ▲해협 군사화 및 통행료 부과 시도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지만, 미국 주도의 결의안과는 선을 그은 것이다.
◇韓美 "JFS는 역사적 합의"…위법 기로 선 트럼프 관세
한미 정상이 조인트 팩트시트 이행을 논의한 가운데, 미 행정부의 '글로벌 관세 위법 판결' 상황도 주목할 만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4월 부과한 상호 관세와 무역법 122조에 근거한 '10% 대체 관세' 등이 법원에서 줄줄이 위법 판결을 받아서다. 당시 한국과 일본 등 각국이 트럼프식 관세를 낮추는 조건으로 대규모 대미(對美)투자 및 통상 합의를 했는데, 이러한 관세 부과 자체가 위법일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미국과 공동 발표한 조인트 팩트시트에서 ▲한국이 미국에 3500억달러(약 525조원) 규모를 투자하되 ▲이 가운데 2000억달러는 에너지·반도체·핵심광물·인공지능·바이오 등 전략산업에 ▲1500억달러는 조선 분야 프로젝트(MASGA·미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에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전략산업 투자는 연간 200억달러 한도로 사업 진척 정도(기성고)에 따라 집행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