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진행되고 있는 부산 북구갑에서 지난 1~3일 여론조사 두 건이 이뤄졌다. SBS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에 의뢰한 조사에서는 하정우 더불어민주당 후보(38%), 박민식 국민의힘 후보(26%), 한동훈 무소속 후보(21%) 순서로 지지도가 나왔다.
반면 부산MBC가 의뢰해 한길리서치가 실시한 조사는 하정우 후보(34.3%), 한동훈 후보(33.5%), 박민식 후보(21.5%) 등으로 지지도와 순위가 상당한 차이를 보여줬다. 같은 기간에 같은 지역에서 이뤄진 여론조사에서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
◇ ARS 조사에서 보수 지지율 높게 나와… "샤이 보수 편하게 응답"
우선 두 여론조사는 조사 방법에서 차이가 있었다. SBS·입소스의 여론조사는 100% 무선 전화면접조사로 진행됐다. 반면 부산MBC·한길리서치는 무선ARS 84.3%, 유선 15.7%였다.
무선ARS는 자동화된 음성 안내를 듣고 버튼을 눌러 답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기계음만 듣고 전화를 끊어버릴 가능성이 커 응답률이 낮은 편이다. 정치에 관심이 높아 기계음을 듣고도 전화를 끊지 않는 계층의 표심이 더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ARS 조사는 보수 표심이 좀 더 많이 반영된다는 분석도 있다. 조사원이 직접 묻는 전화면접조사보다 보수 성향을 좀 더 편하게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계엄 사태 이후 보수 성향을 숨기는 '샤이 보수' 유권자들이 사람이 아닌 ARS 조사에는 좀 더 편하게 응답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실제로 ARS 조사로 진행된 부산MBC·한길리서치 조사에서 보수 성향인 후보들의 지지율 합계(55%)기 전화면접조사 방식인 SBS·입소스 조사(47%)보다 높았다.
또 두 여론조사는 접촉률에서도 차이가 컸다. 접촉률은 조사원이 전화를 걸었을 때 응답자와 실제로 연결된 비율을 뜻한다. 접촉률이 낮은 조사는 정치에 관심이 큰 계층이 응답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접촉률이 높은 조사는 정치에 관심이 적은 계층까지 응답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SBS·입소스가 진행한 부산 북구갑 여론조사 접촉률은 25.3%, 응답률은 14.4%였다. 부산MBC·한길리서치의 경우 접촉률 44.5%, 응답률 5.3%였다. 정치권 관계자는 "실제 투표장을 찾는 유권자는 정치에 관심이 적은 계층이 다수"라며 "숨은 표심이라 할 수 있는 계층의 향방을 읽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 "여론조사와 선거 결과 일치하는 건 아냐" "진심과 다른 답변도 있어"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여론조사 결과를 전반적인 흐름을 읽는 지표로만 써야지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한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론조사 결과가 반드시 선거 결과와 일치하지는 않는다"며 "공신력 있는 일부 기관의 결과만 참고로 받아들이면 된다"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여론조사 결과는 데이터가 아니다"라며 진심과 다르게 답변했거나 답변을 회피했다면 데이터가 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 관계자도 "선거 초반에 오차범위 안팎에서 나오는 여론조사 결과는 큰 의미가 없다"고 했다.
한편 SBS·입소스 여론조사는 산 북구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503명을 대상으로 했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4.4%P(포인트)다. 부산MBC·한길리서치 여론조사는 북구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584명을 대상으로 했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4.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