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가상자산 과세의 전면 폐지를 주장하고 나섰다. 정부·여당이 내년 1월 가상자산 과세를 시행할 것으로 보이는데 선거를 앞두고 여론전에 나선 것이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조세정책학회와 함께 '가상자산 과세, 긴급 점검 토론회'를 개최했다.
현행 소득세법에 따르면 내년 1월 1일부터 가상자산의 양도·대여로 발생한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돼 과세된다. 연간 250만원을 초과하는 가상자산 소득에 대해서는 기타소득세 20%와 지방소득세 2%를 합한 총 22%의 세율이 적용된다.
국민의힘은 이에 맞서 가상자산 과세 폐지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이 무산된 상황에서 가상자산에만 별도 과세를 적용하는 것은 조세 형평성과 과세 정합성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과세 인프라가 충분히 구축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거론된다.
박 의원은 축사를 통해 "집값은 비싸고 월급은 오르지 않는 데다 물가까지 크게 오른 상황에서 많은 청년들이 가상자산을 자산 형성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가상자산 과세는 청년들의 자산 사다리를 끊어버리는 일"이라며 "금투세는 폐지하면서 가상자산에만 세금을 매기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어 "5대 가상자산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와 간담회를 한 차례 가졌는데, 국세청은 과세 준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았다"며 "통합 과세 체계를 만든다고 하지만 올해 3월에 발주한 시스템을 언제 구축하고 테스트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발제를 맡은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장은 "쟁점의 본질은 금투세 폐지 논거로 제시됐던 시장 위축, 인프라 미비, 이중과세 문제가 가상자산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며 "가상자산에만 과세를 강행하는 것은 입법 논리상 자기모순"이라고 진단했다.
오 회장은 "헌법재판소 판례에 따르면 조세법률관계에서도 평등원칙이 적용된다. 헌재는 합리적 이유 없이 특정 납세 의무자를 다르게 취급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봤다"며 "과세를 강행하기보다, 과세 형평성 확보를 위한 선제적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는 지난 2020년 입법 이후 3차례 시행이 유예됐는데, 매번 '인프라 미비'가 사유로 지적됐다"며 "그러나 최근 5년간 해당 문제에 대한 실질적 해소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가상자산 과세의 필요성은 부정하지 않지만, 과세 자체보다는 '과세의 정합성'을 우선해야 한다"며 "현재의 방식으로 과세하는 것은 이론적·헌법적·집행적 측면 모두에서 중대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